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이래 24년 만에 가장 덥다는 2018년 맹하의 7월이 지나가고 8월이 또 어김없이 오지만 지나간 역사의 또 다른 8월은 산자들의 기억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고 있다.

여느 여름날의 아침처럼 그날도 히로시마 시민들은 폭격의 두려움을 안고 무더운 더위에 앞서 좀 더 일찍 발걸음을 움직여 바쁜 하루를 열고 있었다.

하지만 8시 15분! 원폭 리틀보이가 히로시마 상공에 투하된 43초후 강렬한 섬광, 버섯뭉게구름이 온 하늘을 덮고 한순간의 살갗이 타는 뜨거운 열폭풍이 온대지를 휩쓸고 5천~7천도에 이르는 상공의 엄청난 열기가 몰아닥쳤다.

그분들은 그렇게 뜨거운 용광로같은 열기속에 뼈와 살, 피부가 녹아내리는 처절한 고통속에서 빙사성 믈질로 뒤덮인 검은 비를 맞으며, 영문도 모른 채 가족과 사회, 이 세상을 뒤로 하고 떠나갔다.

문명의 이기가 되어야 할 첨단 발명품 핵이 인류를 무차별적으로 살육하는 전쟁의 도구가 되었고, 그분들은 가공할 핵무기 실험의 희생양이 되어 피안의 세상으로 가셨다. 무려 7만여명의 우리 한국인 선조들이 나라 잃은 비운속에 강제로 끌려가거나 초근목피를 면하기 위해 가족을 이끌고 갔다가 피폭을 당하고, 화탕지옥 같은 고통속에서 4만여 명이 숨져갔다.

그러나 7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여기에 책임지고 사죄하는 가해국 권력자는 누구도 없는 가운데 추모비만 쓸쓸하게 공원 한 귀퉁이에 서있고 유골은 아직까지 반환되지 않고 있다.

지금도 지구상의 모든 존재를 수십 번 사라지게 할 가공할 핵무기들이 권력자들의 손에 놓여서 체제와 패권 유지를 위한 전쟁도구와 위협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무지몽매한 흑역사가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삶의 도구로써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전기를 생산한다는 핵발전소도 인류는 물론 지구촌의 모든 생명들에게 대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핵의 재앙은 비키니, 체르노빌, 후쿠시마 등지에서 위력을 보였다. 핵을 이용한 발전소는 절대 안전하지 않고 경제적이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

핵무기 없는 인류, 핵발전소 없는 사회가 지속가능한 인류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은 이제 지구촌 생존을 위한 현실이 되었고 거대한 여론의 흐름이 되었다.

그 지속가능한 흐름이 우리 한반도에도 이어지고 있다.

얼마전 남,북,미 지도자가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선언하며 비핵평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평화는 다함께 손잡고 걸어가는 길이다! 비핵평화는 이제 되돌아 갈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이국땅에서 힘겨운 하루를 시작하고 일상을 영위하고자 나선 길에 새까맣게 타 형체를 알 수 없는 굳은 재가 되어버린 그분들의 삶을 우리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2세, 3세, 4세! 그 와중에 모진 삶을 이어 오신 그분들 후손들의 삶이 온전히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분들의 바람은 오직 한가지이다.
미,일의 사죄와 실태조사, 배상이 이루어지는 것이고, 우리 후세들이 핵없는 세상에서 형언할 수 없는 삶의 고통을 받지 않고 사랑하는 이들과 헤어지는 아픔을 두 번 다시 겪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분들의 바람과는 달리 피해자 자녀, 후손들은 아직까지 국가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일반인보다 3.4~89배의 발병율을 가지고 각종 질환을 앓으며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떠나가신 그분들의 애원어린 비원을 실현시켜 드려야 한다. 국가가 못한다면 우리가 남겨진 후손들의 눈물을 닦아 드려야 한다.
우리 모두는 하나이며 삶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2018합천비핵평화대회”와 희생자들을 추모하는“제73주기 원폭희생영령 추모제”가 8월 5~6일 합천에서 열린다. “비핵, 평화로 가는길”을 주제로 하는 핵없는 세상, 비핵평화의 외침은 조그마한 평화의 도시 합천에서 7년째 울림이 되어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 나가는 메아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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