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주사본 아미타경

동아시아 목판화에서 불교의 내세관이 압축된 극락과 지옥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티베트에서 19세기 제작한 가로 60㎝, 세로 73㎝ 크기 판화 '생사윤회도'를 보면 인간이 죽은 뒤 가게 될 세상이 정교하게 묘사됐다.

판화는 사후 세계에서 영혼이 갈 극락, 인간, 아수라, 축생, 아귀, 지옥을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불교 내세관이 오랜 시간 대중에게 전파된 목판화가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에서 전시회를 연다.

박물관은 소장 유물 6천여 점 가운데 생사윤회도처럼 동아시아인의 생사관이 담긴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이는 특별전 '판화로 보는 극락과 지옥'을 19일 부터 내년 1월 20일까지 연다.

개막전에는 19-20 양일간 '원주 세계 고판화문화제'도 열리며, 이번  전시 주제는 지옥의 세계, 극락의 세계, 극락으로 가는 길이다.

한선학 고판화박물관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동양 신들의 세계를 망라하는 '신과 함께' 전시를 기획했다"며 "실제로 판화 중에는 스토리가 있어 만화의 원형이라고 할 만한 작품도 있다"고 말했다.

전시에는 한국 중국 일본 티베트 베트남 등 동아시아 일원에서 불교 내세관을 판각한 것이 총동원된다.

전시 중 지정문화재로는 강원도 유형문화재인 '덕주사본 아미타경'과 '용천사본 아미타경'이 나온다. 16세기 후반에 간행된 서적으로, 위쪽에는 그림을 싣고 아래쪽에 글을 수록했다.

중국 작품으로는 극락으로 인도하는 배인 반야용선(般若龍船)을 묘사한 판화를 비롯해 극락세계를 아름다운 색으로 칠한 석판화를 본다.

▲ 일본 아미타래영도

화려한 채색의 일본 만화를 연상시키는 일본 판화는 에도시대(1603∼1867)에 만든 '아미타경 변상도(變相圖, 불교 경전 내용을 소재로 한 그림)' 목판, 아미타부처가 중생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모습을 담은 '아미타래영도' 등이 출품됐다.

특히 티베트 불화판화로 ‘육도윤회도’ 목판을 비롯, 신라의 ‘김교각 지장보살상’ 등의 대형 불화 판화도 최초 공개된다.

▲ 티베트 생사윤회도

극락과 달리, 지옥을 상징하는 판화로는 고려시대 해인사에서 발행된 ‘시왕판화’를 비롯해 16C 북한 묘향산 보현사에서 만들어진 ‘6 지장보살’과 8대 보살 중 하나인 ‘지장보살’ 판화 등 7점의 지장보살 대형 불화판화가 전시된다. 

불교의식과 관련, 천도재 의식용인 ‘신상지마(神像紙馬)’를 인쇄하기 위해 제작된 천도재 목판 세트 20장과 <관무량수경>을 동판화로 제작한 원판이 최초로 공개된다.

한 관장은 "동양의 신 이야기도 고대 그리스·로마 신화처럼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동양 신화를 체계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창의적 콘텐츠를 만드는 데 판화가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저승옷 판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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