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하건대, 지난 한해에 일어난 사건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설정 총무원장의 퇴진이었던 것 같다. 그 전해부터 시작된 자승원장 3선 반대투쟁은 그 해 여름부터 총무원장 선거가 있던 10월말까지 약 4개월동안 뜨거운 아스팔트를 달구었는데, 불교계 정화를 염원하는 청정불자들이 매주 토요일 오후 보신각에 모여 촛불행사를 하고, 밤늦게까지 종로 광화문 안국동을 돌며 “자승 퇴진”, “적폐 청산”을 목이 터지게 외쳤던 것이다.

구태여 이것을 촛불행사라고 했던 것은 광화문에서의 촛불혁명을 이어받아 불교계에서도 촛불혁명을 통한 적폐청산이 이루어 져야 한다는 뜻에서였고, 그것은 동시에 부도덕하고 패륜적인 파계승들의 퇴출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간절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그해(2017) 총무원장 선거는 미리 짜여진 각본에 의해서 수덕사의 설정 방장이 선출되었다. 그러나 그가 인사나 예산 어느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바지 사장”이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뒤늦게 설정 방장이 실권을 행사하려 하였지만 오히려 상좌들에게 붙잡혀서 수덕사로 내려간 일이 이를 증명한다.

여하튼 그 해 자승 퇴출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러다가 올해 벽두부터 조계종 승려들의 타락상을 내용으로 하는 PD 수첩이 두 번에 걸쳐서 방영되었고, “적폐청산, 자승퇴출 운동”은 다시 전개되었다. 여기에 미국에서 활동하던 설조스님이 41일동안에 걸쳐서 단식투쟁을 하게 되고 적페청산 운동이 다시 가열차게 전개되어 9월27일 설정스님이 퇴진하게까지 된 것이다.

이 과정을 평가해 보자면, 실제로 올해 운동의 기폭제가 된 것은 PD 수첩이었는데, 이 PD 수첩은 전 해 보신각 운동의 결과물이었다, 즉, 그전해의 “자승퇴출”운동이 없었다면 올해의 PD 수첩도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이다.

불교계가 적폐청산 운동을 통해서 설정 총무원장을 끌어내린 것은 가장 확실하고 가시적인 성과이다. 청정불자들이 운동을 통해서 총무원장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은 촛불혁명을 통해서 시민들이 무능 부패한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물론 그것은 부분적인 성공이다. 여전히 종회의원 자리는 돈에 의해서 거래되고, 형식적으로 지명된 선거인단 선거는 전두환 당시 통일주체 국민회의 선거와 다를 바 없다. 그렇게 본다면 올해 총무원장 퇴출의 성과는 1/3만의 성과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1/3의 성과를 세번 얻는다면 온전한 성과를 얻는 셈이다.

두 번째로 지난 한해 동안의 성과를 본다면 “불광사 되찾기 운동”을 들고 싶다. 주지하다시피, 불광사는 광덕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시민들에 의해서 세워지고, 성장하고, 운영되어왔던 절이다. 그럼에도 근자에 회주 일인에 의해서 사유화가 진행되고, 회주의 능력과 도덕성이 문제가 되었고, 이에 대해 신도들이 “아니오”라고 강하게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이는 한국불교의 커다란 병폐인 “사찰 사유화”와 “스님들의 도덕성”에 대해서 재가불자들이 적극적인 행동을 보인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크게 평가되어야 할 일이다.

물론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다. 동국대학교에서는 학생회장을 지낸 김건중 학생이 영하의 날씨에서도 지난달 12일부터 40일 넘게 철탑 위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종단이 총장선거에 직접 개입하여 종단 마음대로 대학 총장을 옹립하는 이런 야만적 구조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된다. 부디 종단이 대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끝내고, 김건중 학생이 무사히 철탑을 내려올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 밖에도 사찰방재 시스템 예산의 회계부정과 예산전용, 국립공원내 입장료 징수문제 등 해결해야 할 일은 많다. 무엇보다도, 종단이 정부예산을 많이 타기 위해서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집단을 지지해서는 안되며, 정부예산(문화재보수 관련이나 템플스테이 예산이나) 배정을 이용하여 사찰에 부당한 권력을 행사해서도 안된다. 그리고 이러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 재가불자들이 먼저 깨어나고 힘을 합치는 일이 우선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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