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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플로리다 프로젝트
아이들에게서 행복해지기 법칙 배우다
2018년 05월 21일 (월) 13:32:16 김은주 cshchn2004@naver.com
   

<테이크 아웃> <스타렛> <탠저린> 등에서 이민자, 장애인, 성소수자 등 다양한 하층민의 삶을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던 인디영화계의 거장 션 베이커 감독은 이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미국, 2017)에서는 2007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생겨난 홈리스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그렇지만 영화는 어둡지 않습니다. 오히려 행복한 에너지가 가득합니다. 션 베이커 감독은 가난하고 불안한 현실에도 결코 영향 받지 않는 인간본성의 쾌활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무엇일까요? 인간은 태생적으로 행복하고 명랑한 존재일까요? 이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통해서 대답한다면, 그렇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는 6살 아이를 통해서 활발한 인간의 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너무나 활발한 에너지로 인해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바로 인간의 원래 모습인 것입니다.

아이가 어른보다는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는데 그렇다면 인간은 원래 이렇게 활발하고 행복한 존재인 것입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아이들이 행복한 이유입니다.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무니(브루클린 프린스)는 못 말리는 말썽꾸러기지만 자신을 완전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엄마 핼리(브리아 비나이트)로 인해 세상 어떤 아이보다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무니로 인해 관객도 행복에너지를 충전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홈리스’라는 사회적 비판을 밑바닥에 깔고 있음에도 ‘힐링영화’라는 타이틀을 얻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어째서 어른보다 행복할까요? 아이들은 사소한 것에서도 행복을 느낍니다. 어른들은 행복의 조건이 꽤 까다롭고 복잡하다면 아이들에게는 조건이 없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아이들은 매일 먹는 평범한 음식에서도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가난한 집 아이들일수록 소박한 음식에서도 더 큰 즐거움을 누립니다. 음식이란 가장 일상적인 행위 중 하나인데 여기서 많은 기쁨을 누린다는 것은 삶이 행복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세계적 테마파크 디즈니월드 건너편에 있는 싸구려 모텔 ‘매직캐슬’에 사는 무니는 항상 맛있는 음식만 먹습니다. 자원봉사자들이 쥐어주는 평범한 빵에 잼을 발라먹는 시시한 식사지만 친구와 함께 먹을 때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이 되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엄마 친구가 뒷문으로 몰래 건네주는 볶음밥도 엄마와 함께 먹을 때는 완벽한 저녁식사가 됩니다. 특히 아이스크림은 마법의 음식입니다. 동전을 구걸해서 산 아이스크림을 친구들과 함께 한 입씩 베어 먹은 무니의 표정은 세상을 다 가진 사람의 모습이었습니다.

엄마와 함께 이웃에 있는 호텔 뷔페에서 생전 처음으로 음식다운 음식을 먹은 날 무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바로 이런 게 인생이지.” 영화는 ‘명랑소녀 무니의 먹방’이라고 할 정도로 먹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은 행복한 유년의 필수 조건이니까요.

그리고 아이들은 도덕적 판단은 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하던 그것이 재미있으면 그건 선에 해당합니다. 무니와 악동 친구들은 이웃 집 새 차에 침을 뱉는 놀이를 하고, 사람이 살지 않는 콘도에서 불장난을 하다가 화재를 일으키고, 거짓말로 동전을 구걸해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양심의 가책 같은 것은 느끼지 않습니다. 그것이 도덕적이다, 아니다, 하는 가치판단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그들은 그저 그 놀이가 재미있고 그래서 즐길 뿐입니다. 자신들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벌을 받을 때도 여전히 죄책감 같은 건 없습니다. 오히려 궁금해 합니다. 재미있게 놀았을 뿐인데, 왜 벌을 받아야 하지, 하고.

그러니까 도덕이나 규범의 부재는 아이들에게서 중요한 특징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런 것이 없기 때문에 행복하다는 것도, 행복공식의 특이점입니다. 또한 아이들은 책임감이라는 부담으로부터도 자유롭습니다. 모텔비를 내야 하는데 그 돈을 걱정하는 것도, 끼니를 해결하는 것도, 음식물로 더렵혀진 이불을 세탁하는 것도 다 어른들의 몫이니, 그러니까 재미없는 것들은 모두 어른들이 해결해주므로 그들이 신경 쓸 것은 그저 재미있게 노는 일밖에는 없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행복한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은 정말로 재미있는 것 이외엔 관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끊임없이 놀거리를 찾아다닙니다. 새로운 곳을 탐험하고, 새 친구를 찾아 자신들의 영역을 소개하고, 숨바꼭질을 하고, 언제나 호기심과 재미로 똘똘 뭉쳐진 일상을 보내는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재미있는 일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아이들이 지나가는 곳은 행복한 웃음소리가 뒤따랐습니다.

무니와 친구들은 하루하루가 특별하고 즐겁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가 새 차가 들어오면 뛰어가 침 뱉기 놀이를 하고, 아파트에서 누군가 나체로 일광욕을 하고 있으면 훔쳐보면서 키득거리고, 친구 생일에는 엄마와 함께 디즈니월드 폭죽이 잘 보이는 곳에서 파티를 하고, 매일 매일이 행복합니다. 비록 디즈니월드 사파리에는 가보지 못했지만 공터에 풀을 먹으러 나온 들소를 구경하고, 쓰러져서도 계속 자라는 나무 위에서 빵을 먹기도 하면서 사는 일상이 그저 밝고 즐겁기만 합니다.

그래서 영화의 대부분 시간동안 무니를 따라 다니면서 즐거운 경험을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아이로 살 수 없는 것처럼 무니의 행복한 일상도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무니 엄마 핼리가 모텔에서 매춘을 함으로써 무니에 대한 양육이 아동복지국으로 넘어가게 되고 복지국 사람들이 나와서 무니를 데려가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무니는 엄마와 헤어지기 싫었고 그것은 엄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무니는 복지국 사람들로부터 도망쳤습니다. 무니의 도망 길에는 친구가 손을 잡아주었고, 두 소녀는 마구 달려서 어딘가로 뛰어 들어 갔는데 갑자기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것처럼 요란한 음악과 화려한 조명,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로 복잡했습니다. 무니가 도망 온 곳은 디즈니월드 매직킹덤이었습니다. 근처에 살면서도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인데 도망자 신세가 돼서야 비로소 구경하게 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슬퍼한 장면입니다. 내내 무니와 함께 명랑하던 기분은 무니가 친구 손을 잡고 디즈니월드로 도망가면서 갑자기 전환됐습니다. 왜일까요? 지금까지 무니는 매직캐슬에서 행복한 일상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행복의 조건 속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서 무니는 아웃사이더이기 때문입니다. 결코 완전한 행복을 누리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이 속에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런 비용을 지불해야 행복을 살 수 있으며 그런데 이 돈은 그저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행복은 짧습니다. 무니는 곧 쫓겨나겠지만 다른 사람들도 하루치의 행복을 보장 받았을 뿐인 것입니다.

그러니까 무니가 디즈니월드로 뛰어 들어갔다는 것은, 숨을 쉬는 것처럼 언제나 마음껏 행복을 얻을 수 있던 시간으로부터 이제는 돈을 지불해야 얻을 수 있고 그것도 아주 짧게 주어지는 행복의 세계로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실에 사람들은 공감했고, 자신도 모르게 슬픔을 느꼈던 것입니다. 아이들은 아무 것이 없어도 행복한 존재고, 어른들은 돈이 있어야 행복한 존재인 것입니다. 이 차이가 있습니다. 영화는 이 사실을 꽤 정교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김은주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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