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8
(전회 이어서)
이 몸은 파초와도 같아서 머리에서 발에 이르도록 가죽·살·뼈·골수가 서로 화합해서 몸을 구성했을 뿐, 안에는 실체가 없다.
이 몸에는 강한 힘이 없어서 가죽과 살이 얇게 덮인 것은 칠을 입힌 담장이요, 무성한 털과 머리숱은 땅에서 돋은 풀과도 같다.
이 몸은 독사를 기르면서 그 해를 입는 것과도 같다. 자신이 이제 껏 음식과 의복으로 이 몸을 키웠지만 은혜를 몰라 도리어 악도에 떨어지게끔 한다.
이 몸은 원수의 집안이 친구라고 속여 틈을 보아 독약으로 그의 목숨을 끊는 것과도 같다. 내 몸도 이러하여 본래 진실한 것이 못 되며 마침내 무상함에 닿는다.
이 몸은 물 위의 거품이 비록 아름다운 유리 구슬의 빛깔로 비쳐도 찰나인연(剎那因緣)의 일어나고 잦아드는 무상함과 같다. 유위(有為)는 순간 순간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몸은 그림자와 같아서 비록 존재한다 하더라도 진실은 아니다.
이 몸은 다른 나라의 강한 원수와 같으니, (하물며) 자신의 몸도 그러하거니와 번뇌는 원적이어서 좋은 근기를 침범하여 약탈한다. 이 몸은 비유하건대 기름을 땔 나무에 발라 불 질러 태울 때 큰 바람을 만나면 불타는 기세를 저지할 수 없는 것도 같다. 이 몸 또한 그러하여서 오온의 땔 나무에 탐애(貪愛)의 기름을 바르고 진에(愚癡)의 불을 놓아 우치(愚癡)의 바람이 그칠 새 없는 것이다. <심지관경>

469
‘이 몸이 곧 재앙이네’는 근심(患)을 나타낸 게(偈)이며, ‘물거품과 다름 없네’는 생멸(生滅)을 가리키는 게(偈)이다. <대반니원경>

470
이 몸은 마치 바다와 같아서 오욕을 꺼리지 않고 받아들인다. 이 몸은 모래성과도 같아서 닳아 없어지는 것이 순식간이며, 험한 길과도 같아서 선법을 늘 잃어버리며, 깨진 그릇과도 같아서 항상 줄줄 샌다.
이 몸은 마치 달래(蒜)와도 같아서 몸과 마음을 독으로 태우고, 시든 꽃과 같이 이내 늙고, 집과 같아서 온갖 병(四百病)이 들끓는 둥지이며, 빈 주먹과도 같아 어린아이를 속이며, 옛 궁궐과도 같아서 죽음이 사는 집이다. 그러므로 이것에 탐착하지 말아야 하느니라. <수행도지경>

471
사람이 배를 타고 가는 것처럼 여러 무리를 함께 실어서 물을 건너 기슭에 이르게 되면 배를 버리게 되는 바, 몸을 꺼림이 배 버리는 것과 같으니라. <칠녀경>

472

옛날에 한 장자1)가 아내를 새로 맞이해서 서로 깊이 공경하고 사랑하였다. 어느 날, 남편이 아내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주방에 들어가서 술을 가져와 함께 마십시다.” 부인이 부엌에 가서 술독을 열었는데, 자신의 그림자가 독 안에 있는 것을 보고 다른 여인이 있다고 생각했다. 부인은 크게 화를 내며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이 부인을 독 안에 숨겨두고 나와 다시 결혼 했지요?” 남편이 주방에 들어가서 독 안을 보았다. 그는 자신의 그림자를 보고, 도리어 화를 내며 그 부인에게 말하기를, “당신이 남자를 숨겨 놓았구나” 하고, 서로에게 화를 내며 각자가 진실을 따졌다. 마침 도인2)이 와서 싸우는 이유를 듣고, 부엌에 가서 독 안을 보니 그것이 그림자임을 알고 한숨을 쉬었다. 크게 탄식하며 말하기를 “세상 사람이 어리석고 미혹해서 비어있는 것을 있다고 하는구나. 지금에 너희 들을 위해서 독 안의 사람을 나오게 하겠다.”하고 큰 돌로 독을 깨니, 술이 비워지고 사람은 없었다. 두 사람은 그것이 그림자였음을 알고 각자 부끄러워하고 참회하니, 그 때 비구가 법요3)를 말해서 도를 얻게 하였다. 삼계4)의 사람이 사대5)의 고공6)을 알지 못하고 생사를 끊지 못함을 부처님께서 비유하신 것이다. <잡비유경>

473

부처님이 사위국 정사7)에 계실 때, 네 명의 비구가 나무 밑에 앉아서 서로 의논하여 물었다. “이 세상에서 무엇이 가장 괴로운가?” 한 사람이 말하였다. “천하의 괴로움 가운데 음욕(婬欲)8)보다 더한 것이 없다.” 또 한 사람이 말하였다. “세상의 괴로움 가운데 노여워하고 성내는 것 보다 더한 것이 없다.” 또 한 사람이 말하였다. “세상의 괴로움 가운데 배고픔과 목마름 보다 더한 것이 없다.” 또 한 사람이 말하였다. “천하의 괴로움 가운데 놀라움과 두려움 보다 더한 것이 없다.” 이와 같이 괴로움의 뜻을 두고 서로 논쟁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그것을 알고, 그 곳에 가서 네 명의 비구들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서로 논하고 있느냐?” 그들은 즉시 일어나 예배하고 그 논쟁에 대하여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의 그 논쟁을 들으니, 너희들은 궁극적으로 고통의 의미를 잘 모르고 있구나. 세상에서 몸보다 더 괴로운 것은 없느니라. 배고픔과 목마름, 추위와 더위, 노여워하고 성내는 것, 놀라고 두려워하는 것, 색욕, 원한은 모두 몸으로부터 생기기 때문이다. 무릇 몸은 온갖 괴로움의 근본이오. 모든 근심과 재앙의 원인이다. 마음을 괴롭히고 생각을 태우며 근심하고 두려워하는 온갖 실마리와 삼계의 모든 곤충들이 서로 해치는 것과 우리를 결박해 생사가 그치지 않는 것이 모두 이 몸으로부터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세상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열반을 구해라. 마음을 다스려 바르게 지켜서 말끔하게 아무 생각이 없어야 열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최고의 즐거움이 되는 것이다. <법구비유경>

474
이 몸은 재앙9)이 된다. <내신관장구경>

475
이 몸은 괴로움의 그릇10)이다. <아육왕식괴목인연경>

476
사람의 몸에 다섯 도둑이 있으니, 사람을 악도11)에 들어가게 한다. 어떻게 다섯 도둑인가. 하나는 색12)이고, 둘은 고통과 앓음이오. 셋째는 사유를 통해 생겨나는 생각13)이오. 넷째는 삶과 죽음이오. 다섯째는 의식14)이다. 이 다섯 가지는 사람이 마음에 두고 조심해야 한다. <아함정행경>

477
이 몸은 괴로움의 근본이요. 나머지 괴로움은 곁가지와 같다. <심지관경>







각주

1)장자(長者): 부호.śreṣthin.
2)도인(道人): 불도를 배우는 사람. 승려를 이른다.
3)법요(法要): 진리의 본질. 불교의 요지. 불법의 요점.
4)삼계(三界): 욕계, 색계, 무색계
5)사대(四大): 지수화풍(地水火風). 대(大)란 mahā-bhūta의 한역. 원소의 뜻. 즉 사대란, 만물을 구성하는 네 가지 원소.
6)고공(苦空): 고성제(苦聖諦)의 네 가지 행상(行相)중의 고(苦)와 공(空), 만유(萬有)는 핍박성(逼迫性)의 것인 까닭에 고(苦)요, 내 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까닭에 공(空)이라고 관찰하는 것.
7)정사(精舍): vihāra. 사원, 절.
8)음욕(婬欲): 성욕
9)재앙: 원문 災禍. vyasana.
10)苦器: 괴로움을 담는 그릇. 미계(迷界)의 중생의 몸을 이른다.
11)악도(惡道): 육도 가운데 지옥, 아귀, 축생
12)색(色): rupa. 색깔과 모습. 물질. 육체.
13)사상(思想): 표상작용. saṃjñā
14)식(식): 인식작용, 식별작용. vijñā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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