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설정 총무원장이 점점 더 깊은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망어(妄語)의 파계로도 부족했던지, 석가모니 부처님과 자신을 동일시하기에 이르렀다.

마치 한 가지 거짓말을 덮기 위해서는 10가지 거짓말이 필요하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기라도 하듯, 설정 원장은 자신에게 쏟아진 여러 의혹들에 대해 “깔끔하게 소명하겠다”던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며 덮어버리고 있다.

설정 총무원장에게 기회는 여러 번 있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와 <불교닷컴>이 설정 스님에게 재산 보유를 비롯한 여러 가지 의혹들을 진솔하게 해명하고, 총무원장 후보직을 사퇴할 것을 촉구하는 등 지금까지 결자해지할 시간을 충분히 주었다.

지난 1월 11일 설정 원장이 가진 신년기자회견은 그런 관점에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조계종이 ‘해종(害宗) 언론’이란 낙인을 찍어 800일 넘게 집요하게 탄압해 온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와 시민연대 관계자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기자회견을 주목했지만, 상식 이하로 끝나고 말았다.

설정 원장은 재산 보유, 서울대 졸업 거짓말 등에 대해 해명하거나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석가모니 부처님이 당했던 모함에 빗대어 자신이 처한 궁지를 벗어나려고 했다.

조계종이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어떤 것을 추진할 것이냐는 질문에, 설정 원장은 “선거 과정에서 (나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사람들이 있다. 시간이 조금... 굳이 그것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지금 이 순간에 말씀드릴 수 없다. 부처님 당시, 부처님도 많은 의혹을 받고 시간이 걸려서 해결된 일이 있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충분히 해소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설정 원장이 언급한 부처님에 대한 의혹은 부처님이 모함 당한 것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불교 초기 경전들에 따르면, 부처님과 부처님을 따르는 승가가 존경을 한 몸에 받자, 이를 질시한 다른 종교의 종도들(외도)의 계략에 넘어간 젊은 여자 수행자 순다리(한역 孫陀利)와 친차(한역 戰遮 혹은 戰沙)가 각각 부처님과 잠자리를 같이해 아이까지 가진 것처럼 거짓 주장을 했을 때 부처님이 7일만 지나면 소문이 사라질 것이라고 얘기했고, 실제 7일이 지나자 진실이 밝혀져 모함에서 벗어났고, 부처님과 승가의 명성은 더 높아졌다고 한다.

설정 원장의 기자회견 발언이 왜 심각한가. 우선, 설정 원장이 자신이 저지른 각종 파계 행위와 부처님이 당했던 모함을 마치 비슷한 것인 양 비교한 것은 부처님을 모독하는 일이다. 부처님은 모함을 당한 것이고, 설정 원장은 스스로 거짓말과 파계행위를 한 것 때문에 진실을 밝히거나 소명할 것을 요구받아 온 것이다.

설정 원장은 단순한 망어죄를 넘어, 자신의 거짓말과 파계 행위를 숨기기 위해 부처님이 당한 어처구니없는 모함을 비교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부처님을 격하하는 언행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둘째, 설정 원장을 둘러싼 각종 파계행위에 대해서는 <불교닷컴>을 비롯한 언론이 오랫동안 추적해 사실관계를 파악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불교닷컴>과 시민연대가 보도하고 발표했던 내용들에 대한 설정 원장과 측근 참모들의 군색한 변명들이 거짓이었음이 하나씩 확인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부처님이 모함으로 벗어나자 빠세나디 왕은 아난다 존자를 친견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존자시여, 경이롭습니다. 존자시여, 놀랍습니다. 존자시여, 우리가 질문하여 종결지을 수 없었던 것을 아난다 존자께서는 그런 질문에 대해 잘 설명하여 종결지으셨습니다. 존자시여, 어리석고 지각없는 자들이 충분히 검증하지 않고 깊이를 헤아리지 않고 남들을 칭찬하거나 비난하면 우리는 그것을 문제의 본질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존자시여, 그러나 현명하고 영리하고 슬기로운 자들이 충분히 검증하고 깊이를 헤아리고서 남들을 칭찬하거나 비난하면 우리는 그것을 문제의 본질로 인정합니다.”

“여시아문(如是我聞)! 나는 (부처님으로부터) 이렇게 들었다.” 불교는 석가모니(釋迦牟尼) 부처님의 깨달음에서 출발했지만, 부처님의 설법을 전하는 ‘사람(제자)’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불교는 존재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부처님은 끝없이 묻고 또 물으라고 말씀하셨다. 여시아문(如是我問)! 우리는 아래와 같이 설정 원장에게 묻는다.

한 사람을 잠시 속일 수 있을지 모르나 많은 사람을 오래 속일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고 본다. 사회적 요구는 설정 원장이 해명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다. 해명이란 사회적 공공질서에 해당된다. 해명 기피는 조계종단의 공공성을 파기하고 불교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다. 해명이 기피대상이라고 시간을 끌면서 본인 개인에 대한 포장행위를 더 할수록 더 깊은 늪으로 빠져 들어갈 것이다. 그것이 사회적 경험이고 불교의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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