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여성개발원은 이취임식 불허하고 창립법회만 열라는 포교원의 이행 요구에도 27일 불교여성개발원 원장 이임 및 (사)지혜로운 여성 이사장 이취임식을 강행했다. 적법하게 여성불자들이 선출한 임원을 불인정하는 포교원의 행태를 오히려 불인정한 것이다. 27일 불교여성개발원 교육관에서 열린 이취임식.

 

조계종의 갑질이 불자들 가슴을 멍들게 하고 있다. 우리 사회 지도자로 활동하는 여성불자 등 1,000여 명의 회원들이 활동하는 불교여성개발원이 새로 추천한 원장이자 선출된 (사)지혜로운 여성 신임 이사장을 인정하지 못한다면서 이·취임식까지 불허했다. 불자언론인 모임에는 종단사업 참여 금지 조치를 내렸다. 방송사의 한 행사장에서는 종단 문제를 비판하는 언론사를 내쫓지 않으면 치사를 하지 않고 중도 퇴장하겠다고 겁박했다. 모두 종단과 특정 스님에게 비판적이라는 것이 이유에서다.

조계종 포교원은 지난 20일 불교여성개발원 10대 원장 및 (사)지혜로운 여성 7대 이사장에 선출된 김외숙 부원장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사실상 불인정을 통보했다. 또 포교원은 27일 불교여성개발원 원장 이·취임 및 (사)지혜로운 여성 이사장 이·취임식을 취소하고 창립기념법회만 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불교여성개발원은 “포교원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불허한다”면서 불교여성개발원 원장은 이임식만 하고 (사)지혜로운 여성 이사장 이·취임식을 강행하기로 했다. 그러자 포교원은 ▷조계종 건물 대관 금지 ▷차량 대여금지 ▷특별 감사 ▷기타 그 외의 모든 불이익을 주겠다며 실력행사에 나섰다. 불교여성개발원은 포교원 신도단체로 포교원장이 당연직 이사장이다. 불교여성개발원 원장은 당연직 (사)지혜로운 여성의 이사장이다.

(사)지혜로운 여성은 지난 10월 30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김외숙 수석부원장을 참석자 만장일치로 (사)지혜로운 이사장 겸 불교여성개발원 원장 후보자로 선출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2시에 예정된 불교여성개발원 임시이사회는 지홍 포교원장의 일방적 불참 통보로 열리지 못했다. 포교원은 불교여성개발원장에 단독 추천된 김외숙 수석부회장을 불인정하고 다른 후보자를 찾도록 요구했다. 

포교원이 여성불자들이 선출한 신임 (사)지혜로운 여성 이사장 겸 불교여성개발원 원장 후보자를 불인정한 것은 김외숙 수석부회장이 박홍우 불광사 불광법회장과 부부라는 이유에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홍 포교원장은 불광사 회주 시절 여성종무원과의 부적절한 문자메시지와 불광유치원 급여 부정수급 등 문제로 불광법회 신도들의 거센 문제제기에 회주직을 사임했고, 올해 여름 조계종 적폐청산 운동을 확산시켰다. 결국 지홍 포교원장은 불광사 창건주 권한도 광덕문도회로 넘겼다. 유치원 급여 부정수급 등 공금횡령 혐의로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외숙 수석부회장은 국립대학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생활과학과 교수로 부총장과 총장 직무대행을 역임한 대표적인 지도자급 불자이다. 불교여성개발원이 선정한 2차 108인 여성불자이자 조계종 포교원으로부터 ‘선혜’ 품계를 받았지만 불광법회장과 부부라는 이유로 1,000여명의 여성불자들의 대표들이 선출한 불교여성개발원 원장과 (사)지혜로운 이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불교여성개발원은 지난 21일(수) 오후 4시께 임시확대운영위원회를 열어 김외숙 신임 이사장 겸 불교여성개발원 원장 후보 선출을 재확인하고 참석자 전원 동의로 창립18주년 기념식과 불교여성개발원 원장 이임식, (사)지혜로운여성 이사장 이·취임식을 11월 12일 정기 운영위원회에서 결의한대로 27일 오후 2시 진행하기로 결의했다.

하지만 포교원은 27일 이·취임식을 열기로 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 대관을 취소했고, 26일 오전에는 갑자기 특별 지도점검을 하겠다며 공문을 보내고 이날 오후 2시경 포교국장, 팀장, 행정관, 주임 등 포교원 관계자들이 불교여성개발원에 들이닥쳐 서류들을 실어갔다. 이 과정에서 불교여성개발원 관계자들과 포교원 관계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여성개발원 한 회원은 “포교원이 여성개발원 이사회를 개최하려면 사단법인 지혜로운 여성 이사회에서 선출된 김외숙 후보 대신 대안과 복수추천을 준비하라고 요구했다”며 “이는 포교원의 감정적 판단이며, 여성불자들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막으려는 부당한 압박이어서 이의를 제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불교여성개발원 관계자는 “지금이 어느 때인데 연좌제를 적용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추천하고 선출한 여성불자들을 대표를 인정하지 않고, 행사를 방해하고 특별감사까지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내부 논의를 거쳐 정당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불교여성개발원 회원들은 조계종단의 갑질에 분노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불교여성개발원 해산까지 각오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한 회원은 “부처님 제자로서 우리는 모두 평등하고 독립된 개체이며 도반이다. 여성불자들도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안다”며 “포교원의 행태는 여성을 남성의 부속물로 인식하는 등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을 드러낸 것이며 불교여성개발원을 포교원장 1인의 사조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마저 들게 한다. 조계종 포교원의 위상을 이번에 똑똑히 보게 됐다”며 화를 삭이지 않았다.

포교원은 불광법회장과 부부라는 점 외에도 김외숙 수석부회장이 조계종 적폐청산 운동이 한창이던 올해 여름 불광사 신도 일원으로 총무원장·포교원장·교육원장 등 3원장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법회에 참여한 것도 불인정 이유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외숙 수석부원장은 촛불법회에 참석했지만, 3원장 퇴진을 요구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여성개발원 측은 “설정 총무원장의 퇴진은 결국 조계종 중앙종회가 한 일인데 왜 여성불자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는 거냐”는 볼멘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포교원의 행태는 조계종단의 문제를 비판한 재가불자는 무조건 배제시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불교여성개발원은 포교원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27일 오후 2시 개발원 교육관에서 ‘불교여성개발원 원장 이임식 및 (사)지혜로운 여성 이·취임식’을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성료했다.

노숙령 9대 원장은 “지난 13일 36대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취임사에서 ‘소통과 화합을 기조로 승가공동체 정신을 회복하고 부처님 가르침의 사회적 회향을 통해 미래불교를 열어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천명한 것에 공감한다”면서도 “우리는 앞으로 2년간 단체를 이끌어 갈 새로운 원장을 포교원으로 임명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사)지혜로운 여성 이사장만을 선출한 상태로 이·취임식을 갖게 돼 매우 유감스런 상황을 맞았다”며 “그간의 과정과 사유는 이미 공지해 알고 계실 것이다. 이런 것이 과연 진정한 소통이고 화합의 결과가 되는 것이냐. 종교지도자의 위치에 있는 분들은 재가신도들의 귀감이 될 분들이라는 생각을 가진 불자들의 생각이 틀린 것이냐”고 했다.

이날 취임한 김외숙 (사)지혜로운 여성 7대 이사장은 “오늘날 불교계와 여성계를 둘러싼 내외여건 뿐만 아니라 우리 단체가 처한 상황도 어려워 이 시점에 이사장을 맡는 책임의 무게를 더욱 크게 느낀다”면서 “우리 단체의 문제해결이 불교계와 여성계, 나아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다는 신념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등대 삼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 조계종 중앙신도회가 언론사불자연합회에 통보한 행정조치 처분 공문.


언론인불자회에는 반종단적 정치 활동 덫 씌워 행정조치

조계종 포교원은 26일 특별지도감사에 이어 28일부터 다시 감사를 재개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여성개발원 측은 단체 해산까지 염두에 두고 포교원의 비상식적이고 여성 차별적 조치에 적극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여성개발원 관계자는 “원만한 문제해결을 위해 조용하게 접근했지만 포교원의 행태는 이미 주변에 다 알려졌다. 이·취임식을 마치고 공론화하는 등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포교원 등 조계종단이 종단 문제에 비판적인 불자들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포교원은 지난 10월 25일 언론인불자연합회(회장 정일태)에 “종단 지침에 반하는 반종단적 정치활동에 따라 행정처분”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행정처분 내용은 ‘종단 사업 참여 일체 금지’이다. 포교원 통보에 이어 조계종 중앙신도회도 지난 2일 같은 내용의 행정처분을 통보했다.

언론인불자연합회는 일간지 방송사 등에서 근무하는 불자언론인들의 신행단체이다. 올해 조계종 적폐청산 운동에 앞장선 불교개혁행동 연대단체로 참여했다. 포교원의 이 같은 행태는 국민적 질타를 받으면서도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재가불자들을 해종행위자로 덫을 씌워 다른 신도단체나 재가단체들이 종단 비판에 나서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의 갑질은 도를 넘어선지 오래다. 온갖 권력을 동원해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를 탄압한 지 1120일째(27일 현재)이다. 심지어 조계종단 행사가 아닌 방송사 행사에서도 갑질을 하고 있다. 

 

▲ 제1회 BTN 붓다회포럼에서 불교닷컴 불교포커스 취재기자를 '해종언론 취재차단'을 관철시켜 퇴거시킨 후 등장한 조계종 총무원 부실장이 상석에 자리잡았다.


조계종 총무원은 지난 26일 오전 BTN불교TV가 야심차게 준비한 제1회 붓다회포럼(좌장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국회정각회 후반기 회장)을 취재하던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 기자들을 현장에서 퇴장하도록 BTN 측에 요구했다. 이날 행사에는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남북평화시대, 종교(불교)계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때문에 일간지를 비롯해 여러 기자들이 취재를 했다. 하지만 조계종 총무원은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 기자들이 취재를 하면 원행 총무원장의 치사(致辭)를 취소하고 중도에 퇴장하겠다며 행사 관계자들을 괴롭혔다.

조계종 총무원은 BTN 측에 “총무원장을 초청해 치사를 부탁하고는 조계종이 제재를 가하고 있는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 기자들이 취재를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를 대면서 ‘중도 퇴장’을 운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총무원 측이 매우 불편해 한다”고 했다.

조계종 총무원의 으름장에 BTN 관계자들은 결국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 기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정중하게 현장에서 벗어나 줄 것을 부탁했다.

이에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 기자들은 국회정각회 회장 등 불자들과 통일부장관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에게 불교계 치부가 드러나 BTN 측이 힘껏 준비한 행사가 위축되지 않도록 취재를 중단하고 퇴장했다.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 기자들이 퇴장하기로 하자 원행 총무원장이 박수를 받으며 입장했다. 이 행사에는 포교원이 불인정한 김외숙 (사) 지혜로운 여성 신임 이사장의 남편인 박홍우 불광법회장과 반종단적 정치활동라는 해괴한 덫이 씌워져 행정조치를 받은 정일태 언론인불자연합회장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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