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총무원장이 산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21일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산중으로 되돌아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저는 늙었고 의지만 갖고 안 된다"는 말로 사실상 사퇴의 뜻을 드러내 모든 언론이 설정 총무원장이 사퇴하고 수덕사로 떠났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설정 원장은 수덕사 행 대신 서울근교의 모처에서 22일 예정된 원로회의 결과를 기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정 총무원장의 21일 기자회견은 모두가 사퇴 발표로 해석했다. 하지만 설정 원장이 “산중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는 표현을 쓴 것은 사퇴 의사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것으로 법적 효력이 없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임의단체이고 총무원장은 임의단체의 수장이다. 하지만 조계종은 재산 관리 등을 위해 유지재단을 설립해 그 이사장을 총무원장이 맡고 있다. 또 조계종사회복지재단을 비롯해 사단법인 아름다운 동행 등 법인체의 이사장을 총무원장이 당연직으로 맡는다. 복지법인은 물론 사단법인 등 법인체의 대표는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까지는 사직 여부를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이에 조계종 총무원장이 사의 뜻을 밝혔다고 해도 사직서를 제출해야 그때부터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는 해석이다. 일반적으로 ‘사퇴 의사’를 기자들 앞에서 분명히 밝히면 법적 효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과거 황진경 총무원장 시절 기자들에게 사임하겠다는 말실수를 했다. 이게 문제가 되자 법제처가 기자들 앞에서 사의를 표명한 것은 사표를 낸 것으로 간주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총무원장 직에서 물러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설정 원장은 사직 또는 사퇴 퇴진 등 용어를 기자회견에 쓰지 않고 “다시 산중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나”는 표현을 쓰면서 사퇴 선언의 법적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다.

설정 원장이 수덕사로 가지 않고 원로회의 결과를 기다리면서 자승 전 총무원장과 그의 세력은 또 다른 압박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설정 원장의 상좌를 보내 사직서를 받게 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종단 중진 스님은 “설정 스님이 꼼수를 쓴 것 같다. 사직서를 내지 않고 현재 버티는 것으로 안다”며 “만약 내일 원로회의에서 총무원장 불신임 인준 동의가 부결되면 설정 원장은 총무원장으로 복귀할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설정 총무원장의 현재 법적 지위는 ‘총무원장’이라는 해석이 유효해 보인다. 사퇴를 분명하게 표명하지 않았고, 사직서도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설정 원장의 거취는 22일 원로회의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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