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회견하는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스님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 스님이 서울 잠실 불광사 회주직을 전격 사퇴했다. 지홍 스님은 3일 오후 신도회 회장단 등 임원진에게 3일자로 회주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지홍 스님의 회주직 사퇴는 불광사 신도회와 명등회의, 자문위원회 등이 지홍 스님에게 부적절한 처신에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을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불광사 신도회 회장단과 자문위원장 등은 3일 오후 열린 명등회의와 자문위원회 회의 결과를 토대로 지홍 스님에게 퇴진을 압박했다. 결국 지홍 스님이 사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광법회 회장단에 따르면 “회주 지홍 스님은 오늘자(6월 3일자오후 5시께) 회주직에서 물러난다”고 신도들에게 공지했다.

지홍 스님의 갑작스런 회주 사퇴는 여종무원과의 부적절한 연락과 비상근임에도 유치원 임원으로 급여를 부당 수급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부적절한 처신이 의혹을 증폭시키면서 신도회가 중심이 돼 문제를 직접 해결하려 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불광법회 신도회 A씨는 “지난 3월 하순부터 지홍 스님과 여종무원 B씨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 두 달여 간 이 문제가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신도들에게 의혹이 전파되고 또 다른 의혹이 불거졌다”고 했다.

신도들이 지홍 스님과 여종무원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한 것은 두 사람 사이에서 오고 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가 퍼지면서다. 이 SNS는 지난 3월 16일 늦은 밤 지홍 스님이 종무원에게 회주와 종무원 사이에서 오고 가기에는 부적절한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지홍 스님이 “내 생각도 안하고 자나”라고 묻자 B씨는 “전화 기다리고 있었어요”라고 답한다. SNS에는 한발 더 나간 이야기도 담겨 있다.

신도회 임원 C씨는 “회주 스님과 종무원 사이의 카톡 대화메시지가 신도회 임원은 물론 명등 회원, 신도들에게 퍼지면서 큰 소란이 일었다”며 “이 메시지는 두 사람이 매우 개인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고 매우 확실한 증거여서 신도회가 나서 회주 스님에게 사실관계를 해명할 것을 요구해 왔다”고 했다.

신도회 회장단과 명등회는 3일 지홍 스님과 관련된 횡령 으로 의심되는 의혹까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홍 스님은 불광유치원 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조계종 포교원장에 취임한 2016년 3월 이후에도 유치원 임원으로 급여를 수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근직임에도 급여를 수령해 부정수급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허위 근무이력으로 급여를 부정 수급했다면 공금횡령에 해당된다.

의혹이 증폭되면서 ‘보시금 납부 거부 운동’ 등 신도들이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졌고, 신도회 임원들이 신도들의 뜻을 받아 회주 지홍 스님에게 명확한 해명과 책임을 묻기에 이르렀다.

지홍 스님은 3일 회장단 등 불광법회 임원진에게 종무원 B씨와의 관계는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메시지에 담긴 부적적한 표현에는 참회의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불광사 관계자는 “회주 스님은 신도회의 뜻을 받아들여 회주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으며, 종무원 B씨와 개인적 관계는 없으며 오고 간 메시지의 표현은 부적절했음을 인정하고 신도들에게 참회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일부에서 회주 스님이 비자금을 조성해 부적절한 곳에 사용한 것처럼 오해하고 있지만, 재정 현황을 사찰운영위원회 등에 보고를 통해 사실무근임을 확인했다”면서도 “다만 유치원 임원으로 급여를 수령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했다”고 설명했다.

지홍 스님은 회주직 사퇴와 함께 불광사 창건주 자격 유지 여부를 문도회의와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또 후임 주지도 문도회의에서 협의하여 주지임명권한이 있는 창건주가 위촉하기로 하고, 사찰운영에는 일체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회주 사퇴로 불광사 내부의 거취를 정리한 지홍 스님이 조계종 포교원장 직을 그대로 유지할지 관심이다.

3일 오후 전화 연락을 받지 않던 지홍 스님은 4일 새벽 2시 20분께 <불교닷컴>에 전화해 "이번 일은 내가 아픈 후 열심히 도운 한 보살이 내 휴대폰의 문자와 사진 등 기록을 캡쳐한 것"이라며 "내게 집착이 강한 보살에게 더 이상 오지말라고 하자 벌인 일"이라고 했다.

또 "불광사 주지와 이 보살이 (휴대폰 문자를) 소통하고, 종무원 컴퓨터를 뒤져 수입지출과 중흥사 불사 장부 등을 다운 받아 이 사실이 CCTV로 확인된 후 쫓겨나자 (여종무원과의) 문자메시지를 신도들에게 돌린 것"이라고 했다.

지홍 스님은 "여종무원과의 관계는 문자 이상도 그 이하의 관계도 아니다"라며 "(다만) 유치원 부정 수급은 포교원장 취임 이후에는 문제가 되는 것을 알았다"고 인정했다.

스님은 "신도들이 물러나라고 해서 물러났다"는 말로 자신의 입장을 전하고 전화를 끊고 다시 받지 않았다.

 

* 이 기사는 업무제휴로 불교닷컴이 제공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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