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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율장 어긴 승려 교단 떠나라
2018년 08월 17일 (금) 10:52:57 이용성(풍경소리 사무총장 ) budjn2009@gmail.com


지독하게 힘든 여름이다. 기록적 폭염 이야기가 아니라 제대로 된 불자라면 모두 그럴 것이다.

뜨거운 여름의 도시 아스팔트 열기보다도 더 견디기 힘들게 만드는 작금 불교계의 현실 이다.

주위의 누군가가 MBC PD 수첩 이야기를 꺼내면 먼저 나서 더 큰 목소리를 불교계를 비판하게 된다. 남들이 우리 집안 욕하는 거 같아 듣기가 편치 않은 까닭이다.

자칭 ‘모태불자’라 자부하며 부처님 가르침을 생활의 기준으로 삼고 살아왔다. 젊은 시절에는 부처님 가르침으로 사회를 변혁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었던 적도 있었고 지금도 그 생각에는 크게 변함이 없다. 요즈음은 불교수행을 통해 확연히 알게 되는 부처님 가르침을 익히는 재미에 빠져 산다.

‘풍경소리’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이 벌써 20년이 되어간다. 지하철이라는 대중공간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일반시민들도 쉽게 접하여 생활에 접목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한 일이다.

많은 분들이 풍경소리를 통해 작은 감동을 받았다는 이야기들이 전해지는 것 만으로도 활동의 고단함을 잊곤 했었다. 우리의 활동이 사회에 불교의 지평을 서서히 넓혀나간다는 생각에 뿌듯함까지 가지곤 한다.

그리곤 이 활동이 사회를 살리고 불교를 살리는 길이라 굳게 믿고 살아왔다. 종단 권승들의 움직임이나 그들의 싸움은 나와는 별개라고 생각했다.

작년에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과정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승려 밥그릇 싸움 정도로 치부해 버렸던 것이 후회스럽다. 조계종의 사판승들 중에 깨끗한 수행자가 있을까? 그 틈에 끼어있는 재가자들도 전부 승려 밥그릇의 밥풀 때문에 우왕좌왕한다고 생각했다.

조계종에 대한 희망은 어느 땐가 부터 사라졌다. 조계종 내에는 조계종의 부패와 쇠락을 막을 만한 주체가 형성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조계종의 영향력 있는 출,재가들은 부패와 패당의 올가미에 걸려 물신 숭배와 천박한 욕망을 주체 못하는 외도 마구니일 따름이라고 생각했다. 엠비시에서 피디수첩을 통해 총무원장, 교육원장의 범계와 탈선을 사회에 고발했을 때에도 올것이 왔음이고 이제 불교는 더욱 쇠락의 길로 깊이 들어가고 있음이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가슴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자신에 대한 짠함, 부끄러움, 배신감등이 자꾸 그 일들로 머리를 돌리게 한다.

지인들과 조계종에 대한 말들이 오간다. 항상 결론은 희망이 없음의 한탄이고, 힘 없음에 대한 절망이었다. 그리고 희망에 대한 비겁한 한마디. ‘누군가 의인이 나타날 것이다’‘누군가 대안을 세울 것이다’

설조스님이 노구에도 불구하고 단식정진에 들어가셨다는 소식이 들렸다. 처음에는 그려려니 했다. 이건 무슨 정치적 시나리오가 있을까다. 설조스님에 대한 마타도어가 돌았다. 역시나 했다. 그럼에도 단식정진이 계속된다, ‘혹시나’하는 생각에 집회에 나가보기로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설조스님을 뵙고 싶어졌다.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 보인다. 희망이 생긴다. 설조스님의 단호한 말씀과 모습이 사람들을 희망으로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스님 곁에서 동조단식을 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설조스님의 참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설조스님이 홀로 일으킨 싸움은 들불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지금도 각성되는 대중이 늘어나고 있다. 설조스님의 싸움을 대중이 이어 받아야 한다. 쉽지 만은 않을 것 같다. 이 싸움은 상대를 맞붙어 꺼꾸러뜨리는 싸움이 아니라 나 자신이 청정해 져야 이길 수 있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설조스님은 명확히 말씀하신다. ‘율장을 봉행하고 종헌의 준수로 적페의 청산과 청정종풍을 진작하자’고 그리고 이를 어긴 ‘ 범계승려와 유사승려들은 이 교단을 떠나라’ 나아가 이런 범계승과 유사승과는 어떤 타협도 하지 않아야 한다.
설조스님으로부터 만들어진 국면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불교종단의 문제를 정치적 행위로만 보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차기 종권이 어떻게 될지, 자기에게 또는 자기 집단에게 유리한 사람이 종권을 차지할 지에 관심이 많다. 그리곤 제도를 개혁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적 견해로는 순서가 잘못 되고 있는 듯하다. 제도는 사람들이 만드는 인위적인 장치이다. 인위적 장치를 잘 지키는가의 문제도 사람들에 달려있다. 그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냐가 그 제도가 잘 운영되느냐 않느냐를 결정한다. 94년 조계종 개혁불사 이후에 많은 제도개혁이 이루어 졌다. 그 결과가 오늘이다. 그동안에 종단의 적페가 어떻게 이루어져 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련 폐단이 전부 제도 때문에 생길까? 그 답은 설조스님이 말씀하신 율장과 종헌의 중요성에 찾아진다. 앞으로 진행될 긴 싸움의 중심에는 항상 율장봉행과 종헌이 있어야 한다.

율장의 권위를 잘 지키고 잘 봉행할 방법을 먼저 제시하고 그 원칙에 따라 제도를 바꾸자는 주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본말이 전도되지 않아야 이 힘든 여름을 견뎌내는 불자들이 가을의 튼실한 열매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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