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등불은 한 줄기 빛이자 희망이다. 절망의 끝에서 들어 올린 등불은 찬란한 희망을 품게 하고 나아갈 의지를 돋우며 헤쳐 갈 길을 밝혀준다. 등불은 자신을 태워 빛을 낸다. 그 빛은 세상을 비추고, 어둠이라는 절망에 갇힌 이들을 광명의 세상, 희망의 세계로 이끌어 낸다.

재단법인 선학원은 우리 근·현대사에서 한국불교의 등불이었다. 일제와 그 추종자들에 맞서 한국불교를 지켜낸 최후의 보루였고, 광복 이후에는 정화운동의 산실이자 중추로서 왜색불교의 잔재를 걷어내고 민족불교의 정통성을 지켜낸 주역이었다. 일제 강점기의 깊은 어둠과 격동의 현대사를 헤쳐 갈 등불을 밝히고 그 길에 앞장선 곳이 선학원이다.

선학원은 2021년 설립 100주년을 맞이한다. 지난 100년의 역사가 민족과 불교의 현실을 직시하고 극복하기 위한 치열한 정진의 과정이었다면, 앞으로 맞이할 100년은 지난 역사를 계승하고 한국불교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등대이어야 한다.

그러나 조계종의 법인법 공세, 신도 급감, 출가자 수 감소, 궁핍한 사찰 재정, 이웃 종교의 활발한 선교 활동 등 선학원 앞에 놓인 현실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조 국사 지눌 스님은 <권수정혜결사문> 첫머리에서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나라”고 했다. 지금 닥친 어려움을 지혜롭게 극복하지 않고서는 미래도, 희망도 없다.

곧 선학원 설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개관식이 열린다.

만해 스님은 시 <알 수 없어요>에서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된다”고 했다. 지난 100년간 쌓아온 선학원 설립 조사와 역대 선각자의 업적이 기름이 되고, 사부대중의 원력이 심지가 되어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이 다가올 100년을 찬란히 밝히는 ‘새 희망의 등불’이 되길 다짐해 본다.

법진 스님 | 본지 발행인·재단법인 선학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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