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자들은 여름과 겨울에는 안거를 하고, 봄과 가을에는 두타행, 즉 만행을 한다. 안거를 할 때나 만행을 할 때 수행자들이 꼭 갖추어야 할 필요한 물건을 도구라고 한다. 오늘날에는 도구라는 말이 일을 할 때 쓰는 연장을 지칭하는 것이지만, 도구의 본래 의미는 도道, 즉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을 하는데 필요한 물건을 갖추는 것을 말하는 불교용어이다.

부처님 당시에는 삼의일발, 즉 세 가지 종류의 가사와 발우, 방석, 물 속의 미물을 거르는 여수낭이라는 물주머니가 도구였다. 이것을 수행자가 갖추어야 할 “비구육물比丘六物”이라고 하였고, 출가사문의 무소유 삶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나머지 필요한 물건들은 수행자 개인이 소유할 수가 없고 재가신도가 보시를 하면 공동으로 사용을 하였다.

그런데 대승불교 시대에 와서는 육물이 확대되어 열여덟가지가 되었다. 범망경 사십팔경계에 보면 수행자는 세가지 가사와 발우, 좌구, 지팡이, 향로, 여수낭, 삭도, 부싯돌, 족집게, 수건, 의자, 물병, 칫솔, 비누, 경전, 계본, 불상, 보살상을 지녀야 한다고 했다. 이것을 두타십팔물이라고 했다.

수행자가 갖추어야 할 도구는 중국에 와서 선원청규에 의하면 스물다섯가지로 늘어난다. 인도와는 다른 생활문화 속에서 수행자 개인이 지녀야 할 도구가 늘어난 것이다. 그 중에서 특이한 것은 사부통이라고 하여 서류를 넣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통이 있다. 여기에는 국가에서 발행하는 도첩과 계첩을 넣어 가지고 다녔는데 오늘로 보면 주민등록증과 승려증이다.

오늘날 수행자가 가지고 다녀야 할 도구는 중국시대의 스물다섯가지 보다 많을 수도 있고, 그보다 적을 수도 있다. 문제는 수행자 개인이 지닐 수 있는 도구의 가짓수가 적고 많음이 아니다. 계초심학인문에서 지눌스님은 ‘도구를 갖추되, 모름지기 검약하여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도구를 갖추는 것은 수행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구를 수행의 방편으로 사용하지 않고 남에게 과시하고, 만족할 줄 모르고 탐착과 애착을 가진다면 번뇌가 한량이 없다고 했다. 깨달음을 이루고, 자비와 지혜로써 중생을 제도하고, 사람과 하늘의 대복전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도구다.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수행자가 제방의 선원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안거 수행을 하고 있다. 그 수행자들이 모두 확철대오하여 세속으로 들어가서, 삼악도에 빠져 헤매고 있는 중생들을 구제하는 도구가 되길 기원한다.

법진 스님 |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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