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3. 불자야, 무명(無明)을 불요일체법(不了一切法)1)이라 부른다. 모든 세계2)가 미혹(迷惑)해서 삼계(三界)의 업과(業果)3)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명장(無明藏)4)으로부터 열세 가지의 번뇌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이른바 사견(邪見)5), 아견(我見)6), 상견(常見)7), 단견(斷見)8), 계도견(戒盜見)9), 과도견(果盜見)10), 의견(疑見)11) 등 일곱 가지 견(見)12)은 모든 곳을 잘못 보기 때문에 견이라 말한다. 이 그릇된 견해로부터 여섯 가지 집착하는 마음
다시 일으켜서 탐(貪)13)·애(愛)·진(瞋)14)·치(痴)15)·욕(欲)·만(慢)16)이 전 세계 속에 온갖 때에 일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번뇌가 이 열세 가지로 근본을 삼는 것이다.
<보살영락본업경(菩薩瓔珞本業經)>

544. 비유하자면 오직 한 씨앗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꽃, 열매, 가지, 잎 등의 여러 종류가 생겨나는 것과 같다. 근본무명(根本無明)17)도 또한 이와 같아서 오직 한 무명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번뇌의 염법(染法)18)을 생겨나게 한다. 모든 번뇌가 무명으로부터 생기는 것을 어떻게 아는 것인가. 이 모든 염법이 다 깨닫지 못한 모습19)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마가연논(釋摩訶衍論)>

545. 무슨 까닭으로 번뇌라 부르는 것인가? 모든 중생들(有情)20)이 나쁜 말을 서로 하는 것은 독 묻는 화살에 맞은 것과 같아서 감각기관들(諸根)이 번거로워져 즐거움을 잃게 되는 까닭이다. <정행소집경(正行所集經)>

546. 탐(貪), 진(瞋), 치(痴), 만(慢), 의(疑)21)가 어지럽게 뒤덮어서 뇌(惱)22), 해(害)23), 광(誑)24), 망(妄)25), 간(慳)26), 질(嫉)27)의 염심을 일으키면 이것들을 모든 번뇌라고 부른다.
<바라문연기경(婆羅門緣起經)>




각주
1)불요일체법(不了一切法): 모든 법에 대하여 명료하게 인식 못함.
2)법계(法界): 모든 세계, 전 우주.
3)업과(業果, vipāka): 선악의 행위(業)에 의해 초래한 결과(果報)
4)무명장(無明藏): 무명으로부터 여러 번뇌가 생기므로 곳간 또는 광에 비유한 것.
5)사견(邪見): 바르지 못하고 그릇된 견해.
6)아견(我見): 자기(自己) 의견(意見)에만 집착(執着)하는 잘못된 견해.
7)상견(常見): 모든 세계, 모든 존재가 영구불멸(永久不滅)하다고 믿는 잘못된 견해.
8)단견(斷見, uccheda-dṛṣṭi): 상견(常見)의 반대말. 모든 세계는 끝이 있고, 모든 존재는 죽으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견해.
9)계도견(戒盜見): 외도의 계율·금제(禁制)를 옳은 것인 양 알아서 집착하는 잘못된 견해. 계금취견(戒禁取見)이라고도 하고 간략하게 계취(戒取)라고도 부른다.
10)과도견(果盜見): 외도(外道)가 불선(不善)을 선(善)인 듯 알아, 고행 끝에 조금이라도 얻은 것이 있으면, 그것을 최상의 과보인 것처럼 아는 잘못된 견해.
11)의견(疑見): 불교의 가르침에 대해 의심을 품는 잘못된 견해.
12)견(見, diṭṭhi): 그릇된 견해.
13)탐(貪, rāga): 미혹의 근원인 탐욕.
14)진(瞋, kupita): 성내는 것, 화내는 것, 미워하고 성내는 것, 원망
15)치(痴, moha): 어리석음, 도리를 모르는 것.
16)만(慢): 잘난체 하는 마음.
17)근본무명(根本無明): 무명은 생사(生死)와 유전(流轉)의 근본 원인이므로 근본무명이라고 한다.
18)염법(染法): 더러움에 물들어 있는, 오염 된 법.
19)불각상(不覺相): 마음의 본성을 깨닫지 못한 모습.
20)유정(有情): 인간을 비롯한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 마음이 있는 중생
21)의(疑): 사제(四諦)의 도리에 대해 의심하는 것.
22)뇌(惱): ①구사(俱舍)에서는 남의 간언(諫言)을 안 받아들이는 완명(頑冥)함.
②유식(唯識)에서는 폭언으로 남을 해치는 것.
23)해(害,): 생물을 해치는 것을 즐겁게 여기는 마음.
24)광(誑): ①기만, 남을 속임.
②구사(俱舍)에서는 덕이 없으면서 있는 체 꾸며 남을 속이는 마음의 작용.
25)망(妄): 거짓말 하는 것.
26)간(慳): 인색함.
27)질(嫉): 질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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