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랑대사 복제품 이운 행사가 해인사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지난 9일 열렸다.

1100년 전 고려 왕조를 세운 태조 왕건의 경기 연천 왕건 사당을 찾아가 인사하는 퍼포먼스에 해인사 경판이 이운되는 행사가 벌어졌다.

퍼포먼스는 왕건의 건국 사업을 물심양면 도운 10세기 해인사 고승 희랑대사 조각상과 대장경 경판이 합천 해인사에서  경기 연천 왕건 사당을 찾아 인사하는 행사로 진행됐다.

행사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고려건국 1100돌 기념 ‘대고려’ 전을 앞두고  해인사의 희랑대사좌상과 고려대장경판 일부를 박물관으로 옮기는 이운(移運) 으로 9~10일 양일간 진행됐다.

행사는 9일 오전 해인사에서 희랑대사 좌상과 고려대장경 사간판(절에서 찍은 목판) 4점, 비로자나불상 복장 유물 6점의 이운을 부처에게 알리는 고불식 이후, 좌상 진품과 장경판, 복장유물들을 국립중앙박물관에 옮겼다.

이어  해인사 성보관 전시 중이던 희랑대사의 복제상은 박물관서 다시 다음날 10일 오전 연천의 왕건 사당 숭의전으로 가마에 태워져 옮겨졌다.

중앙박물관은 희랑대사 복제상과 다른 대여유물인 고려대장경판 복제본을 실은 가마를 승려와 의장행렬이 둘러싸고 취타대의 연주 속에 박물관 정문에서 열린마당까지 행진하는 이벤트도 열었다.

해인사 희랑대사는 10세기 나말여초 시대 전란으로 황폐했던 해인사를 다시 일으켰고, 고려 팔만대장경이 자리한 법보종찰의 터전을 닦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태조 왕건의 통일 전쟁 당시 해인사를 포함한 영남 일대의 불교세력은 왕건을 지지하는 북악 세력을 규합해 후백제 왕 견훤을 지지하는 남악 세력을 북악 중심으로 이끌며 건국에 큰 공훈을 세워 고려 왕건의 추앙을 받았다.

이어 희랑대사는 고려 건국 뒤 수백여결의 토지를 하사받아 해인사를 대찰로 위상을 높이면서 조선초 팔만대장경 경판의 보존처로 간택되는 역사적 기반을 만들었다.

이 공덕으로 열반 직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희랑조사상은 해인사에 진품이 있고 복제품이 전시돼 왔다. 

이날 행사는 북한 쪽에 보존된 왕건상과의 조우를 위해 진행됐지만, 남북협력이 중단되면서 북한 박물관 쪽과의 만남조차 아직 성사되지 않아 복제품으로 경기 연천 왕건 사당을 찾아가 인사하는 퍼포먼스로 대행됐다.

▲ 해인사 고려대장경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이운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희랑대사상의 이번 퍼포먼스를 통해 북한에 왕건상이 와야 한다는 의사를 상징적으로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행을 지휘한 배기동 관장은 “개성의 진산 송악산에서 가까운 연천의 숭의전에서 왕건 초상과 희랑대사의 상이 만남으로써 고려 건국의 의미를 분명히 알리고, 북쪽에도 우리가 왕건상 출품을 간절히 바란다는 뜻을 전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해인사 소장 희랑대사 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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