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이 선어록의 풍미를 즐길 서간집이 나왔다.

수좌 50여년의 월암스님이 낸 『니 혼자 부처 되면 뭐하노』는 출가 이후 선방을 오가며 상좌들과 불자들께 보낸 편지, 엽서, 문자 등을 모아 엮은 책이다.

문경 한산사 용성선원장이며 전국선원수좌회 의장으로 조계종 종풍진작에 앞서온 저자가 불이선(不二禪)운동을 주도하며 성현들의 남긴 말에 현대적 사족을 붙인 내용과 직접 쓴 글 모음집이다.

중국 북경대 유학 후 한국내에서 간화선을 지도하며 전문서적을 써온 월암스님이 처음으로 가벼운 에세이집을 냈다.

책의 한 대목은 현대판 선어록의 새 모형을 보여준다.

<제자가 선사에게 여쭈었다. “수행하여 깨달아 마친 이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답하기를, “마을로 내려가 소가 되어라.”
또 물었다. “그럼 아직 깨닫지 못한 수행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절집의 소가 되어라.”>

저자는 깨달음에 대해 “도를 깨달은 사람은 그 밝은 마음이 거울과 같아 대상이 오면 그대로 비추지만 무엇을 바라는 것이 없기에 취함이 없다”면서 “그렇다고 대상이 아직 비치지도 않았는데 미리 먼저 마음을 보내지도 않아 사물이 거울에 이르면 명백하게 분별하지만 분별을 따라가지 않기에 그 자취를 남기지 않아 옳고 그름의 시비가 끊어진 것”이라고 정의했다.

저자는 마음의 비움에 대해 “마음을 텅 비워서 어떤 대상이 오더라도 있는 그대로 응하므로 그 대상에 끄달리지 않고 그 대상은 거울에 생채기 낼 수 없다”면서 “원숭이마다 옛 거울 하나씩 갖고 노는데 까맣게 잊고 있구나”라고 선의 세계를 설명했다.

옛것과 현재의 오묘한 조화를 보여주는 월암스님의 책은 “괴로움과 즐거움의 노예가 되지 말라. 지나가는 구름에 손만 흔들어라.”는 말로 압축된다.

저자는 책에 대해 “불조의 언설과 고덕의 행실이 그 속에 녹아 있기에 눈과 귀에 스치는 인연만으로도 불법의 종자를 심어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라며 책 부제에 밝힌 ‘금구망설’에 대해 “불조의 금구성언(金口聖言)이란 말로 부처님의 말씀을 빌린 망설(妄說)이란 표현”이라고 밝혔다.

깨달음을 넘나들며 고사(古事)와 고시를 인용하는 저자는 자작 한시와 우리말 시까지 겸해 선수행의 자유로움을 만끽한다.

책 제목에 대해 저자는 “출가한 지 50년 된 노승에게 하시는 어머니 말씀이 ‘니 혼자 부처 되면 뭐하노?’라고 물었다”면서 책의 1번 꼭지인 <모정 단절>(18쪽)에서 스님의 개인사를 담백하게 드러냈다.

책은 자식이 출가한 지 50여 년이 되었는데도 노모가 가끔 전화를 걸어와 “한 중생도 제도 못 하면서 무슨 만중생을 제도할 끼고. 한 중생 다 죽고 난 뒤에 제도해라”라고 경책하는 어머니의 가르침에서 출발한다.

책은 6장으로 구성, ‘가슴으로 우는 새는 소리가 없다’ ‘생각 이전 자리에 앉아라’ ‘오늘 지금 여기를 살아라’ ‘온 누리에 달빛이로다’ ‘천번 만번 나고 죽어도’ ‘넘쳐흘러야 사랑이다’ 등으로 나눠졌다.

지은이 월암(月庵)스님은 용성선원장이며, 전국선원수좌회 의장이고, 저서로 『간화정로』, 『돈오선』, 『친절한 간화선』, 『선원청규』(주편) 등이 있다.

저자가 책에 남긴 깨달음의 선어는 “나를 놓아야 너를 얻듯이/ 번뇌를 깨트려놓아야/ 보리를 얻을 수 있고/ 생사를 깨트려놓아야/ 열반을 얻을 수 있고/ 중생을 깨트려놓아야/ 부처를 얻을 수 있다”이다.

420쪽 | 담앤북스 | 1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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