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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당간]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2018년 10월 11일 (목) 14:53:04 이도흠(한양대 교수) budjn2009@gmail.com


수많은 종도들의 발원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치러졌고 새로운 총무원장이 선출되었다. 설조스님이 40여 일을 단식하고 수많은 불자들이 그 더운 여름에 거리에서 종단개혁을 외쳤지만 요지부동이다. 지금 이 자리에 부처님께서 계신다면 무엇이라 하실까. 아마 “온 세상이 불타고 있다.”라고 말씀하셨으리라.

부처님께서 우루웰라 가야, 나디 등 까사빠 형제와 이들의 제자 천여 명을 교화하시고는 그들 모두와 함께 왕사성으로 가다가 가야시사에서 “수행자들이여, 온 세상이 불타고 있다. 온 세상이 불타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눈이 불타고 있다. 눈에 보이는 세상이 불타고 있다.(…중략…) 무엇 때문에 불타고 있는가? 탐욕의 불이 타오르고 있다. 분노의 불이 타오르고 있다. 어리석음의 불이 타오르고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잡아함경』을 비롯하여 여러 경전에 나오는 말씀이다.

지금 조계종단은 활활 불타오르고 있는 화택(火宅)이다. 탐욕, 분노, 어리석음의 삼독(三毒)이 이 불의 연료다. 그럼에도 권승들은 삼독에 휩싸여 불난 집에서 뛰쳐나올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절이 자본주의의 탐욕에 맞서는 무소유과 공동체의 성지가 되어야 하거늘, 그들은 돈을 부처님보다 더 섬기며 더 많은 돈을 갖기 위하여 범계행위를 다반사로 한다.

사부대중의 평등함이 샹카의 바탕이거늘, 권력이 있어야 더 많은 돈을 획득한다며 더 큰 권력자에게 아부하고 약한 도반들은 깔아뭉갠다. 그리 얻은 돈으로 여인을 탐하고 수시로 도박을 한다. 그리고는 이를 지적하는 이들은 ‘해종’으로 낙인을 찍고 물리적, 구조적, 문화적 폭력을 행하며 ‘적반하장의 성냄’을 표출하고, 자기 편은 무조건 감싸고 다른 편은 철저히 배제하는 당동벌이(黨同伐異)에 몰두한다.

무엇보다도 종단의 가장 큰 위기의 핵심은 은처, 도박, 공금횡령, 폭행, 성폭력 등 권승들의 범계 및 비리 행위가 임계점을 넘어섰음에도 이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장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설혹 오염물질이 들어온다 하더라도 물은 흐르면서 이온 작용, 미생물의 물질대사, 식물의 흡수 등으로 자연정화를 하여 맑음을 유지하거늘, 지금 종단에는 정화하는 시스템도, 사람도, 문화도 없다. 권승들은 진리와 허위, 깨달음과 깨닫지 못함은커녕, 극심한 범계를 해도, 불난 집 안에 있어도 모르는 심각한 어리석음에 빠져 있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맑은 불자들의 앞에는 크게 세 가지 길이 있다. 첫째, 종단 바깥에 청정한 불교를 건설하는 것이다. 청정한 스님과 재가불자들이 모여서 사부대중이 평등한 상카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공하려면 21세기의 포스트세속화 시대에 부합하는 교리의 재해석과 계율의 현대화를 수행함은 물론, 위로는 깨달음과 열반에 이르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하면서 청정함을 유지할 수 있는 수행법과 청규, 의례, 교육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둘째, 인디언들이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 기우제의 성공률이 100%인 것처럼, 종단이 어떻게 하든 관계없이 꾸준히 개혁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때 운동의 목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자승을 정점으로 한 권승 카르텔의 해체다. 그의 퇴출이 없는 한 권승 카르텔의 유지와 이들에 의한 범계와 비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수행과 재정의 분리, 직선제 등 종단을 근본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개혁책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불교개혁행동은 존속시키되, 정치운동, 언론 및 홍보운동, 담론운동 등 기능별로 체계화하며, 승/재가 모두 주체로서 각성한 시민보살로 거듭나야 한다.

셋째, 각 절 안에서 청정한 불자들이 연대하여 ‘내 절 청정하게 바꾸기 운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상카의 전통인 갈마제를 풀뿌리 민주제와 결합하여 사부대중이 평등한 협치(協治, governance) 시스템을 정립하여, 절 안의 온갖 적폐를 청산하고 수행과 재정의 분리, 사방승가 정신에 부합한 승려 복지 체제 수립 등의 운동을 벌인다. 이를 위해 미투운동처럼 각성한 신자들이 단 두 명이라도 모이는 것부터 시작하여 ‘을들의 민주주의’ 깃발을 들자.

각자 자신의 신념과 근기에 맞게 이 세 운동을 수행하면서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필요에 따라 연대한다면, 한국 불교의 개혁은 꿈에서 현실로 변할 것이다. 어느 운동을 하든 명심할 것은 내 안과 밖의 불을 모두 끄는 물은 바로 팔정도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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