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2
모든 중생들은 삶과 죽음을 생각하지 않고 잘못된 근심에 탐닉하고 있다. 비유하면 마치 사람이 넓은 들판에 다니다가 사나운 코끼리에게 쫓긴 것과도 같다.
겁이 나서 달렸으나 의지할 곳 없었는데 빈 우물 옆의 나무뿌리를 발견하고 밑에 몸을 숨겼다. 그런데 우물 안에는 검고 흰 쥐 두 마리가 있었고 나무뿌리를 갉아먹고 있었다. 우물 네 둘레에는 네 마리 독사가 있으면서 그 사람을 물려하고, 우물 아래에는 독룡이 있었다. 그 사람은 속으로 용과 뱀을 무서워하여 나무뿌리가 끊어질까 두려웠다.
그런데 나무뿌리에서 다섯 방울의 벌꿀이 입에 떨어져 왔다. 그것이 탐나 나무뿌리를 막 흔드니 벌이 흩어져 이 사람을 쏘았고, 들불은 다시 번져 와서 (그 사람은) 끝없는 고통을 받게 되었다.
넓은 들판은 어둡고 긴 밤의 넓고 먼 사실을 비유함이요, 사람은 (생사를 초월하지 못하는) 범부에 비유한 것이다. 코끼리는 무상의 비유, 우물은 험난한 생사 언덕의 비유, 나무뿌리는 목숨의 비유, 검고 흰 두 마리 쥐는 낮과 밤의 비유, 나무뿌리를 갉아 먹는 것은 염념멸(念念滅)의 비유, 네 마리 뱀은 사대(四大:지,수,화,풍)의 비유, 꿀은 오욕(五欲: 욕망을 일으키는 색,성,향,미,촉 등의 5경)의 비유, 벌은 사견(邪思)의 비유, 불은 노병(老病)의 비유, 독룡은 죽음의 비유이다. 생로병사는 매우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니, 마땅히 늘 생각하여 오욕(五欲)에 삼켜지는 바가 되지 말도록 하여라. <비유경(譬喩經)>

523
무리 지어 잠자는 새들은 밤에 모였더라도 아침이면 바로 날아간다네.
죽어서 떠나 친지와 헤어지는 것도 또한 이 같으리니. <무상경(無常經)>

524
비유하건대 사냥꾼이 짐승들을 포위하여 쫓는 것처럼 무상의 법도 이와 같아서 중생을 다그치듯이 쫓는다. <마하마야경(摩訶摩耶經)>

525
낮과 밤은 언제나 흐르니 목숨 또한 따라 줄어지네.
사람의 목숨이 점차 줄어드는 것은 마치 작은 개울물과도 같도나. <잡아함경(雜阿含經)>

526
사람의 수명이 오래 머무르지 못하는 것이 마치 박수소리와도 같구나. <정법념처경(正法念處經)>

527
네 형제가 있었는데 가업을 등지고 산에서 한가히 머물며 오신통을 얻어 선인이라 불렸다. 수명이 어느덧 다해 가는 것을 스스로 알고는, 피하고자 각자 생각한 끝에 모여 의논하였다. “우리들의 신족통은 자기 마음껏 날아오를 수 있어서 가는 곳에 거리 낄 바가 없었지만, 이제는 무상의 뜻대로 되어서 목숨을 잃게 되었으니, 마땅히 방편을 써서 이 재앙을 면해야만 되겠다.”
한 사람이 말했다. “공중에 올라가 몸을 숨긴다면, 무상의 적이 내가 있는 곳을 어떻게 알겠는가?”
한사람은 말했다. “시장에 사람 복잡한 곳으로 들어가 운명을 피하면, 무상의 적이 다른 사람을 데려갈 수도 있으니 반드시 나를 데려가겠는가?”
한 사람이 말했다. “큰 바다에 들어가면, 무상의 적이 어찌 알겠는가?”
또 한사람도 말했다. “큰 산의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산을 쪼개어 그 속에 들어가 위를 다시 덮어 두면, 무상의 적이 내가 있는 곳을 알리 있겠는가?”
그러나 네 명은 각자 운명을 피하려했지만 끝내 벗어날 길 없었다. 공중에 있던 이는 갑자기 땅에 떨어져서 익은 과일 떨어지듯 했다. 산 속에 있던 이는 흙으로 매장되었고, 큰 바다 속에 있던 이는 고기와 자라의 밥이 되었다. 시장 속으로 들어갔던 이는 사람들 속에서 저절로 죽어버렸다.
세존께서 이를 보시고 말씀하셨다. “이 네 사람은 어리석고 통달치 못하여 숙업(宿業)을 버리려 하면서도, 삼독(三毒)을 제거하지 못하고 궁극의 지혜에 이르지 못하였으니, 예로부터 누가 이 근심에서 벗어날 수 있었더냐.” <사부득경(四不得經)>

528
사위성에 대부호가 있었다. 재물은 셀 수 없이 많이 있었으나 집에 아들이 없어서 죽은 후에 그 재산을 나라에 빼앗길까 염려되어 3보에 귀의하여 정진했다. 아들 얻기를 원하더니 잉태하여 사내아이를 낳게 되었다. 세월은 흘러 아들이 자라게 되자 일찌감치 결혼을 시켜버렸다.
어느 날 아들 부부는 함께 숲 속을 가게 되었는데, 마침 숲 속에 무우과(無憂科)의 꽃이 선명히 피어 있었다. 넓은 잎에 붉은 꽃 빛이 창연하여 신부는 남편에게 그 꽃을 가지고 싶다고 하였다. 남편은 바로 나무로 올라가 꽃을 땄는데, 나뭇가지가 약해서 부러지는 탓에 남편은 떨어져 죽었다.
부모가 이를 알고 급히 뛰어와 머리를 안고 쓰다듬었으나 끝내 소생하지 못하였다. 부모는 너무나 슬피 울다가 오장이 모두 상하게 될 지경이어서 사람들도 이를 보고서는 애통히 여겼다.
부처님께서는 아난과 성 안에 들어가시다 그 죽음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사람에게는 태어남과 죽음이 있고, 사물에는 이루어짐과 무너짐이 있기 마련이다. 목숨이 다하는 때는 피할 수 없는 것, 우울한 생각을 버리고 슬퍼함도 거두라. 이 아들은 천상으로부터 그대 집에 왔다가, 수명이 다해 그대의 집을 떠난 것이니, 하늘(天)의 아들도 아니요 그대의 아들도 아니니라. 아들의 인연에 의지하여 아들의 생사는 마치 나그네와도 같으니, 죽음이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가버린 사람을 쫓지 말지어다.” <장자자오뇌삼처경(長者子懊惱三處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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