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욱진의 팔상도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과 선종(禪宗)을 투영한 장욱진의 불교세계가 전시장에 마련됐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이 ‘장욱진과 백남준의 붓다’ 전시회를 오는 12월 2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백남준의 ‘TV부처’(1974), ‘Born again’과 장욱진의 ‘진진묘’(1973), ‘팔상도’(1976) 등 불교적 세계관이 투영된 작품 30여점이 선보인다.

전시 작품 중 백남준의 ‘TV부처’는 설치 미술적인 요소에다 영상을 결합시켜 부처 조각품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TV, 그리고 비디오카메라를 등장시킨다. TV 앞에는 부처가 앉아 있지만 부처가 단순히 TV를 보는 게 아니다. 비디오 카메라로 잡은 부처의 형상을 TV로 비추고 TV 속에 재현된 자신의 형상을 다시 부처가 바라보는 작품이다. 

물리적 공간과 심리적인 공간이 하나의 상황 속에서 통합되는 것을  실재와 가상의 영역에 대한 성찰로 보여 주는 설치 예술은  ‘실재인 부처가 TV 속 가상의 부처를 보고 그 가상의 부처를 보는 모습'을 반복해 연출한다.

장욱진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역사 교사에게 대들다가 퇴학처분을 받은 뒤 몸이 나빠져 수덕사로 요양을 갔다가  만공스님을 만나 6개월여 동안의 절집 생활로 작품의 토대를 닦었다. 이후 1977년에는 통도사의 경봉스님으로부터 ‘비공(非空)’ 법명도 받았다.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작 ‘진진묘’와 ‘팔상도’를 보여준다.

작품 ‘진진묘’는 그의 부인의 법명을 넣어 1973년 작이고, ‘팔상도’(1976)도 불교적 세계관을 담은 대표작이다.

팔상도(八相圖)는 말 그대로 여덟가지 그림으로 보는 부처의 일생이다. 팔상도는 태몽-도솔래의상(兜率來儀相), 탄생-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 고민-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 출가-유성출가상(踰城出家相), 수행-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 깨달음-수하항마상(樹下降魔相), 설법-녹원전법상(鹿苑轉法相), 열반-쌍림열반상(雙林涅槃相) 등 여덟가지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거대한 화폭에 부처님의 일생을 담아낸다. 

장욱진은 A4용지만한 크기의 종이 한 장에 이를 집어넣고, 부처님의 탄생과 생로병사에 대한 고민, 출가,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고통과 유혹, 득도, 설법 등 팔상도를 서양화로 압축했다.

윤여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회는  선사상을 서양의 매체로 재해석한 화가 장욱진과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비교하며 장욱진의 불교 소재 작품을 통해 자기성찰의 불교 세계관 이해하는 작품세계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장욱진의 작품 ‘팔상도’.


장욱진의 작품 ‘진진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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