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불광사 3층 법당에서 13일 신도들에게 문도회 결의사항을 설명하는 지오 스님.

광덕문도회는 서울 불광사 창건주 권한을 지오 스님이 승계하고 불광사 회주도 지오 스님(범어사 교수사)이 맡기로 13일 결의했다.

광덕문도회는 불광사에서 문도회의를 열고 이 결정을 회의 직후 불광사 3층 법당에서 신도들에게 공지했으며, 창건주 권한과 회주직을 승계한 지오 스님이 직접 신도들에게 “회주직 수락”을 밝혔다.

이날 불광사에 나와 지홍 스님 창건주 권한 포기와 불광사 퇴거를 요구한 신도들은 발표에 박수로 환영했다.

문도회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회의에 들어가 12시 20분께 지오 스님 창건주 승계 등을 결의하고, 법당에 모인 500여 명의 신도들에게 이 같은 결과를 설명했다.

문도회 결의사항 발표에 이어 법단에 오른 지오 스님는 “사형 사제들의 부탁으로 소임을 맡게 됐다”며 “불광사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구심점 역할을 하는 형제님들의 마음을 조금 어루만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문도회 결의를 수락했다”고 밝혔다.

지오 스님은 이어 신도들에 ”지구가 존재하는 한 불광사는 가야 한다“고 말하며, 과거 불광사가 어려울 때 2년 간 주지를 맡아 안정시킨 후 불광사를 떠나 대만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범어사에서 교수사로 지냈다고 밝혔다.

스님은  창건주 승계와 관련 “과거 불광사 운영을 맡으라는 주변의 뜻에 큰사형(지정 스님)과 둘째 사형(지환 스님)이 맡는 게 좋겠다고 했다. 생전 은사 스님(광덕 스님)은 ‘불광사를 떠나는 것은 나를 죽이는 것’이라고 말씀하실 정도였다”면서 “내 공부를 위해 떠나면서도 늘 불광사가 잘 되도록 빌었다”고 발혔다.

이날 광덕문도회의 결의는 일단 불광사를 일군 명등 등 신도들의 뜻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명등 등 신도들은 지난 3일 지홍 스님의 회주직 사퇴를 이끌어 낸 후 창건주 권한 문제를 광덕문도회가 논의해 결정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반면 회주직에서 물러난 지홍 스님은 회주직 사퇴 후 신도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자신이 “중창주”임을 내세우면서 최근 일어난 사태를 불광공동체를 파괴하려는 음해세력이 벌인 일로 보고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도회 열리는 가운데 신도들은 오전부터 불광사 1층 로비와 3층 법당, 주차장 등에 앉아 지홍 스님 창건주 권한 포기와 불광사 퇴거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회주직만 사퇴한 지홍스님이 조계종 포교원장이며, 광덕문도회가 불광사 창건주 권한 승계 결의하더라도 불복하면, 대각회에 등록된 사설사암인 불광사가 조계종 법인관리법과 충돌하게 돼  분쟁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오 스님은 1948년 태어나 1970년 광덕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범어사에서 사미계를 수지하고, 1972년 석암 스님을 계사로 범어사에서 구족계를 수지했다.

한편 지홍 스님은 13일 오전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불광의 화합과 안정을 기대했지만, 최근 진행되고 있는 불광의 모습은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뿐”이라며 “오늘 문도회를 떠난다”고 밝혔다.

이어 입장문은  “제가 의지했던 사부대중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오히려 비방과 모략이 횡행하고 있다. 저는 물론 불광의 명예가 심대하게 훼손되고 있다”며 “이 길이 분열과 상처를 멈추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