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단긴급현안간담회 취재를 위해 총무원에 들어가려는 MBC PD수첩 팀을 막는 경찰과 종무원들.(사진=불교닷컴 제공)

조계종 총무원이 설정 원장 은처자 논란 등 조계종 적폐를 심층취재하는 MBC PD수첩에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또 설정 원장은 “유전자 검사를 하겠다”는 뜻을 다시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계종 총무원은 24일 오후 4시 설정 원장이 주재하는 ‘종단 현안관련 긴급간담회’에서 4월 27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릴 예정인 조계종 중앙신도회 주최 행복바라미 행사와 함께 ‘불교파괴 왜곡편파 방송 MBC 규탄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와 더불어 조계종 총무원은 PD수첩이 24일 오후 예고한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의 3대 의혹’ 방송과 관련해 방송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PD수첩은 이날 간담회 취재를 위해 조계종 총무원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경찰 병력과 조계종 종무원들의 벽에 가로막혔다. PD수첩은 설정 총무원장 등 조계종 적폐와 관련한 방송을 5월 1일로 예고했다. PD수첩은 영상 수정 보완을 위해 예고편을 잠시 중단한 상태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설정 총무원장은 “유전자검사를 하겠다”는 뜻을 재차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설정 원장은 참석자들에게 “과거 8, 9명을 핏덩이를 입양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고 발언하며, “저에게 제기된 의혹 해소를 위해 유전자를 채취해 법원에 제출할 것이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제기된 의혹을 해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정 원장은 이미 6개월 전부터 유전자 검사를 여러 번 밝힌 바 있지만 실천하지 않았다. 용주사 성월 주지가 유전자 검사를 약속하고도 이를 뭉개는 것처럼 설정 원장 역시 같은 수순을 밝는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설정 원장이 주재한 긴급간담회에는 돈선거 문제로 종법 질서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마곡사 주지 원경 스님과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 관음사 주지 허운 스님이 참석했다. 중앙종회에서 종회의장 원행 스님, 부의장 초격, 이암 스님이 참석했다. 만당·오심 스님이 분과위원장으로 참석했고, 총무부장 정우 스님, 기획실장 승원 스님, 호법부장 진우 스님, 종책특보단장 정만 스님, 문화특보 혜일 스님, 호계원장 무상 스님, 동국대 이사장 자광 스님도 참석했다. 포교원장 지홍 스님은 참석했지만, 교육원장 현응 스님은 해외 출장으로 불참했다. 재가자로는 이기흥 중앙신도회장, 김동건 불교포럼 상임대표, 윤기중 포교사단장, 김성권 대불청 회장, 양희동 대불련 회장, 김형규 <법보신문> 사장을 비롯해 <현대불교>·<불교텔레비젼>·<불교방송> 관계자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신문>은 이날 참석자를 40여 명이라고 전했다.

설정 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가칭)불교파괴 규탄 및 교권수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중앙종회의장 원행 스님, 교구본사주지협의회장 금산사 주지 성우 스님, 총무원 총무부장 정우 스님, 전국비구니회장 육문 스님과 이기흥 중앙신도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결의문은 총무원에 위임해 작성, 발표키로 했다.

MBC 규탄 결의대회는 4월 27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중앙신도회 행복바라미대축전 때 모인 참석자들로 진행키로 했다. 행복바라미 대축전은 중앙신도회 부설 사단법인 날마다좋은날과 조계종 포교사단과 함께 나눔 문화 확산과 한반도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설정 총무원장의 은처자 논란 등 조계종 적폐와 관련된 공영방송의 심층취재와 방송을 앞두고 공기인 방송사를 규탄하는 법회로 진행될 예정이다. 조계종 총무원은 규탄법회 때까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총무원은 빠르면 25일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의 3대 의혹’ 방송과 관련해 방송금지 가처분 소송을 서울 남부지법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MBC가 불교를 폄훼하는 방송을 내보내는 것은 시기적으로도 매우 문제가 있고, (설정 총무원장과 관련된 은처자 의혹 등은) 확정되지 않은 것인 만큼 가처분 소송을 통해 방송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총무원은 이미 방송금지 가처분 소송을 위한 기본 준비를 마쳤다는 설명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간담회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불교계 일부의 의혹제기 문제를 비롯해 현재 소송 중에 있어 객관적 사실로 특정되지 않은 사안까지 포함해 방송을 제작하고 있는 MBC PD수첩을 불교를 음해하고 폄훼하는 훼불행위”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간담회에서 결정된 결의문이 채택되고 이어 가처분 소송, 규탄법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5월 1일 예고된 방송이 나가면 이후 대응책도 다시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전후 대응을 달리하겠다는 것이다. 또 2007년 가처분 소송을 통해 종단 관련 방송을 일부 수정 방송하도록 한 전례를 언급하면서 법적 대응과 방송 전후 대응책 마련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참석자들은 “청와대와 국회 등을 압박하고 물밑 접촉하고, MBC 최승호 사장까지 만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총무원은 MBC PD수첩과 취재팀을 브리핑하면서도 심층취재 내용이 무엇인지는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설정 원장과 총무원 집행부에 따끔한 충고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정봉주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를 하려다 ‘미투 사건’이 불거지고 계속된 변명에도 ‘영수증’ 한 장이 발견되면서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설정 총무원장과 관련된 의혹을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느냐는 뜻으로, 현재 설정 원장의 해명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드러내면서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날 간담회는 참석자들이 간담회장에 들어가기 전에 녹음 방지를 위해 휴대폰을 모두 수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한국불교재가대표단을 꾸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려 했지만 경찰과 종무원들의 벽에 막혔다. 또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도 이날 간담회 취재를 위해 총무원 청사 진입을 시도했지만, 종무원들의 완력에 차단됐다. 이석만 불교닷컴 대표는 취재를 위해 진입하는 과정에서 종무원 인모씨 등 종무원들의 완력에 조계사 일주문 앞 화단에 넘어져 부상을 입기도 했다.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한국불교재가대표단을 꾸려 24일 종단현안긴급간담회에 참석하려 했지만 경찰과 조계종 종무원들의 벽에 막혔다. (사진=불교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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