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조 산하 대한불교조계종지부가 20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범했다. 왼쪽부터 심주완 조계종 노조 사무국장, 김성환 전국민주연합노조 위원장, 심원섭 조계종 노조 지부장,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 이양진 민주일반연맹 위원장.(사진=불교포커스)

조계종 종무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 민주노총 산하 연합노조 지부로 출범했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조 산하 대한불교조계종지부는 20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범을 산별노조로 공식 선언했다.

조계종 총무원 심원섭 포교원 전법팀장이 노조 지부장, 심주완 호계원 사무팀장이 사무국장을 맡았으며 40여 명의 종무원이 노조원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계종 노조는 출범선언문에서 “지난 9개월의 소요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후유증을 남겼다. 돌이켜보면 이 소요의 원인은 수십 여년 세월 동안 축적되고 지속되어 온 것”이라며 “종단의 ‘안정과 쇄신’은 그 말 자체의 절실한 여망에도 불구하고 모든 종도들을 인질처럼 붙잡아 두었다”고 밝혔다.

조계종 노조는 이어 “종단의 안정이라는 말은 우리의 병을 들여다보지 못하게 했고, 용기 있게 드러내지 못하게 했으며, 결국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깊은 병을 안겨주었다. 안정은 곧 특정 정치세력의 안정이었다”고 했으며, 종단 쇄신에 대해서도 “무엇을 자성하고 쇄신해야 하는지도 모른채 언 손과 발을 녹여가며 1000배를 하고, 잃어버린 절 땅을 찾겠다고 한여름 땡볕에 서울시청까지 삼보일배를 했지만, 종무원들의 땀방울이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고 또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면서 “종무원의 자긍심은 순응적 문화, 줄서기 문화에 무너졌고 애종심과 쇄신은 수단과 도구로 전락했다. 오늘 우리는 노동조합을 출범하며 당당하게 노동자로서 스스로의 권익을 보호하고 우리의 일터인 종단과 사찰이 세상의 든든한 안식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노조는 △종무원들의 인권 및 권익향상 △자유로운 의사표현이 어려운 조직문화 개선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개선 △직장 내 성평등 구현 등을 선언하고 “모든 생명은 스스로의 주인이라는 부처님 지혜와 자비의 뜻을 담아 사부대중의 평등한 공동체를 실현에 불자와 국민에게 신뢰받는 종단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성환 전국민주연합노조 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오늘 이 자리는 조계종이 지향하는 부처님의 자비 실천과 민주노총의 사회 개혁 실천이라는 공동선이 만나는 자리다. 정화불사와 94년 개혁불사의 정신을 이어가려는 조계종과 사회 개혁을 실천하려는 민주노총의 만남은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면서 “민주노총 조계종 지부의 발전과 조계종의 발전을 깊이 응원한다”고 말했다.

윤택근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종교계에서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 그리고 개혁을 위한 걸음을 내딛었다는 점에서 오늘 노조 결성은 대단히 의미가 깊다”면서 “불교계를 시작으로 다른 종교계에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출범선언이후 질의응답에서 조계종 중앙종무기관 및 산하기관 종무원 수는 약 350명이나 노조 출범은 40여 명에 불과하다는 질의에 심원섭 지부장은 “조계종을 둘러싼 일련의 문제는 수년간의 문제가 축적된 결과라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라며 “조계종이 국민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는데 그 책임이 결코 스님들에게만 있지 않다는 인식을 서로 공유하게 되면서 그것이 노조 출범이라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40여 명이 뜻을 모아 출범을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반응이 좋고 호응이 높다. 오늘을 기점으로 인원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고 밝혔다.

산별 노조로 등록한 조계종 노조는 중앙종무기관, 산하기관, 지역사찰 등의 조계종 일반직 종무원에 개방형으로 가입 기준에 대해 심 지부장은 “일반직 종무원이라면 말단 직원에서부터 차팀장까지 모두 가입이 가능하다. 다만 인사, 운영 등 주요 결정권을 행사하는 자리에 있을 경우에는 가입을 하더라도 해당 소임을 맡는 동안 노조 자격이 일시적으로 중지된다”고 밝혔다.

심 지부장은 이어 “산별노조 출범에는 중앙종무기관 외 단위 사찰 및 지역 사찰 종무원들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취지 외에 불교계에 벌어지는 내부 문제를 공동으로 풀어가자는 취지도 담겨있다”면서 “불교계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인재를 육성하고 나아가 미래의 희망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은 대변인 학암 스님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노동조합이라는 형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려는 움직임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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