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날이다. 지지난 주말에는 연등 축제도 성대히 치르고 온 불자들이 부처님 오심을 함께 기뻐하고 찬미했다. 이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부처님 오심의 뜻을 다시 되새긴다. 오늘 부처님께서 이땅에 오셨다면 어떤 일을 가장 열심히 하실까. 어떤 일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할까.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사부대중 불자들의 과제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일은 영구적 평화정착일 것이다. 그것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지금은 우리민족 역사상 가장 평화와 상생의 기운이 무르익은 때이다. 그동안 분단상황 때문에 부당한 정치권력에 의해서 무수한 민중이 탄압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고 고통을 받아왔다. 이땅의 독재자와 그 앞잡이들은 무고한 양민을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엄청나게 죽이고 고문을 하고 감옥에 보냈다. 또한 북쪽은 북쪽대로 거액의 군비지출과 전쟁대비, 그리고 국제적 고립 때문에 국민들이 고통받아왔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기필코 남북한이 전쟁을 끝내고 화해를 이루어서 이땅이 진정한 평화의 땅, 상생의 땅, 화해의 땅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분단으로 인한 고통은 없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우리민족 한사람 한사람이 초미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으로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는 한사람 한사람이 모두 “살아있는 붇다”이다. 그리고 이땅에 진정한 평화를 이루는 일, 그것이 “붇다”로 사는 우리가 앞장서서 해야 할 일일 것이다. “극락정토”는 다른 곳에 있지 않고 이땅에 더 이상 전쟁공포가 없어지고, 분단으로 인한 정치상황의 왜곡이 바로잡힐 때에 이루어진다.

그 다음으로 오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 승가가 정말로 승가답게 새로워져야 할 일이다. 승가란 무엇인가. 부처님의 정법을 바로 실현하고, 그것을 위해서 올바르게 수행하며, 출가 재가 집단이 화목을 이루어가는 일이다. 또한 화목을 이루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사랑 그리고 도덕율에 대한 충실함(지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부처님은 이를 위하여 비나야(율장)을 제정하셨던 것이다. 이러한 전제가 되지 않고 말로만 계율을 강조한다고 해서 정화가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오늘날 승가가 승가답지 못하고, 사회의 지탄을 받고, 사회가 불교를 걱정하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이제는 불교를 믿는다는 것이 부끄러울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은 출가자가 출가자의 도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출가자가 해서는 안되는 일을 너무도 많이, 너무도 오래 해 왔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는 이러한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율장을 제정하셨다. 그리고 스님들은 출가승이 되기 위해서 수많은 계율을 외우고 지키겠다고 맹세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계율은 헌신짝이 되어버리고, 승단에서는 속인보다도 더욱 추악한 일들이 나날이 밝혀지고 있다.

스님은 스승이다. 스님은 눈 어두운 중생의 인도자가 되고 길잃은 중생의 길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집을 버리고 부모형제를 버리고 출가할 때 무슨 목적으로 나섰는가? 절집의 시물을 축내고, 신도들의 보시금을 탕진하고 호텔에서 도박이나 하기 위해서 출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이런 일은 수십년동안 반복되는가. 이런 일은 진정으로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이제는 우리 사부대중 모두가 깨어나야 할 때이다. 스님은 스님대로 스스로 정화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종단 내부에서 자정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한편 오늘날의 위급한 상황의 책임은 출가스님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자신 복 받기만 바라고 유명한 스님께 시주 많이 하고, 유명 사찰에서 기도해서 복 많이 받을 생각만 한다면 불교의 발전을 바랄 수 없다. 말로만 사부대중이라고 하면서 수행은 스님들만이 한다고 생각하고, 불교공부는 스님들이나 한다고 생각하고, 사회와 이웃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개인의 복받기만 기원한다면 더 이상 불교는 발전할 수 없다. 그것이 부처님의 뜻이겠는가.

이제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부처님께서 이땅에 오신 깊은 뜻을 다시한번 새기고, 스스로 이땅이 불국정토가 되고, 평화통일이 되며, 우리 불교의 적페가 청산되어 당당하고 떳떳한, 그리고 온국민의 신뢰를 받는 종교로 거듭 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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