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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교학계의 수정주의 이해
일본 학계에 크게 영향 받아 … 자생 교재 펴내야
2018년 04월 06일 (금) 12:39:20 조준호 yathabhuta@hanmail.net

지난 호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은 수정주의를 버렸다’는 주장은 일본학자들의 이해라 하였다. 그리고 한국불교계는 이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고 했다. 이번 호에서는 일본 학자 증영영봉(增永靈鳳), 증곡문웅(增谷文雄) 등의 수정주의 이해를 살펴보려 한다. 이러한 일본학자들은 일본 불교학계는 물론 한국 불교학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양자를 비교해 보면 한국 불교학계의 수정주의 이해가 일본 불교학계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본 학자 증영영봉(增永靈鳳)

필자가 찾아본 바로는 ‘붓다가 수정주의를 버렸다’는 가장 이른 시기의 언급은 일본의 초기불교 연구자인 증영영봉의 《근본불교의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70년 전의 주장으로서 이후 일본의 인도학 불교학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물론 우리나라 불교학계 전반은 물론 전문 논문에서도 그의 입장이 널리 수용되어 인용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이는 우리 불교학계가 일본 불교학계에 강하게 의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영향력이 심대하기에 그의 주장이 좀 길더라도 전부 인용하여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선정은 이러한 열반을 재현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방법이지만 목적 그 자체라고는 결코 단언할 수 없다. 고행과 같은 경우도 오욕의 관능 생활에 빠지는 것을 배척하는 한, 약간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는 하나 고행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는다는 것은 전혀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겠다. 본래 선정도 고행도 그것을 시작하는 처음의 상황에서는 고에서 떠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이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마침내 선정을 수행하는 것, 고행을 행하는 것 그 자체를 목적으로 삼기에 이르게 되었다. …… 석존이 수정주의와 고행주의자들의 입장을 버린 까닭도 대개 목적과 혼동된 선정이나 고행은 결코 멸고의 열반을 실현하지 못함을 통찰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수정주의와 고행주의. 이 두 가지 주의는 원래 심신이원관, 물심이원론에 입각한 것이었다. 따라서 두 선인〔二仙〕 등은 항상 산란하기만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 방종스러운 행동을 제어시켜서 물질적 욕망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하였다. 거기에는 마음이 물질로부터 떠나고 육체와 물질에 대하여 무관심한 태도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야만 하는 수행 방법은 당연히 선정인 것이다. …… 이와 같이 석존은 수정주의와 고행주의라는 두 주의가 물심이원론에 입각하여 고의 근거를 육체 내에서 찾으려고 하는 입장에 만족하지 않고 다만 이 모든 망상들을 버리려 했던 것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수정과 고행의 두 주의는 현재 열반에 머물지 않고 미래에 깨달음을 증득함에 그 입장을 두고 있기 때문에 현세에 있어 고를 멸각시키고 인격을 완성해간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다. 두 선인 등은 선정을 수행하는 것에 의해 사후, 그에 상응하는 천계에 태어남을 목적으로 하였다. …… 수정과 고행의 두 주의는 모두 일종의 독단적인 형이상학에 입각한 것이다. 즉, 이선의 전변설, 고행자의 적취설과 같은 것이다. …… 두 선인은 원래 정통 바라문은 아니었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선정은 여전히 실체아를 가정해 놓고 있다. …… 이상의 이유에서 알 수 있듯이 석존이 두 선인을 버린 것은 학설로서는 정통 바라문의 전변설, 실천적인 면에서 볼 때에는 수정주의를 배척하였음을 의미하고, 또한 고행을 버린 것은 학설로서는 육사외도의 적취설, 실천적 의미로서는 고행주의를 배척하였음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본다.1)

증영영봉의 이 같은 논술은 여러 가지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그 가운데 그는 수정주의는 물심이원론과 독단적 형이상학에 입각하고 있기에 석가모니 붓다가 선정을 버리게 된 이유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그의 주장처럼 과연 수정주의가 물심이원론과 독단적 형이상학에 기초한 것인가? 그렇다면 불교의 선정 또한 물심이원론과 독단적 형이상학에 입각해 있다는 것인가? 현재까지도 우리나라의 많은 불교개론서는 불교 기원을 설명하는데 있어 바라문계의 전변설과 수정주의, 그리고 사문계의 적취설과 고행을 정설처럼 비교적으로 언급한다. 과연 이러한 주장이 타당한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한 논문은 찾아볼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선정을 목적으로 삼기에 ‘수정주의를 버렸다’는 주장을 구체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증곡문웅(增谷文雄)의 경우

다음은 일본 학자 증곡문웅이 어떻게 주장하는지 살펴보자. 그는 유명한 초기불교 연구가이며 우리나라에도 여러 저서들이 번역되어 읽히고 있다는 점에서 앞의 증영영봉보다 더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의 주장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불타시대의 일반 사상가가 고의 문제의 해결방법으로 채택한 것은 크게 고행주의(苦行主義)와 수정주의(修定主義)로 나눌 수 있는데, …… 다음으로 수정주의(修定主義) 역시 육체와 정신이 대립하는 이원(二元)으로 보고 있으나 다만 고행주의가 육체를 정신에서 멀리 떼어 놓으려는 것과는 달리, 말하자면 정신을 육체에서 멀리하려는 소극적인 방법이다. 즉 정신을 가다듬어 그 분방한 활동을 억제하고, 그것으로 물욕을 일으키지 않게 하려는 취지에서 선정요가(禪定瑜伽)를 닦아 독특한 정신 상태에 들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또 육체를 고(苦)의 사실적 원인으로 볼 뿐만 아니라, 이 고를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이 해석하고 있는 점에서 전혀 고행주의와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이 양자에 의하면 참된 고의 소멸은 육체의 사멸 뒤에야 비로소 얻을 수 있을 뿐이었다. 이에 대해 석존의 고의 해석과 해결 방법은 어떠했는가? 불타는 출가 후 아라라 카라마 및 웃다가 라마푸다를 찾아 가르침을 구했으나, 마음에 차지 않아 곧 떠났다. 이는 수정주의가 고의 해결방법에 만족할 수 없었음을 뜻한다. …… 불타는 이 기대 긴장의 심적 상태를 이름 하여 갈애(渴愛)라고 했는데, 이것은 애초부터 무명(無明)의 소산이므로 지견(智見)이 생겨서 삶〔生〕에 있어서 참된 고의 멸을 얻을 수가 있는 것이며, 고행․수정 두 주의에 있어서의 결함이 여기서 충분히 보완되어 있는 것이다.2)

증곡문웅 또한 그 내용에 있어 앞의 증영영봉을 거의 이어받고 있음을 본 인용문이 말해준다. 그에 의하면 수정주의는 “정신을 육체에서 멀리 하려는 소극적인 방법”이며, 이는 괴로움을 해결할 수 없어 석가모니로부터 버려졌다. 그리고 붓다는 수정주의의 결함을 극복한 길로써 괴로움을 해결하였다고 한다. 그의 주장처럼 과연 수정주의를 버린 길에서 열반과 해탈이 가능하였는가? 나중 살펴보겠지만 이는 분명 잘못된 주장을 재생산하고 있다.

기타 일본 학자들의 예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본어 번역의 《인도불교사》의 경우이다.

고타마 싯달타는 먼저 수도 라자가하(Rājagaha, 王舍城) 근처에 머물고 있던 알라라 칼라마(Ālāra Kalama)와 웃다카 라마풋타(Uddaka Rāmaputta)에게 사사(師事) 받았다고 한다. 당시 수정주의자(修定主義者)들은 선정(禪定)에 의해서 해탈의 경지로 들어가는 것을 그 목적으로 삼았다. …… 싯달타는 그들의 수정주의가 인생 도피의 경향이 있어 결코 만족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버리고 가야(Gayā, 伽倻)로 갔다.3)

지난 호에 언급한 동국대 《불교문화사》에서 “태자는 그들이 체득한 선정의 깊은 뜻을 수득(修得)하였으나 그들이 인생 도피의 경향이 있는 것에 만족할 수 없어 그들이 있는 곳을 떠났다”라는 주장이 어디로부터 유래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증영영봉, 증곡문웅, 그리고 총본계상(塚本啓祥) 등은 불교학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학자들이다. 마찬가지로 그들의 영향은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불교학계에 직·간접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 국내의 불교학 출판물은 일본학자의 불교 이해를 반영한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동국대를 비롯한 한국 불교 교육기관은 이러한 의존성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자생적인 불교 기본 교재를 출간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한국 불교학자도 세계 불교학계의 최신 연구 결과물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교재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본 불교학계의 번역서를 사용하거나, 그들의 입장이 반영된 교재를 반복적으로 재생산할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앞에서 인용한 《인도불교사》의 경우도 그러하다. 인도불교 전반을 연대기적으로 구성한 적절한 교재를 찾을 수 없어 필자는 물론 동국대와 여러 교육기관에서도 일본 불교학자가 쓴 《인도불교사》를 교재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주) -----
1) 증영영봉, 《根本佛敎の 硏究》, 풍문서방(風間書房), 소화 23년(1948), pp. 80~85.
2) 증곡문웅, 목정배 역, 《불타시대》(서울 :경서원, 1984), pp. 247~249.
3) 고기직도(高崎直道) 등, 권오민 역,《인도불교사》(서울 :경서원 1985/2002). pp. 38~39.

조준호 | 고려대학교 철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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