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1.
수미산은 높고 넓기는 해도 끝내 없어지고, 대해(大海)는 깊고 넓기는 해도 또한 말라붙을 때가 온다. 해와 달은 아무리 밝아도 오래지 않아 서쪽으로 넘어가야 하고, 대지는 견고해서 온갖 것을 싣고 있을 수 있으나 존재의 기간이 다하여 겁화1)가 타오르면 그 역시 무상으로 돌아갈 운명에 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의 만남은 반드시 이별을 겪어야 하고, 옛 여래의 금강불괴신(金剛不壞身)2)도 역시 무상하셨느니라.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492.
보살이 육체3)에는 세 가지의 뜻이 있다고 하니, 우주만물이 무상함을 확실히 알아야할 것이다. 무엇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실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요. 둘째는 파괴된다는 뜻이요. 셋째는 깨끗함이 없이 더러움만 있다는 뜻이다. 느낌(受), 생각(想), 행동(行), 의식(識)도 또한 이와 같다.
<개각자성반야경(開覺自性般若經)>

493.
비유하자면, 큰 나무 한 그루가 있어서 그 뿌리에 물을 주면, 나뭇가지와 잎이 즉시 생기고, 나뭇가지와 잎이 번성하면 즉시 꽃이 피고, 꽃이 피면 오래지 않아 과실이 즉시 열리고, 과실이 익으면 빛깔과 향이 아름다고 미묘해서 사람이 모두 좋아하다가, 그 나무가 홀연히 큰 불에 태워지면 그 나무는 즉시 없어지고, 오직 불빛만 있으며, 불빛도 오래지 않아 큰 비에 소멸이 되니, 불더미가 홀연히 없어지고, 큰 비가 장마로 이어지고, 그 비도 오래지 않아 다시 그친다하니, 모든 세상의 법도 또한 그와 같아서 순식간에 무너지고 없어져서 그 실체가 결국에는 없는 것이다.
<승군왕소문경(勝軍王所問經)>

494.
부처님이 바라문4)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네 가지 일이 있어서 영원하지 못하다 하니, 영원함이 있으면 반드시 영원함이 없음이오. 부유하고 귀함이 있으면 반드시 가난하고 미천함이 있음이요, 화합이 있으면 반드시 관계를 끊고 따로 갈라섬이 있음이오. 건강함이 있으면 반드시 늙고 죽음이 있느니라.
<법구비유경(法句譬喩經)>

495.
세상의 법5)은 신속해서 머무르지 않으며, 시시각각으로 이리저리 옮겨 다니므로, 꽃 위의 이슬과 같으며, 산골짜기 물이 빠르게 아래로 흘러서 잠시도 쉬지 않음과 같으며, 모래땅6)이 튼튼하고 굳지7) 못함과 같음이니 어찌 지혜로운 자가 즐거움에 집착이 하리오.
<보운경(寶雲經)>

496.
모든 젊은 사람도 반드시 명을 다하며, 모든 부유함과 귀중함도 반드시 무너져 없어진다. 하늘 사람도 영원하지 않고, 부귀도 영원하지 않고 순간적이므로 머물지 않는다.
<묘법성념처경(妙法聖念處經)>

497.
큰 불이 일제히 불타오르면8) 삼천대천세계9)가 모두 무너진다. 수미산과 큰 바다도 없어져 남김이 없고, 범천과 천용과 같은 모든 중생들도 모두 다 없어지는 것이니, 어찌 이 몸의 생노병사(生老病死)와 우비(憂悲)와 고뇌(苦惱)가 남으리오. 원수와 친한 이가 원하는 것이 서로 상반되며, 애욕의 번뇌10)는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삼계가 편안함이 없는데 나라에 어찌 즐거움이 있으리오. 유위법은 실체가 없어서 인연에 따라 일어나는 것이니, 융성함과 쇠망함이 번개같이 바뀌어서 잠시 있다가 곧 없어지는 것이다.
<인왕호국반야경(仁王護國般若經)>

498.
법11)이 일어나면 반드시 다함이 돌아오고, 흥한 것에 마땅히 쇠함이 따르니 만물이 모두 무상함이라.
<역사이산경(力士移山經)>

499.
이 모든 법은 모두 마땅히 무너져서 없어질 것이다. 공중의 번개와 같으며, 굽지 않은 질그릇과 같으며, 임시로 빌린 물건과 같으며, 썩은 풀로 역은 담장과 같으며, 모래언덕과 같은 것이다. 이 모두 인연에 의지하고 있어서 견실함이 없는 것이다.
<대장엄경(大莊嚴經)>



주석


1)겁화(劫火): yuga-anta-agni. 세계 종말의 불. 세계가 파괴될 만큼의 큰 불. 겁진화(劫盡火)라고도 한다.
2)금강불괴신(金剛不壞身): 금강신(金剛身)과 같으며, 절대 무너지거나 깨뜨릴 수 없는 몸을 뜻한다.
3)색신(色身): 물질적 존재로서 형체가 있는 몸, 즉 육체
4)범지(梵志): 인도 특유의 신분 제도인 카스트의 네 가지 신분 중에서 가장 높은 위치인 바라문 계급.
5)유위법(有爲法, samskrta): 유위(有爲)는 위작(爲作), 조작(造作)의 뜻으로 ‘만들어 진 것’이라는 의미이고, 6바로 ‘연기(緣起)된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우주의 일체 존재는 모두가 연기된 것이다. 이와 같이 갖가지 인연에 의한 결과로 말미암아 이루어지는 모든 현상을 유위라 일컫는다.
6)사로(沙鹵): 소금기가 들어 있는 모래땅.
7)뇌고(牢固): 깨뜨릴 수 없을 만큼 튼튼하고 굳음
8)동연(同然): 일제히 타오름
9)대천(大千): 삼천대천세계의 준말. 고대 인도인의 세계관에 의한 전 우주. 우리가 사는 소세계(小世界)가 천 개 모은 것이 소천세계(小千世界), 소천세계가 천 개 모은 것이 중천세계(中千世界), 중천세계가 천 개 모은 것이 대천세계(大千世界)이다.
10) 결사(結使): 번뇌(煩惱)가 마음을 속박(束縛)하고 중생(衆生)을 따라다니며 마구 부린다 하여 일컫는 말.
11) 법(法): 이 법은 진리의 법이 아닌 인연에 의해 만들어진 ‘유위법’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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