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탄스님 등 금오문도회 소속 법주사와 불국사 스님들이 설조스님 단식장을 23일 아침 갑작스레 방문해 단식 중단과 입원을 설득하고 있다.


조계종 원로의원 월탄스님과 금오문도회 스님들이 23일 오전 8시 설조 스님 단식천막에 갑자기 방문해 단식중단을 회유하고 동국대병원 입원을 시도했다.

갑작스런 방문자는 월탄 스님(원로의원), 법주사 주지 정도 스님, 불국사 부주지 정문 스님, 금오문도회 간사 현법 스님, 불교문화사업단 원경 스님, 법명 스님(전 미륵세계사 주지), 청계사 주지 성행 스님 등이며, 이들은 단식천막에 들어오자마자 설조 스님에게 단식 중단과 동국대병원 의료진 치료를 요구했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이날의 행동은 지난 19일 법주사 주지실에서 금오문도회 소속 스님 10여명이 사전 모의한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불국사 법주사 금산사 등 금오문도회 본사주지와 종회의원들이 설조 스님을 동국대 일산병원으로 옮겨 입원시키자는 게 당시 논의결과였던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단식장을 찾은 월탄스님은 설조스님에게 “죽으면 아무 소용없다. 대흥사에 좋은 절을 지어 놨으니 거기서 부처님 법답게 살아보자”며 34일간의 단식으로 기력이 쇠약해진 설조 스님의 손과 어깨를 부여잡고 단식 중단을 요구했다.

설조스님은 이에 “저는 법주사 부처님께 고하고 올라올 때처럼 이곳에서 단식을 할 것”이라며 “아직 건강에 문제가 없고, 제가 목숨을 내놓고 하는 단식이어서 후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목숨은 이곳에서 단식할 때까지 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월탄스님은 “죽으면 종단 개혁도 소용없다. 살아서 개혁하자”며 “대흥사에 선방을 잘 지어 놨다. 거기로 내려가서 요양하고, 수행하자”고 했다. 월탄 스님은 지난 10일에도 찾아와 단식 중단을 권유하며 같은 말을 반복했었다.

정도 스님(법주사 주지)은 “문중 스님들 걱정이 많다. 지금이라도 단식을 중단하고 병원으로 가셔서 치료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설조스님은 “정도스님 문중이 화합하도록 잘 심경 쓰세요. 저는 이곳에서 단식을 이어 갈 것”이라고 거절했다.

당시 단식장에는 김영국 상임대표(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와 설조 스님을 시봉하는 도정 스님 등이 있었고, 거듭된 단식 중단 요구를 거부하자 월탄 스님은 “안 되겠어. 스님을 병원으로 모시자”고 말했다.

이어 정도스님은 “그러면 의사를 모시고 왔으니 스님의 건강이라도 살펴보자”면서 동국대 일산병원 응급의학과 소속 이모 의사와 간호사를 천막 안으로 불러들이려 했고, 김영국 상임대표가 “의료진은 들어오지 말라”고 중단시켰다.

설조스님은 이에 “단식을 한 후 매주 두세 번 의사가 와서 검진하고, 요즘은 거의 매일 한의사와 주치의가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 피 검사도 하고 있으니 다른 진찰은 필요 없다”고 말했으나, 정도스님 등은 자신들이 데려온 동국대 일산병원 의료진의 검진을 거듭 요구했고 설조스님은 동국대 의료진의 천막 진단을 거절됐다.

월탄스님은 도정스님에게 “노스님이 어떻게 되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고 금오문도회 스님들은 단식장을 떠났고 조계사 입구 골목에서 대기중이던 동국대병원 소속 구급차도 떠났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금오문도회는 지난 19일 법주사 주지실에서 대중을 몰고 가 설조 스님의 단식을 중단시키고 동국대 병원에 입원시키려고 사전에 회동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자리에는 법주사 측에서 주지 정도 스님, 부주지 원장 스님, 금오문도회 간사 현법 스님, 법주사 한주 함주 스님, 불국사 측에서 부주지 정문 스님, 보경사 주지 철산 스님, 청계사 주지 성행 스님 등 10여명이 참석했고, 회동에서 22일 저녁 총무원 주변에 모여 설조 스님 단식정진단 상황을 파악한 후 23일 오전 7시경 동국대 일산병원 의료팀과 설조 스님을 찾아가기로 했다. 또 설조 스님이 면담을 거절하거나 단식을 계속 이어갈 경우 대중들이 나서 병원에 입원시키는 계획을 짰던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병원 입원 등이 실행되지 못하면 금오문도회 차원에서 성명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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