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조계종은 새로운 총무원장 선거로 들썩이고 있다. 종단에서는 원행 스님을 비롯한 여러 후보가 등록을 마친 후 밀담과 모의가 한창이다. 불교개혁행동을 중심으로 한 종단개혁 진영에서는 이를 반대하는 여러 운동을 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총무원장은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실질적인 수장이자 불교만이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그에 부합하는 정치적, 사회문화적 위상을 지니며 막강한 권력을 갖는다. 그는 한국 불교를 대표하여 대통령을 비롯하여 정관계와 문화계 인사들을 만나고 굵직한 국가행사에 앞자리를 차지하고 불교계의 의사를 수렴하여 국가 정책으로 전환하는 창구가 되고 국가 예산과 정책의 할당이나 배려를 요청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는 대한불교조계종 안에서 각 교구에서 선출된 본사 주지를 임명하고 종단의 예산을 관리하고 집행하는 권력을 갖는다. 그러기에 총무원장은 지도력은 물론, 수행자로서 능력과 인품, 한국 불교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의지력, 공정성을 필요로 한다. 승가든 재가든, 모든 종도들은 이를 두루 갖춘 분이 총무원장에 올라 한국 불교를 중흥시켜 주기를 간절히 발원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선거를 보면 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이루어졌다. 한 마디로 총무원장 선거는 금권선거와 권력 야합의 장이었다. 종단의 총무원장 선거 관행에 대해 명진 스님은 <중앙일보>와 행한 인터뷰에서 “24개 교구 본사에서 240명, 중앙종회 의원 81명을 합해 321명이 투표로 총무원장을 뽑는다. 후보들은 본사 주지에게 2000만〜3000만원, 나머지 선거인단에게 500만 원 정도 뿌리는 것이 관행화돼 있다. 대략 30억 원을 쓰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종회의원이나 주지 선거 때도 액수의 차이만 있을 뿐 돈이 오간다.”라고 말한 바 있다. 종회 의원들은 각 계파별로 합종연횡을 하거나 금품세례를 받는다. 24개 교구본사별로 10명의 선거인단을 선출할 때 본사 주지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여 늘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으며, 선거 공고 전후부터 투표일에 이르기까지 계파 사이의 밀약과 금품살포에 의하여 늘 표심을 조작할 가능성이 농후하였고, 실제 그런 사례가 많았다.

더구나 설정 전 총무원장이 중도사퇴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번 선거는 자승 전 총무원장이 낙점하는 후보가 될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자승 전 총무원장은 재임 8년 동안 여러 계파를 불교광장으로 통합한 장본인으로 종회 의원의 대략 2/3 이상이 그의 영향력 아래 있으며, 24개 본사 주지 모두 그가 재임기간에 임명한 이다. 무엇보다도 자승 전 총무원장은 재임 기간 동안 논문을 표절한 동국대 총장, 쌍둥이 아빠로 드러난 용주사 주지, 금권선거를 자행한 마곡사 주지 등 자기 편은 어떤 범계행위를 하더라도 철저히 비호하고 반면에 다른 편이거나 올바른 비판을 한 자는 ‘해종’의 낙인을 찍어 철저히 배제한, 극단적인 당동벌이(黨同伐異)의 화신이다. 계파정치를 통해 공적 권한을 사유화하고 각종 이권을 서로 나누었다. 때문에, 그의 뜻을 어기려면 상당한 불이익, 더 나아가 제적을 각오해야 할 지경이다. 이런 상황과 역학관계에서 벌어지는 이번 총무원장 선거는 자승 전 총무원장을 정점으로 한 권승카르텔의 ‘선거를 가장한 권력 재창출 수단’일 뿐이다.

탈종교화 등 다른 요인이 없지 않았지만, 자승 전 총무원장의 재임 기간 동안 300만의 불자들이 절을 떠났다. MBC 피디 수첩 보도를 기점으로 불자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도 조계종단의 범계와 비리 실상에 분노하고 있다. “이미 조계종단은 망했고 스님들은 수행자가 아니라 문화재 관리인으로 전락했다”라는 푸념이나 조롱이 과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종단은 일말의 성찰도 하지도 하지 않은 채 권력야합과 금권선거의 판을 다시 깔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종단은 뜻있는 불자들이 선거 자체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성찰부터 하고 총무원장 선거를 즉각 중단하고 직선제 개헌부터 해야 한다. 법랍 10년 이상의 스님들 가운데 80.5%가 압도적으로 직선제를 지지하고 있으며, 직선제에 선거공영제와 중앙관리제를 결합하고 법을 엄정히 집행하면 금권선거, 부정선거, 매관매직이 사라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승 전 총무원장도 34대 총무원장 재선 시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과 ‘비구니 참종권 확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종단이 누란의 위기에 있는 이번 만큼은 청정승가를 향한 개혁의 기치를 들고 당간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총무원장, 모든 불자들이 참여하고 박수를 치는 지도자가 탄생하기를 지극한 마음으로 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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