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청조(淸朝)의 명차(名茶)

청나라의 명차에는 명나라를 그대로 계승․발전해 내려온 무이암차(武夷岩茶), 황산모봉(黃山毛峰), 휘주송라(徽州松蘿), 서호용정(西湖龍井), 보이차(普洱茶) 등이 있으며, 새로 창제(創製)된 명차는 녹차(綠茶), 황차(黃茶), 흑차(黑茶), 백차(白茶), 홍차(紅茶), 오룡차(烏龍茶:靑茶) 등의 6대 차류(茶類)에 고르게 분포되어있는데, 대략 40여 품종이 있다. 아래에서 하나하나 간단히 살펴보기로 하겠다.

동정벽라춘(洞庭碧螺春)은 강소성(江蘇省) 태호(太湖) 동정동산(洞庭東山)에서 생산된다. 동정벽라춘은 초청(炒靑) 세눈녹차(細嫩綠茶)1)에 속한다. 정형(定型)이 완성된 찻잎의 외형은 가늘고 연하면서 돌돌 말려 있으며, 마치 다슬기나 소라의 형태와 흡사하다. 색은 녹갈색(綠褐色)를 띠고 있으며, 찻잎이 하얀 솜털 같은 백호(白毫)로 덮여있다. 꽃향기의 맛이 나며, 찻잎을 우려낸 탕색(湯色)은 맑은 비취색을 띠며 아주 맑다. 엽저(葉底)2)는 곱고 부드러우면서도 오히려 산뜻하지 못하게 조금 희지만, 맛은 아주 그윽한 향이 있다.

청대 왕응규(王應奎)의《유남수필(柳南隨筆)》과 유월(兪樾)의《차향실삼초(茶香室三抄)》의 기술에 의하면, ‘벽라춘(碧螺春)’이란 차는 청나라 세조(世祖) 강희(康熙) 황제가 1675년 태호(太湖)에 놀러 왔다가 이름을 명명한 것이다.

석정두녹(石亭豆綠)은 복건성 남안(南安) 석정(石亭, 혹은 不老亭)에서 생산되는 차로서 간칭(簡稱)하여 ‘석정녹(石亭綠)’이라고도 하며 ‘초청세눈녹차(炒靑細嫩綠茶)’에 속한다.

경정녹설(敬亭綠雪)은 안휘성 선주(宣州)에서 생산되는 차이며 ‘세눈홍청녹차(細嫩烘靑綠茶)’3)에 속한다. 선주(宣州)는 지금의 안휘성 선성시(宣城市)로서 당대(唐代) 이후 수많은 유명 시인들이 와서 많은 시를 남긴 경정산(敬亭山)이 있는 곳이다. 그래서 ‘강남시산(江南詩山)’이라 불리어지기도 한 곳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백은 경정산을 좋아해서 자주 찾았다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독좌경정산(獨坐敬亭山)’이 바로 이곳에서 지은 것이다.

“뭇 새들이 높이 날아 사라지고, 외로운 구름만이 한가로이 떠가네. 서로 바라보아도 둘이 질리지 않은 것은, 오직 경정산 뿐인가 하노라.”4)

필자가 오래 전에 아들을 데리고 경정산을 찾았을 때, 경정산 정상 바로 밑 조그만 사당 안에 이백이 홀로 비스듬히 누워서 있는 석상을 본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선성현지(宣城縣志)》의 기록에는 “송라(松蘿)는 곳곳에 모두 있지만, 맛이 쓰고 엷다. 그러나 그 쓰임이 정말로 광범위한데, 오직 ‘경정녹설차(敬亭綠雪茶)’만이 최고의 품질이다.”5)라고 했다.

용계화청(湧溪火靑)은 안휘성 경현(涇縣)에서 생산되었으며, ‘원라형세눈녹차(圓螺形細嫩綠茶)’에 속한다. 그 외형은 요원(腰圓)하고, 결체가 묵직하다. 색깔은 암녹색을 띠며 번질번질하고 찻잎 외형엔 백호(白毫)가 뚜렷하다. 맛이 순후하고 단맛이 나며 내포성(耐泡性)이 높다. 향기는 짙지만, 입안에서 맑고 신선하며 상쾌하다. 탕색은 황녹색을 띠며, 밝고 투명하다. 엽저(葉底)는 은행(銀杏) 같은 황색을 띠며 고르게 정갈하다.

육안과차(六安瓜茶)는 안휘성의 육안(六安)과 금채(金寨)에서 생산되며, ‘편형세눈녹차(片形細嫩綠茶)’에 속한다. 특히 금채(金寨)의 향홍전(響洪甸) 댐 부근의 제두산(齊頭山)에서 생산되는 ‘제산과편(齊山瓜片)’은 품질이 가장 좋다.

태평후괴(太平猴魁)는 안휘성의 태평 황산(黃山) 산맥의 후갱(猴坑)에서 생산된다. 후괴(猴魁)는 그 품질에 따라 상괴(上魁), 중괴(中魁), 차괴(次魁) 등의 삼등분으로 구분한다. 태평후괴는 1915년에 ‘파나마 만국 박람회’에서 금장(金獎)을 수상한 이후 세계적으로 그 명성을 날리고 있다.

신양모첨(信陽毛尖)은 하남성(河南省) 신양현(信陽縣)에서 생산되며 ‘침형세눈녹차(針形細嫩綠茶)’에 속한다. 그 외형은 탄탄한 가느다란 바늘 모양이다. 즉 찻잎에 윤이 나며 꼿꼿한 모양이다. 빛깔은 취록(翠綠)색을 띠며, 하얀 솜털 같은 백호(白毫)가 뚜렷이 나타난다. 탕색(湯色)은 선명한 녹색을 띠며, 향기가 높다. 맛은 산뜻하게 짙고, 차를 마시고 난 뒤, 입안에서 회감(回甘)하는 맛이 오래 지속된다. 엽저(葉底)는 고르게 연녹색을 띠고 있다.

서성난화(舒城蘭花)는 안휘성 서성현(舒城縣)에서 생산된다. 그 외형은 싹과 잎이 서로 포개져 있어 마치 한 떨기의 난화(蘭花)와도 흡사하다. 취록색을 띠며, 찻잎에 고르게 윤기가 나고, 백호(白毫)가 뚜렷하다. 찻잎은 안에 우아한 난화의 향기를 머금고 있다. 이 차는 ‘서전아엽형세눈녹차(舒展芽葉形細嫩綠茶)’6)에 속한다.

노죽대방(老竹大方)은 ‘침편(針片)’ 또는 ‘고방(拷方)’이라고도 한다. 안휘성 흡현(歙縣)에서 생산된다. ‘편아형초청세눈녹차(扁芽形炒靑細嫩綠茶)’7)에 속한다. 그 외형은 고르게 납작하다. 색깔이 대나무 잎처럼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차를 우려낸 탕색(湯色)은 담녹색(淡綠色)이며 잘 익은 밤〔栗〕의 향이 난다. 맛이 진하면서도 입이 상쾌하다. 차를 다 우려낸 엽저는 황녹색을 띤다.

천강휘백(泉崗輝白)은 절강성 승현(嵊縣) 동북쪽 사명산맥(四明山脈)의 복호산(復扈山) 자락에서 생산된다. 찻잎은 ‘원형초청세눈녹차’에 속한다. 찻잎의 색깔이 하얀 광채를 띠는 게 이 차의 특징이다. 향이 좋고, 맛이 진하며, 엽저는 연녹색이다. 붉은 줄기나 붉은 잎이 없다.

여산운무(廬山雲霧)는 강서성 여산(廬山)에서 생산되며 ‘세눈녹차(細嫩綠茶)’에 속한다. 품질의 특징은 찻싹과 찻잎이 두툼하면서도 부드럽다는 것이다. 찻잎의 외형에는 녹색의 윤택이 나며 백호(白毫)가 무성하다. 향이 좋고 맛이 진하다. 차탕색은 푸른빛이 환하며 오래 우려낼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입안에서 회감하는 맛이 달콤하다.

군산은침(君山銀針)은 호남성(湖南省) 악양(嶽陽) 동정호(洞庭湖) 안의 군산(君山)에서 생산된다. ‘침형황아차(針形黃芽茶)’에 속한다. 이 차의 특징은 아첨(芽尖)이 두텁고, 솜털 같은 잔털로 가득 덮여 있다는 것이다. 색이 금황(金黃)색을 띠고, 향이 맑고 높다. 맛이 달고도 상큼하며, 탕색(湯色)은 오렌지 빗을 띤다.

주) -----
1) 초청(炒靑)은 찻잎을 솥에 덖어서 시들게 함을 말하고, ‘세눈녹차(細嫩綠茶)’란 찻잎이 가늘고 여린 녹차 잎을 의미한다.
2) 엽저(葉底): 찻잎을 다 우려내고 난 후의 젖은 찻잎. 차를 품평할 때 마지막 단계로 뜨거운 물로 다 우려낸 후의 찻잎의 상태를 보고 그 차의 호불호(好不好)를 평가한다.
3) 세눈홍청녹차(細嫩烘靑綠茶)는 위에서 설명한 ‘초청세눈녹차(炒靑細嫩綠茶)’처럼 솥에서 덖는 것이 아니라 대나무 바구니에 담아 은근한 숯불 위에 올려놓고 불에 쬐여 찻잎을 시들게 하여 만든 차이다.
4) 衆鳥高飛盡 , 孤雲獨去閑 , 相看兩不厭 , 只有敬亭山。
5) 松蘿處處皆有, 味苦而薄, 然所用正廣, 唯敬頂綠雪茶, 最爲高品。
6) 서전아엽형세눈녹차(舒展芽葉形細嫩綠茶): 차의 싹과 잎이 마치 난화처럼 함께 겹쳐서 동시에 전개되는 연한 잎의 녹차 형태를 의미한다.
7) 부드러운 찻싹을 납작한 형태로 솥에서 덖어서 만들어 낸 차를 의미한다.

박영환 | 중국 사천대학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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