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은사의 본사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과 지난 27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면담했다.

시민단체 항의 방문에 천은사 문화재관람료 징수가 일시 중단됐다. 매표소는 문을 닫고 징수 직원은 자리를 비웠다.

지난 10월 27일 오후 4시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민생경제연구소, 불교개혁행동, 종교투명성센터,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환경운동연합 등 7개 시민사회단체는 문화재 관람료를 위법 징수하고 있는 지리산 천은사 매표소 앞에서 ‘문화재 관람료 위법징수 천은사 항의방문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 단체는 사전 보도자료로 이날 방문을 예고했고, 천은사 매표소를 기자회견 당일 방문하였을 때는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중단하고 매표소에서 직원들은 철수하고 없었다고 밝혔다.

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천은사 매표소 입구에서 “위법한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즉각 중단하라”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단체 관계자들이 유인물을 배포하려 하자 매표소를 지나는 차량 탐승자들는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는 줄 알고, 창문을 내리고 현금을 꺼내 내려하기도 했다.

김집중 종교투명성센터 사무총장은 “대다수의 통행자들은 문화재 관람료 징수의 부당함을 알고 있는지 격려와 지지의 뜻을 밝히며 지나갔다”고 설명했다.

조계종 문화재 보유사찰들은 2007년 국립공원 입장료가 전면 폐지되자 입장료를 징수하던 매표소를 거의 그대로 사용해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하고 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은 문화재 소유자는 관람료를 징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문화재 관람 의사가 없는 등산객 등 일반국민에게도 관람료를 징수하는 점이다. 사찰 측은 사찰소유 토지에서 관람료를 징수한다고 하지만 국립공원 매표소를 그대로 쓰거나 사찰과 상당히 먼 지역에서도 관람료를 징수해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또 관람료는 거의 현금만 받는다.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문화재보유사찰 마다 관람료도 차이가 있다. 관람료 액을 어떻게 결정하는 지도 국민은 알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산에 도적이 출몰했다'는 비판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이날 천은사에 다녀온 김집중 사무총장은 29일 KBS <오태훈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문화재관람료 징수의 문제점을 이야기했다.

김 사무총장은 <오태훈의 시사본부>에서 “현금 결제가 가장 큰 것이 아무래도 수수료가 떼어지는 게 꺼려지는 것 같다”며 “근본적으로는 아마 카드 결제로 하게 되면 그 내용이 다 국세청으로 넘어가니까 국가에서 그 내용을 파악을 하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든다”고 했다.

또 “사찰 문화재관람료 수입액이 공개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며 “임시방편으로라도 징수 위치라도 좀 변경을 해 달라요구하지만 사찰 측에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를 한다”며 “그 이유는 사찰수입이 3분의 1로 줄어든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문화재 관람료는 사용처가 공개된 적이 없다”며 “세금도 안 내고 있다. 공익법인들이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다른 공익법인은 결사자료는 공개하고 외부감사도 받는다. 하지만 사찰은 회계투명성을 갖추지 않고 있고 외부 공개도 하지 않는다. 투명하지 않으면 차라리 세금을 내는 것아 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날 천은사가 매표 행위를 일시 중단한 것도 화제거리가 됐다. 김 사무총장은 “매표소 인원이 그날 철수했더라. 그 전날 저희가 내려간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냥 도망치듯이 철수를 한 건지 안 보였다”며 “그날이 토요일인데 등산객도 상당히 많았다.여론이 안 좋으면 슬그머니 철수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 결국은 눈치를 보고 있는 거다. 참고로 지난 대선 때도 안 받았다고 하더라”고 했다.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중단하고 문화재 보수비를 정부 지원을 받아 보전하는 방안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일반 시민들 입장에서는 그게 가장 좋은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원래 국가에서 일괄 징수했던 거다. 일괄 징수해서 사찰에 비용을 보전해 주는 형식이었으니까, 원래 취지를 보더라도 문화재 관람료를 안 받고 그리고 국가로부터 받는 게 제일 낫다. 그렇게 되면 매표소 유지비용이 아예 안 들어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사무총장은 “사찰의 수입은 감소하겠지만 결국은 유지보수 하는데 드는 비용은 국가로부터 투명하게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선행돼야 될 것은 그렇게 쓰인 돈이 투명한 공개가 우선 돼야 한다. 결산보고 의무나 이런 것들은 다른 공익법인들에 비해서 종교단체들에 대해서 너무 많은 특혜를 주고 있다. 그투명하게 갖춰 놓고 지원을 하는 방안들이 마련돼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토요일 날 만난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도 대화의 장에 대해 동의했다”며 “불교계와 정부 관련 단체들과 대화를 먼저하고, 계속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사찰들이 돈을 걷어 상당수는 매표소 관리비용으로 쓰고, 상당수는 조계종 중앙, 서울로 보낸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너무 투명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본다. 문화재관리법이나 세법을 개정하는 운동도 같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27일 천은사 매표소에서 유인물을 배포한 후 해당 본사인 화엄사를 찾아 주지 덕문 스님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화엄사 주지 스님에게 “합리적이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요구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은 “일방적으로 천은사만 매도당하는 현 상황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시민사회가 이러한 위법한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하도록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정부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주어야 한다”고 했다.

또 덕문 스님은 “관람료 징수와 관련 정부와 협상을 해오고 있으며 정부가 화엄사(천은사는 화엄사의 말사)의 요구안을 수용할 경우 천은사의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중단할 뜻도 있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덕문 스님에게 “정부와의 면담 과정에 시민사회가 참여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자 스님은 “정부와 화엄사,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토론회도 검토해 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천은사 항의 기자회견에 참가한 시민단체들은 향후 공익소송단을 모집하고 소송을 통해 위법한 문화재관람료 징수 중단을 압박할 예정이다.

문화재관람료는 대부분 해당 사찰의 문화재 보수를 비롯한 목적불사와 사찰운영에 사용된다. 관람료 수입의 일부는 서울 조계종 총무원과 해당사찰이 공동예치해 사용한다. 조계종의 <사찰문화재 보존 및 관리법> 제10조는 문화재구역입장료 공동예치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문화재보유사찰은 매월 5일까지 전월의 문화재구역입장료 총수입의 30%를 총무원과 사찰의 공동명의로 해당사찰 소재 금융기관에 예치하여야 한다. 단 연간 문화재구역입장료 수입이 3,000만 원 미만인 경우에는 문화재보유사찰 위원회의 결의로 예치금의 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 공동예치금은 당해 문화재 보유사찰의 국가 또는 지방문화재의 수리 및 보수 비용, 건물 탑 불상 탱화 등 수리 보수, 목적불사, 사무원 임금 등에 쓰도록 하고 있다.(동법 11조)

또 문화재구역입장료 가운데 공동예치금을 제외한 수입은 성보관리 및 문화재 보수, 사찰의 목적불사와 사찰운영에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동법 12조)

▲ 천은사 문화재괌럄료 징수 사무실 앞에서 27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부당 징수 캠페인을 벌였다.

* 이 기사는 업무제휴에 의해 불교닷컴이 제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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