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종교 영역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와 눈에 띤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발간한 ‘2018 한국의 종교현황’에 따르면 “ 정교분리가 정치와 종교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종교 영역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필요하다”는 의견에 제시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문화체육관광부의 연구용역을 수임해 작성한 ‘2018 한국의 종교현황’에 따르면 ‘종교백화점’인 우리나라는 종교가 공적 영역에 개입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종교를 둘러싼 다양한 갈등이 발생하고 그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가가 종교 영역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국가가 종교 영역에 개입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 한국사회의 종교 상황은 ‘종교백화점, 종교시장, 다종교사회’ 등으로 표현된다. 한국은 단일민족으로 구성된 사회이면서도 다종교사회이고, 다종교사회이면서도 종교들의 상호 공존 정도가 높아 한국의 종교 상황이 독특하다는 것.

보고서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형성된 다종교사회라는 독특성은 국가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종교 현황을 조사해 종무행정에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며 “여러 측면에서 볼 때도 국가 차원에서 종교 영역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종교인구변화(불교 개신교 유교 천주교). 2018 한국의 종교 현황 캡쳐.

“종교가 공적 영역에 개입…관심 기울여야”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가 종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종교와 한국의 사회․문화․역사 간의 연관성, 종교와 공적 영역 간의 연관성, 종교와 관련된 갈등의 지속성, 종교와 국가 구성원 간의 연관성 등”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사회에서 종교는 이제 개인의 공간을 넘어 ‘공적 영역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종교계는 교육 영역, 사회복지 영역, 국방 영역, 법무 영역 등에 직접 참여하고 있고, 그렇지 않은 영역에서도 종교인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종교가 공적 영역에 개입하는 현상은 복지사회가 강조될수록, 그리고 설령 국가가 모든 복지를 제도화하는 수준에 이른다고 할지라도, 국방이나 법무 영역을 포함해 국가 구성원들의 종교 수요가 존재하는 한 지속될 것”으로 파악했다.

“‘종교’ 관련 갈등 확산…비종교적 갈등에도 종교 개입”

두 번째 이유는 한국 사회에서 ‘종교’로 인한 갈등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종교단체 간, 또는 종교인 간, 또는 종교인과 비종교인 간에 여러 종류의 갈등이 발생하고, 비종교적인 요인으로 인한 갈등에도 종교라는 요소가 개입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종교를 계층별․성별․연령별․단체별 등 여러 단위에 존재하는 일종의 ‘문화자본’으로 이해한다면, 이러한 갈등은 종교의 문화자본화 현상이 이어지는 한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종교를 매개로 한 다양한 종류의 갈등을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른 경쟁 현상”으로도 파악했다.

보고서는 “종교단체들이 제공하는 정신적, 문화적 기능들을 일종의 상품(또는 서비스)이라고 한다면, 소비자들은 시장경제의 원리에 따라 종교 상품들을 지속적으로 비교하면서 소비하게 된다”면서 “따라서 경쟁과 소비 과정에서 여러 가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 사회가 다인종·다문화사회로 변화하는 추세를 보일수록 갈등의 양상은 다양해질 것이고, 갈등의 정도도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가가 종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종교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국제 사회에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역할은 세계 여러 나라 사이의 종교 교류에서 잘 드러나지만, 특별히 해외선교(포교) 활동 속에서 극명하게 대두된다”며 “해외선교(포교) 활동은 다른 국가의 구성원들이 한국의 종교를 자주 접할 수 있는 상황, 나아가 종교를 통해 한국의 사회나 문화에 관심을 높이는 계기를 초래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하나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스스로 종교인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5년과 2015년의 통계청 인구조사 자료로 봐도 한국인의 절반 이상이 스스로를 종교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다수 국민 연관된 종교 영역에 국가가 관심 가져야”

보고서는 “인구조사 자료만으로도 종교적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시간과 재화 등을 사용하는 한국인이 많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국가가 헌법 상 국민의 행복 추구를 보장해야 하는 의무를 지닌다면 당연히 다수의 국민이 연관된 종교 영역에 관심을 두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정치 영역과 종교 영역은 분리 접근되어 왔다. 정교분리의 원칙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낸 보고서는 그동안의 ‘정교분리’라는 인식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모양새다.

보고서는 “정교분리 원칙을 명시한 헌법 조문으로만 본다면 국가가 국민 개인의 종교생활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그렇지만 정교분리가 정치와 종교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가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종교 영역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국가가 종교 영역에 관심을 두려면 종교의 구체적인 현실과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종교인구 변화(내국인 외국인) 2018 한국의 종교 현황 캡쳐.

“동·서양 종교가 같은 세력 유지하는 세계 유일의 나라”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동양종교와 서양종교가 같은 세력을 유지하는 세계 유일의 나라로 평가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에는 주도적인 종교가 존재하지 않으며 불교, 개신교, 천주교 이외에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종교가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어 가히 종교박물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며 “우리나라는 소위 동양종교와 서양종교가 거의 같은 세력을 유지하고 혼재해 있는 세계 유일의 나라”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종교의 혼재로 인한 종교 갈등이 일어나고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미국, 유럽, 남미, 서아시아 등 대부분의 나라에는 주도적인 종교가 있는 편”이라며 “우리나라와 같이 불교와 기독교가 거의 같은 세력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고 특정의 종교가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으로 주도권을 잡고 있지 않은 독특한 나라”고 덧붙였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많은 대우”

보고서는 또 우리나라 구성원 전반이 종교 일반에 대해 배울 기회가 거의 없고 헌법에 정교분리 원칙이 명시돼 있는 가운데 국·공립학교에서 특정종교를 가르칠 수 없다며 역사 과목 등을 통해 종교 일반에 대해 배울 기회가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이 비체계적이고, 단편적으로 초중등, 대학교에서 종교, 특히 한국의 종교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울 기회를 거의 갖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 하에서 종교계와의 소통 등 다종교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해 종무행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불교, 개신교, 천주교가 다른 종교에 비해 정부와 사회로부터 많은 대우를 받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며 “다른 종교들이 이들 종교에 비해 정부와의 소통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는 정부가 불교, 개신교, 천주교 중심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보고서는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3개 종교의 종교인구 및 단체가 우리나라 전체 종교인구 비중의 98.3%(2015년 인구통계조사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데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각 종교 교단의 현안이 무엇인지도 알아야 한다. 가령 종교인 과세 문제에 대해서 종교 교단마다 입장이 다르고 교회세습이나 종단 비리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경우도 있다”며 “종교계의 현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때에 정부의 종무행정도 한국의 종교문화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았다.

2015년 인구통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가운데 종교가 있다고 응답한 경우는 43.9%, 종교가 없다고 응답한 경우는 56.1%로 나타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종교가 있다고 한 응답자는 1985년 1720만3296명, 1995년 2259만78824명, 2005년 2497만766명, 2015년 2155만3674명이었고 이 중 불교 신자라고 응답한 인원은 불교가 1985년 805만9624명, 1995년 1032만1012명, 2005년 1072만6463명, 2015년 761만9332명으로 나타났다. 개신교는 1985년 648만9282명, 1995년 876만336명, 861만6438명, 2015년 967만5761명이었다. 천주교는 1985년 186만5397명, 1995년 295만730명, 2005년 514만6147명, 2015년 389만311명이었고 유교는 1985년 48만3366명, 1995년 21만927명, 2005년 10만4575명, 2015년 7만5703명이었다.

2015년 내국인 4905만2369명 중 종교별 인구는 무종교인이 56.06%인 2749만8715명, 불교가 15.53%인 761만9332명, 개신교가 19.73%인 967만5761명, 천주교가 7.93%인 389만311명 등이었다.

서현욱 기자 mytrea70@gmail.com

* 본지와의 업무 제휴에 따라 <불교닷컴>이 제공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