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은 지난 1월 11일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대탕평의 시대를 열어 수행 공동체 조계종의 대화합을 이루겠다”고 천명했다.

설정 원장은 이어진 기자와의 질의응답에서 “의현스님 뿐만 아니고, 과거 이미 돌아가신 분이라 할지라도, 제재를 받은 분들을 복권해 주고 싶다. 또 어떤 경우라도 다 그분들을 모두 탕평에 포함시키고 싶다.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대탕평의 범위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자 민주주의적 기본질서인 언론의 자유을 침해하고 있는 소위 해종언론탄압에 대해서도 “언론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 살아가는데 대화가 가장 소통의 기본인데 대화가 끊어져 있는 것, 이러한 부분들을 충분히 생각하고 노력하고 있다”는 발언을 통하여 대탕평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한 바가 있다.

설정 원장은 신년기자회견 이후, 지난 2월 전라도지역 교구본사주지스님과 회동을 한 이후부터 지역별로 교구본사주지 스님들을 만나 멸빈자 사면을 포함하는 대탕평 정책에 적극 지지와 협조를 요청했다고 하며, 또 중앙종회 각 계파스님들과도 만나 멸빈자를 1회에 한해 사면토록 하는 종헌개정안이 중앙종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설정 원장의 지역별 교구본사주지 만남 이후, 전국교구본사 주지스님들은 3월 20일 중앙종회 개회를 앞두고, 3월6일 오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대회의실에서 제1차 교구본사주지회의를 열고, 종단 대화합 차원에서 특별사면을 위한 종헌 개정에 적극 지지한다고 결의했다.

그러나 “대탕평의 시대를 열고, 대화합을 이루겠다”는 설정스님의 의지와는 달리 이번 대탕평이 과연 조계종 수행공동체의 새로운 출발을 이루는 조치가 될 것인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조계종에서 사면 때 관여했던 중진 스님은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기자가 “조계종 총무원이 신년에 대탕평과 선거제도 개혁을 약속했다”고 묻자 “용서를 하려면 이쁜 놈, 미운 놈 가리지 말고 해야 한다. 그게 대탕평이다”라고 답한 것은 저간의 대탕평이 지니는 조계종식 편견의 일단을 드러낸다.

현실적으로 설정 원장의 대탕평 추진 측의 발언에는 “기준과 원칙”을 정해 선별 사면을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반성과 참회”라는 전제조건이 거론되기도 하며, 종단을 비판하였다고 징계를 받은 스님들은 제외된다는 이야기도 거론되고 있으며, 해종언론은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고, 전임원장에 의해 종단과 대립관계에 있는 선학원 징계 스님들에 대한 사면은 아예 거론조차 되고 있지 않다는 전언이다.

특히 해종언론에 대한 더 가중된 취재금지와 출입금지 조치는 정상적 종단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기에 편승하며 탕평과 사면을 대외 선전하는 것은 공정성과 신뢰성에서 평판을 획득하기 어렵다.

조계종 안팎에 이미 일부 정치승들에 의해 ‘이쁜 놈, 미운 놈’ 논쟁이 벌어진 상황을, 지난번 총무원장선거 과정에서의 논공행상 일환으로 대탕평이 이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으로 연결시키기는 어렵지 않다.

심지어 이번 대탕평은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서의현을 사면시켜주는 것이 주 목적이며, 이것을 위해 대탕평이라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에 서의현을 사면하기 위해 대탕평을 추진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자승 원장 체제에서 서의현 체제와 거래에 의해 조계종단 전체가 극심한 혼란상을 연출했던 것을 재연할 가능성이 크다.

자승원장 임기중인 2015년 6월 18일 호계원이 서의현을 공권정지 3년이라는 재심판결을 한 이후, 출재가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대중공사에서 잘못된 판결이라는 지적을 통해, 당시 호계원장인 자광스님이 사퇴하는 일명 “서의현파동”이 재연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탕평이라는 것은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이 공평한 것을 말하며, 역사적으로는 당쟁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각 당파에서 고르게 인재를 등용하던 탕평책에서 나온 말이다. 그렇다면 대탕평의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내편, 네편을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사면을 해야 하고, 반대편의 인재도 사면을 하여 조계종 공동체의 새로운 출발에 동참시켜야 마땅하다.

조계종 설정 총무원장의 대탕평이 정치색으로 악용돼 내 편만을 위한 논공행상이 되지 않고, 대화합을 이루는 진정한 회향이 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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