번뇌의 괴로움과 해로움

547. 일체중생이 능히 공(空)· 무상(無相)1)을 잘 닦지 못하는 까닭에, 항상 물결이 센 번뇌의 강에 떠돌게 된다. 저 같은 큰 강은 오로지 능히 몸을 무너뜨리고, 능히 일체 선법을 신속히 멸하지 못하지만, 번뇌의 큰 강은 능히 일체의 몸과 마음의 좋은 법을 무너뜨린다. 저 큰 거친 강은 오로지 능히 욕계의 중인을 빨리 멸하지만, 번뇌의 큰 강은 능히 삼계(三界)의 인천(人天)세간(世間)을 재빨리 멸한다. - 《열반경(涅槃經)》

548. 선남자(善男子)2)야! 출가한 보살(菩薩)이 밤낮으로 세간(世間)의 사택(舍宅)을 항상 관하니, 일체가 모두 번뇌가 일어나는 곳이다. 모든 집착이 번뇌를 능히 생기게 한다. 번뇌로 인하여 아(我)3)와 아소(我所)4)에 집착하고, 이로 인해 팔만사천의 모든 번뇌가 다시 서로 다투어 일어나 집 가운에 가득하다. 그 원인이 무엇인가? 재가의 범부는 오욕(五欲)에 깊이 집착하여 처자, 권속(眷屬)5) , 노비, 복사(僕使)6)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이러한 인연으로 생, 로, 병, 사, 우비(憂悲), 고뇌, 원증(怨憎), 합회(合會)7), 은애(恩愛), 별리(別離), 빈궁(貧窮), 제쇠(諸衰)8), 탐구(貪求) 등의 여러 괴로움이 그림자가 형태를 따름과 같고, 울림이 소리에 응함과 같다. 세세(世世)9)로 상속하여 항상 끊어지지 않는다. 이 같은 여러 고통은 크고, 작은 번뇌10)가 근본이 된다. - 《심지관경(心地觀經)》

549. 번뇌는 독사와 같아 극중(極重)한 과실(過失)11)을 생기게 한다. - 《육십송여리론(六十頌如理論)》

550. 삼계12)의 번뇌는 맹렬한 불과 같아, 미혹을 떨쳐 버리지 못하면, 항상 불타오르게 된다. - 《대장엄경(大莊嚴經)》

551. 번뇌력이 업(業)13)을 일으켜, 전륜(轉輪)하여 악도(惡道)14)에 떨어지고, 번뇌력이 장애가 되어, 대도(大道)15)를 능히 행하지 못하며, 번뇌력으로 인해 여러 사견(邪見)16)에 떨어진다. 이러한 인연으로 번뇌는 큰 도둑이다. - 《십주비바사론(十住毘婆娑論)》

552. 지혜로운 사람은 응당히 이와 같이 관(觀)17)하여 한다. 일체의 번뇌는 아(我)의 큰 원수(怨)18)이다. 왜냐하면 이 번뇌로 인하여 능히 자타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 《우바새계경(優婆塞戒經)》


553. 미래세의 일체 중생은 번뇌라는 도적(賊)으로부터 해(害)를 당하게 된다. - 《관무량수경(觀無量壽經)》

554. 보살은 번뇌를 큰 바다와 같이 관(觀)한다. 깊어 바닥을 헤아리기 어려운 까닭에 바다(海)라고 이름하고, 끝을 헤아리기 어려운 까닭에 크다(大)고 한다. - 《열반경(涅槃經)》

주) -----
1) 삼해탈문(三解脫門) 또는 삼삼매(三三昧)로, 공삼매(空三昧), 무상삼매(無相三昧), 무원삼매(無願三昧)를 이른다. 공삼매는 아(我)와 아소(我所)가 공함을 관(觀)하는 것. 무상삼매는 공한 까닭에 차별상이 없음을 관하는 것, 무원삼매는 상(相)이 없으므로 아무것도 원하고, 구할 것이 없음을 관하는 것이다.
2) 재가신자(在家信者)의 청년. 바른 신앙을 가진 사람.
3) 실체(實體)로서의 자기. 불변하는 주체로서의 자기.
4) 아지소유(我之所有)의 약칭. 아소사(我所事)라고도 함. 내 것. 내 것이라는 관념. 자아에 소속된다고 집착하는 것. 나의 작용.
5) 권고예속(眷顧隸屬)의 뜻. 수반자 예속자, 일족(一族)인 자. 휘하에 있는 자.
6) 심부름꾼
7) 결합
8) 몸이 쇠해 감.
9) 태어나는 세상마다
10) 번뇌의 근본적인 것과 부수적인 것.
11) 고뇌, 재앙.
12) 중생이 윤회하는 미혹(迷惑)의 세계.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
13) 행위가 남기는 잠재적 여력(餘力). 전생(前生)의 행위도 없어지지 않고, 잠재력이 남아 이후 행위를 제약한다는 사상.
14) 악한 보(報)를 받아 태어나는 곳. 지옥, 아귀, 축생.
15) 보제(菩提)
16) 그릇된 생각
17) 조용히 마음속으로 살펴보는 것.
18) 원망, 적(敵)

법진 스님 | 한국불교선리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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