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촛불법회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며 설조 스님이 단식하는 우정총국 공원으로 이동했다. 총무원이 들어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턱 밑에서 참가자들은 구호를 이어가며 설조 스님 단식을 지지했다.

 

“저보고 단식을 오래하라고, 오늘 어떤 분이 소금을 한 포대 보내주셨다. 제가 보통 하루에 죽염 2~3g을 먹는데. 소금을 한 포대나 보낸 것은 적폐를 뿌리까지, 그림자까지 뽑으라는 뜻으로 알겠다”

단식 9일 째인 설조 스님이 28일 저녁 7시 조계사 건너편에서 열린 촛불법회 참석 대중에서 종단 적폐청산의 의지를 또 강조했다. 웃음기 있는 말이었지만 88세 노승의 삶을 종단 바로세우기로 삶을 회향하려는 모습에 대중은 숙연했다.

설조 스님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여유 있는 모습으로 대중 앞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스님은 “참담하고 비참한 현실이 우리 교단에 재발하지 않기를 불전에 고했다”며 “저는 적주비구를 두 번이나 총무원장으로 만든 사람이다. 참회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단식을 하고 있다. 불자들까지 고생시켜 미안하다”고 했다.

“‘너희는 승려가 아니니 나가달라’ 당당히 말해야”
“정화 불 지피는 데 제 몸뚱이를 심지로 쓰겠다”

이어 “적주비구를 수장으로 받들고 온갖 비위를 일삼는 무도한 작태는 더 이상 이어져서는 안 된다. 이제 종정 원로의원 방장 조실 스님들이 당당히 말씀해 주셔야 한다. ‘너희는 승려가 아니니 나가달라’고 해야 하는 데 무엇이 두려워 무엇을 연연해 말씀하지 않으시는지 모르겠다. 저는 그분들이 당당히 말씀하도록 목숨을 걸고 단식하는 것”이라고 했다.

설조 스님은 촛불법회 참가 대중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종단 적폐청산 의지를 더욱 굳건히 해달라고 했다. 스님은 “종단을 바로잡기 위해 애쓰는 여러분들의 희망이 이루어지도록 저는 이 목숨을 걸고 단식하겠다”며 “교단 정화의 불을 지피는 데 제 몸뚱이를 심지로 쓰겠다. 여러분 많이 동참해 달라”고 했다.

▲ 시민연대 촛불법회에서 단식중인 설조스님이 '정화에 심지로 쓰겠다'고 28일 발언하고 있다.


설조 스님은 9일째 단식으로 81Kg의 평소 몸무게가 75Kg으로 줄었다. 당수치가 떨어졌고, 걸음걸이가 더 느려졌다. 기억력도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28일 오전 <불교닷컴>과 인터뷰에서도 “기억력이 좀 떨어진 것 같다. 한 군데 집중하면 다른 이야기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설조 스님을 가까이서 시봉하는 도정 스님은 “오늘 오신 분들이 다음 촛불법회에는 10명 씩 더 데려와 달라. 스님께서 생전에 종단이 잘 되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28일 촛불법회는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 모임과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가 공동주최한 ‘시민들과 함께하는 촛불법회’에는 법륜승가회 소속 중앙종회의원 스님 20여 명 등 사부대중 200여 명이 참석했다. 시민자치포럼과 전교조서울지부도 연대했다. 경기재가불자연대에 이어 정평불과 인연을 맺은 길상사 거사림회가 연대했다. 용주사 신도비대위와 봉은사 신도비대위와 달리 사찰 신도회 조직이 시민연대에 동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둑 같은 권승 방치하면 올바른 불자 아니다”

촛불법회는 청정승가탁마도량 대표 원인 스님(수도암 선원장)의 인사로 시작됐다. 원인 스님은 “1700년 한국불교 역사에서 지금처럼 오욕이 심한 적이 없다. 주인이 주인답지 못하면 도둑이 설치기 마련이다. 한국불교의 주인은 권력을 탐하는 몇몇 권승이 아닌 바르게 수행하는 스님과 불자들이다. 이제 주인이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면서 “도둑 같은 권승들이 종단을 무너지게 하는데 이를 가만히 방치한다면 그는 결코 올바른 불자가 아니다. 모두 함께 힘을 합쳐 반드시 개혁을 일구자”고 강조했다.

김영국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3기 대표는 “우리가 오늘 모인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승복을 걸치고 세상 사람들과 불자들을 속이는 진짜 훼불세력과 불교파괴 세력을 몰아내고, 부처님이 주신 금강저로 가짜 승려를 내려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가짜 승려들은 부처님 가르침을 따르는 청정한 사부대중을 모욕하고,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반드시 이겨 이 땅에 청정한 부처님 가르침을 구현할 것이다. 용맹정진해 청정한 한국불교를 탄생시키고, 미혹한 무리를 제도할 것이다. 자승 구속, 설정 퇴진을 결단코 성취해 88세 노스님의 단식을 우리가 중단시키자”고 말했다.

구호가 이어졌다. “은처혐의 해명 없는 설정 원장 퇴진하라”, “성추행 횡령의혹 현응원장 사퇴하라”, “창피해서 못 살겠다 갈아보자 조계종단”, “도박장 개설, 폭력배후 자승원장 구속하라”, “직무유기, 수수방관 중앙종회 해산하라”

“조계종 바로 잡는 것이 한국사회 바로 세우는 것”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역사 교사인 이성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서울지부 대외협력실장은 “한반도 역사를 불교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듯, 오늘날 불교 또한 한국사회의 큰 줄기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조계종을 바로잡는 것은 곧 한국사회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 사회에서 뜻이 무너지면 단 한 순간도 제대로 서 있을 수 없다. 우리 사회의 뜻을 이루는 데 큰 줄기가 된 불교를 훼손하고 망가뜨리는 자들을 용납할 수 없다”“며 종교는 물질이 아닌 뜻으로 산다. 중심이 무너지면 인간과 사회 모두 살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자신의 일신과 안위를 돌보지 않고 뜻을 세우기 위해 사는 교사들이 있다. 이 자리에 오신 스님들이 어떤 분인지 짐작된다”고 했다.

그는 “2년 전 ‘동대부고 부당 전보 논란’이 발생했을 때 조계사 앞에서 문제해결을 촉구하며 108배를 봉행한 경험이 있다”며 “문제의 책임이 있는 동국대와 조계종 총무원을 찾아가 면담을 요청하고 해결을 촉구했으나 그때도 전혀 이야기가 통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르게 가르치려는 교사들을 불교재단이 상을 주지 못할망정 탄압하고 뜻이 통하지 않았다”며 “조계종을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전교조도 관심을 가지고 계속 지지하며 같이 하겠다”고 했다.

지난 2016년 동대부고는 교사 두 명을 서울에서 의정부로 전보 조치해 ‘부당전보’ 논란을 일으켰다. 동료들에게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제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노동문제를 드러낸 드라마 <송곳>을 수업 교재로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동대부고 측이 동국대학교 이사회에 전보 안을 올리자 당시 전교조는 “동국대가 해당 안을 통과시켜서는 안된다”고 촉구했으나, 이사회는 결국 전보 안을 통과시켜 질타를 받았다.

“맑고 향기롭던 무소유 길상사마저 엉망”

이날 길상사 거사림회 회원들이 참석했다. 길상사 거사림회 회원들은 정의평화불교연대에도 가입했다. 김규현 거사림회 회장은 “법정 스님께서 무소유로 창건한 길상사도 문제가 심각하다”며 “길상사에서 스님들이 사찰 돈을 빼먹고, 필요 없는 공사를 저지르고, 부실공사를 놔두고, 대중들이 자유롭게 글을 쓰던 게시판은 삭제하는 등의 일이 발생했다. 법정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맑고 향기롭던 길상사는 엉망이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길상사가 이런 데 다른 사찰들은 어떻겠나. 학력위조만 해도 물러나야 할 일인데 눈도 깜빡이지 않고 있다”며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종단의 권승들을 몰아내고 투명한 시스템을 구축해 한국불교가 우뚝 설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호소했다.

우희종 바른불교재가모임 공동대표는 “적폐 스님 하나를 몰아내는 것만이 진정한 적폐청산이 아니다. 곰팡이가 자꾸 생길 경우, 곰팡이가 생기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보다 본질적인 해결 방안“이라고 했다.

이도흠 정의평화불교연대 상임대표는 “오늘날 조계종은 마치 피폭된 후쿠시마를 보는 듯 하다. 그 안에 사람이 없다”며 “지금 조계종은 문화재관리인으로 전락했음을 선언한다”고 했다.

이어 “PD수첩 보도에 적반하장이다. 도둑을 도욱이라고 하는 데 해종이라고 한다. 권승들이 타락하도록 도운 것은 견제 비판 성찰의 장치가 작동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자승 8년 중 초기 4년은 범계 비리를 감추는 데 노력했고, 후기 4년은 제 편만 챙기는 당동벌이의 시간이었다”고 했다.

이도흠 상임대표는 “수십 명의 권승이 매일 파계를 저질러 300만 명의 불자가 떠나갔다. 이런 것을 무시하다 박근혜가 물러났다”며 “청정승가를 구현을 위해 스님들은 승려대회를 열고, 우리 재가자들은 임계점을 넘어 자승 전 총무원장이 구속되고 설정 총무원장이 퇴진하는 그날까지 똘똘 뭉쳐 싸우자”고 촉구했다.

“노름꾼 수괴·술 마시고 실성해 살인한 자가 총무원장”

발언을 마친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며 설조 스님이 단식하는 우정총국 공원으로 이동했다. 총무원이 들어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턱 밑에서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고, 설조 스님 단식을 지지했다.

설정 총무원장이 교통사고를 내 한 노파를 죽인 사건을 폭로했던 설조 스님은 “노름꾼의 수괴, 술 마시고 실성해 살인을 한 자 등이 총무원장을 했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조계종이 천하무도한 곳이 됐다. 나 역시 그렇게 만든 죄인 중의 죄인“이라고 참회했다.

이어 “적주비구와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이들이 적주를 수장으로 받들어 종단이 이렇게 문제가 생겼다”고 주장한 스님은 “이런 저런 잘못을 따지기 전에 (적주비구라면) 비구계를 받지 않았으므로 스님이 아닌 것이니 자리를 떠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조계종 총무원이 들어선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향해 “설정 원장은 즉각 퇴진하라”, “중앙종회는 해산하라” 등의 구호를 외친 뒤 사홍서원을 끝으로 이날 법회를 회향했다.

한편,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 모임과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오는 6월 30일 토요일 오후 5시 조계사 앞, 7월 5일 목요일 저녁 7시 조계사 대웅전에서 촛불법회 및 촛불 결집대회를 이어간다.

 

 

 

* 이 기사는 업무제휴로 불교닷컴이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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