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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불교적 의미 고찰한 첫 연구서
공만식 ‘불교음식학’ 출간…박사학위 논문 번역
2018년 03월 15일 (목) 10:21:09 이창윤 기자 budjn2009@gmail.com
   
▲ 《불교음식학》 지은이 공만식 박사.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道業)을 이루고자 공양을 받습니다.”

공양할 때 외는 다섯 가지 게송〔五觀偈〕을 다듬은 공양게다. 공양게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음식을 미식(美食)의 대상이나 생존하기 위한 먹거리만으로 여기지 않고, 깨달음을 이루어 가는 과정의 수단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교와 음식에 대한 진지한 학문적 고찰은 드문 것이 한국불교학계의 현실이다. 관련 논문이 몇 편 발표되긴 했지만 그 수가 미미하고, 단행본 또한 찾기 어렵다.

초기불교 빨리어 문헌부터 대승불교 한역 문헌까지 음식 관련 내용을 분석해 불교적, 종교적, 철학적 의미를 고찰한 연구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됐다.

   
동국대와 인도 델리대, 영국 런던대 등에서 불교학과 음식학을 전공한 공만식 박사가 내놓은 《불교음식학》이 화제의 책이다. 지은이 이 책에서 음식과 역사, 사회, 과학 등 여러 학문 분야를 접목해 연구하는 ‘음식학’에 ‘불교학’을 융합한 ‘불교음식학’의 정립을 시도했다. 이 책은 지은이의 런던대 King’s College 박사학위 논문 <Food and Craving in Early Buddhist Monasticism focusing on Pali Literature>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지은이는 음식을 대하는 불교의 근본적 인식과 자세, 시대 흐름과 지역적 특성에 따른 변화를 빨리어 삼장(三藏)을 중심으로 여러 불교문헌과 고대인도 문헌, 현대 연구자의 성과물 등을 검토해 밝혀내고 있다.

책은 모두 6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초기불교 우주론과 음식의 본질’에서는 빨리어 경전 디가니까야의 《아간냐경》을 분석해 불교의 우주론 속에 녹아든 음식에 관한 인식을 살폈다. 《아간냐경》은 세계와 인간 사회의 기원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는 경전으로, 음식에 대한 초기불교의 시각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다.

《아간냐경》에 따르면 최초의 욕계 중생은 미묘한 음식을 먹어 배설물이 없었다. 하지만 악행을 저지르며 거친 음식을 먹게 되자 배설물이 생겼다. 이것을 배출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 성기였고, 이로 인해 성적 쾌락을 찾게 됐다고 한다. 이렇듯 초기불교는 음식 먹는 행위를 “태초의 낙원과 같은 상태를 상실케 한 결정적 요인”으로 보았다.

2장 ‘먹는다’에서는 1장에서 고찰한 초기불교의 시각에 근거해 음식에 대한 붓다의 태도와 상좌부의 시각, 비구의 음식 수행과 같은 구체적인 예를 고찰했다.

《아간냐경》에서 보듯 음식이 인간을 타락하게 만든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붓다는 ‘먹는 것’ 자체를 금지하지 않았다. “단단한 음식을 먹고 힘을 회복하면서 나는 감각적 쾌락과 불선법(不善法)으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는 고백처럼 붓다는 “‘적당한 음식 섭취를 통해 건강한 몸과 마음에 생길 수 있는 즐거움은 감각적 쾌락으로 기능하지 않으며, 이러한 경험은 불선법을 야기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붓다의 시각은 곡기를 끊거나 최소화하는 등 고행의 관점에서 음식을 바라본 당시 수행자와 달랐다.

3~5장에서는 음식과 관련한 율장 내용을 살폈다.

3장 ‘불교계율의 음식 규정’에서는 바라제목차에서 음식 계율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 음식과 관련된 계율 중 가장 중요한 바일제 식품(食品) 열 개 조항, 음식에 대한 불교수행자의 에티켓을 다룬 중학법 식품, 음주 관련 조항을 고찰했다.

4장 ‘비구니 불공 음식 계율’에서는 식산계(食蒜戒)나 자자생곡계(自煮生穀戒) 등 비구니에게만 적용되는 불공계(不共戒)를 다루고, 계율의 차별성과 그 의미를 살폈다.

5장 ‘금지 음식’에서는 우유와 유제품에 대한 인도불교와 중국불교의 인식 차이점, 육식에 대한 초기불교와 대승불교의 시각 등을 비교 고찰했다.

‘삼종정육(三種淨肉)’에서도 알 수 있듯이 초기불교에서는 세 가지 조건만 충족하면 수행자도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이와 달리 대승불교에서는 식육을 전면 금지했다. 초기불교 당시에도 십종육(十種肉)처럼 식용이 금지된 고기가 있었지만 빨리어 율장 기록을 살펴보면 ‘욕망의 제어’라는 측면과는 거리가 멀다.

우유나 유제품은 음식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미식(美食)으로 분류됐지만 붓다 당시에는 먹는 것까지 금지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동아시아에서는 살생이라는 관점에서 유제품 식용을 금지했다. 《능엄경》은 동아시아에서 찬술된 경전으로 추측되는데, 그 주석서에 우유를 얻기 위해 갓 태어난 송아지를 죽이는 행태가 기록돼 있다. 이처럼 우유나 유제품을 먹는 것은 동물에게 직·간접으로 해를 입힌다는 시각이 반영된 것이다.

지은이는 빨리어 율장과 각 부파불교 계율의 같은 조항, 대승불교 문헌을 비교 분석해 계율의 내용이 불교 발생 이후 2600여 년간 시대 상황이나 문화, 재가 사회의 인식 등에 영향을 받으며 변화했음을 고찰했다.

6장 ‘음식 관련 수행’에서는 염식상(厭食想)과 염처수행(念處修行)을 고찰했다. 지은이는 상좌부와 설일체유부, 대승불교에서 염식상의 수행 목적은 같지만 음식의 본질을 규정하는 시각차에 따라 수행 방식에서는 차이가 있음을 고찰했다. 또 염식상과 염처수행이 음식에 대한 갈애(渴愛)를 제거하는 근본적 수행임을 살폈다.

지은이는 음식에 역사와 문화, 철학과 종교의 다면적인 의미가 내포돼 있음을 확인시키고, 불교에서 음식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지 안내한다.

지은이는 “추후 동아시아 불교음식의 이론적 토대가 되는 선불교의 음식 이론을 정립해 보고자 하는 것이 바람”이라며, “현대 음식학을 통해 한국 음식 문화 연구에 자그마한 디딤돌을 마련하는 것이 개인적 염원”이라고 말했다.

불광출판사 | 2만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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