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원한 미륵사지 6층탑과 복원전 모습.(사진=문화재청)

가장 오래되고 가장 규모가 큰 석탑인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이 20년간의 보수공사를 완료했다.

문화재청과 국립문화재연구소는 20일 익산 미륵사지 현장에서 미륵사지 서쪽 석탑의 보수 정비사업 결과를 발표하고, 보수가 완료된 석탑을 공개했다. 새롭게 단장한 석탑은 높이 14.5m, 폭 12m에 석탑 무게만 약 1800t에 이르며, 그간 1915년 일본이 붕괴된 면에 콘크리트를 덧씌워 흉측하게 남아 있던 모습을 완전히 거둬 냈다.

이날 공개된 석탑은 원래 규모로 추정했던 9층이 아니라 6층 구조로, 원래 있던 부재(部材·탑의 재료)와 새 돌을 함께 섞어 얼룩이 진 인상이다.

배병선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은 “원 부재를 최대한 활용해 문화재의 진정성을 확보하고, 과학적 연구를 통해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고증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복원을 진행한다’는 문화재 수리·보수 원칙을 지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륵사지 석탑은 1998년 구조안전진단 결과 콘크리트가 노후화되고, 구조적으로 불안하다는 판단에 따라 해체·복원 작업이 시작됐으나, 석탑의 원형을 알려주는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공론화 과정으로 복원했다. 앞서 1993년 명확한 고증 없이 졸속 진행해 ‘문화재 복원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히는 미륵사지 동측 석탑에 대한 비난을 피하는 방법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문화재청 주도의 논의로 전면 해체 뒤 6층까지만 부분 복원하기로 결정했고, 함몰 정도가 큰 서측 면과 석탑의 중심을 잡아줄 1층 기단은 새 부재로 복원했지만 원형 유지 원칙하에 원래 있던 부재의 재사용률을 81%까지 끌어올렸다.

복원에는 최신 기술을 총동원, 해체한 부재를 바탕으로 재조립할 석탑의 설계를 위해 3D 스캐닝으로 2800여 개의 돌을 일일이 측정했다. 부서진 옛 돌과 새 돌 사이에 티타늄 0.33%를 접합하는 황금 비율을 개발하는 등 관련 기술특허만 5개를 취득했다. 18년간 보존 과정에 참여한 김현용 학예연구사는 “복원 과정에서 얻은 문화재 복원 신기술을 캄보디아와 라오스 등지에서 진행하는 문화재 공적개발원조(ODA)에 활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미륵사지 보수에는 약 20년이 걸렸으며 한국 단일 문화재 복원 역사상 최장 기간이다.

미륵사지 석탑은 ‘서동요’의 주인공이자 백제의 중흥기를 이끈 무왕 시대(600∼641년)에 지어졌다. 3탑 3금당(金堂·부처를 모신 건물)의 가람 배치로 이뤄진 미륵사 서쪽에 자리했는데, 석탑임에도 목탑처럼 2800여 개의 석재를 짜 맞춘 독특한 조형미를 자랑한다. 2009년 심주석(心柱石·탑의 중심 기둥 돌) 내부에 있던 ‘사리장엄구’가 발견되면서 명확한 건립 연도(639년)도 확인됐다. 이때 발견된 사리장엄구는 보물로 지정됐다.
보수가 완료된 미륵사지 석탑은 외부 가설 구조물 철거와 주변 정비 등을 마치는 12월 일반에 공개하며, 639년 석탑이 건립된 지 1380년이 되는 내년 3월 12일(음력 1월 29일) 준공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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