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촛불법회에서 불자들이 보신각서 단식정진단으로 목탁을 치며 28일 행진하고 있다.

1천여 촛불 불자들이 설정원장 퇴진을 넘어 조계종 개혁을 선언했다.

대불청ㆍ대불련 동문ㆍ포교사ㆍ사찰 거사림회 등이 연대한 토요촛불법회는 28일 1천여 명이참석 서울 보신각 광장에서 ‘설정 퇴진, 자승 구속, 설조스님과 함께하는 토요촛불집회’를 봉행했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가 주최한 촛불법회는 이날 청와대불자회 총무를 역임한 장덕수 포교사단 서울지역단 염불팀장을 비롯한 포교사들이 사비를 모아 조명ㆍ음향기기 등을 대여해 무대를 꾸미고 전국선원수좌회와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이 앞장섰다.

이날 촛불법회는 길상사 거사림회, 단지불회, 대한불교청년회를 사랑하는 사람들(불청사랑)과 바른불교재가모임, 봉은사 거사림회, 불광사 불광법회, 불력회,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 종교개혁연대, 설조스님 살리기 국민행동 연석회의, 성평등불교연대, 언론사불자연합회, 용주사 신도 비대위, 정의평화불교연대, 조계사 불교대학 학생회, 조계종 언론탄압 공동대책위원회, 조계종 포교사단 정상화를 위한 모임, 지지협동조합, 참여불교재가연대, 한국불교 개혁을 위한 대불련 동문행동, 한국불교언론인협회 등 각 단체의 사부대중 1천여 명으로 진행됐다.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 대변인 허정스님은 승려대회가 전국선원수좌회와 협의해 8월 23일로 확정됐다고 밝혔다.

허정스님은 “94년 종단개혁은 의현 총무원장 한 명을 내려앉히기 위함이었으나 자승 원장으로 대표되는 세력이 설정 총무원장을 만들었기에 설정 원장의 퇴진만으로 종단이 깨끗해질 수 없음을 다들 잘 알고 있다”면서 “승려대회를 통해 직선제를 구현하고, 스님들에게 최소한의 비용을 지급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등 근본적인 변화를 일궈야 한다. 그래야 승가의 청정수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국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상임대표는 “개혁운동이 자승 전 총무원장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세력 퇴출로 이어져야 한다”며 “은처자ㆍ성폭력ㆍ여직원과의 부적절한 메시지 의혹에 휩싸인 설정 총무원장, 현응 교육원장, 지홍 포교원장이 아직도 내려오지 않고 있는 배후에 자승 전 원장이 교구본사 주지들을 만나 회유와 협박을 하고 다닌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하고, “설정스님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종도들의 뜻을 따르겠다’고 할 때 언급한 종도가 바로 자승 전 원장이 압력을 넣고 있는 본사주지와 종회의원 등 일부 기득권 세력”이라며 “설정 원장 퇴진 후 칼끝이 자신을 향하지 않도록 음모를 꾀하고 있는 자승 전 원장이 더 이상 조계종에 발붙이지 못하게 불법도박 의혹, 전통사찰방재시스템 사업 비리 의혹에 구속되도록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 29일 토요촛불법회

이날 촛불법회는 포교사들이 포교사 단복을 입고 조계사 불교대학, 비구니 스님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촛불법회에는 전국수좌회 곡산스님과 설조스님 곁에서 6일간 동조단식을 이어온 이용성 풍경소리 사무총장ㆍ김준영 마음자리명상센터 대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 리틀 포레스트 등으로 유명한 임순례 감독, 조계종 포교사단 정상화를 위한 모임, 조계사 불교대학 26기 학생회, 불광사 불광법회 명등, 조계종을 걱정하는 비구니 모임 보인스님 등이 발언을 이어갔다.

앞서 포교사단 총재를 겸하고 있는 포교원장 지홍스님은 지난 27일 장봉수 서울지역단장 직무권한대행을 해임했고, 이날 포교사들을 대표로 나선 청와대불자회 전 총무 장덕수 포교사단 서울지역단 염불팀장은 “포교사단 총재를 맡고 있는 지홍스님은 비구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계율 가운데 살생을 제외한 모든 계율을 어겼다”면서 “포교사단이 지금 이런 분을 전계화상으로 모시고 팔재계수계법회를 하고 있으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조계사 불교대학 26기 학생회 불자 10여명이 깃발을 들고 무대 위로 올라 △3원장을 비롯한 현 조계종 지도부는 책임지고 즉각 퇴진할 것 △현 집행부를 대신해 존경받는 사부대중으로 구성된 범 대책기구를 구성할 것 △범 대책기구에서 총무원장 직선제, 사찰재정투명화, 승려복지 제도 확립, 종단의 삼권분립 추진, 교구본사 주지 직선제 등에 대해 논의과정 투명공개할 것 등을 요구했다.

비구니 대표 발언자 보인스님은 “이 힘든 운동 끝에 출가를 자랑스레 권할 수 있는,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기 바란다.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한 우리를 대체 누가 약자로 만들었는가”라며 “처음 출가 할 때는 훌륭하신 부처님의 뒤를 따른다는 점에서 마냥 기뻤는데, 어느새 생계를, 아플 것을 걱정하게 되기 시작했다.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 환경 속에서 이름 하나 올리는 것이 자신에게 그리고 은사에게 또 문중에 피해가 될까 몸 사리게 되는 것이 현실에서 이 힘든 운동이 끝나는 날, 후배들에게 또 동문들에게 ‘출가해서 너무 좋다’는 말을 할 수 있기를, 출가를 자랑스레 권하고 또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촛불법회는 이어 ‘자승 구속, 설정 퇴진’ 구호로 종각역에서 공평사거리 조계사 뒷길로 전법회관을 지나 조계사 앞으로 이어간 불자들은 이후 설조스님 단식정진단 앞으로 이동했다.

대중들은 김영란 나무여성인권상담소장이 한 아이엄마의 편지를 대독 “이제 제발 단식 중단을 선언해 달라”고 밝혔고, 설조스님은 “교단을 바로 지키겠다고 하는 분발이 발화점에 이르는 시점이 곧 제가 단식을 중단하는 때”라며 “제 단식은 중요하지 않다.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구성된 교단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 토요촛불법회 1천여 불자들이 종각에서 단식정진단까지 거리행진하며 28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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