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국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삭발하고 있다. <사진=불교닷컴>

"(사회적 약자 등에) 공감하는 능력, 배려하는 능력이 떨어지면 사람은 괴물이 된다. 청소노동자를 탄압하는 비인간적 행위가 대학에서 벌어지고 있다." 사회자.

결원 충원을 촉구하며 2달 가까이 노숙농성 중인 동국대 청소노동자들이 계속된 학교 측의 무대응에 항의해 집단 삭발을 했다. 모두 18명의 청소노동자가 무자비한 조계종립 동국대를 원망하면서 삭발을 했다.

동국대는 지난해 청소노동자 8명이 정년퇴직하자 인원충원 없이 결원된 자리를 학생 알바로 대체했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과 경비 절감이 이유였다. 청소노동자들이 반발하자 학교 측은 '노조깨기 전문'으로 불리는 업체를 끌어들였다.

쓰레기 치운다고 쓰레기로 보나

동국대 청소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소속 전국 노동자들, 동국대 학생 등 100여 단체 500여 명은 8일 동국대 본관 앞에서 '민주노조 사수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오종익 동국대 청소노조 시설분회장은 "보광 한태식 총장에게 수차례 면담을 요청했지만 응답이 없다. 쓰레기 소리를 들으면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했다.

오 시설분회장은 "결원된 인원을 충원해 달라고 시작한 투쟁이었다. 이제는 (하청 비정규직이 아니라, 서울대처럼) 동국대가 직접 청소노동자를 고용해 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대학 민주화 완성은 총장 직선제가 답

한만수 전 교수협의회장은 연대사를 통해 "왜 이리 일을 키우는지 알 수가 없다. 어머니같은 노동자와 자식같은 학생들을 (일자리, 알바 자리를 두고) 왜 싸우게 만드느냐"고 했다.

한 전 회장은 "대학이 비민주적인 운영은 총장 직선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생 교수 직원 등 동국대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해 총장 직선제를 이루자"고 했다.

이에 앞서,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오늘은 110주년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1만5천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항의로 시작된 날이다. 110년이 지난 오늘 한국의 여성노동자들은 여전히 탄압받고 있다.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했다.

김 부위원장은 "동국대는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노동탄압의 중심"이라고 했다.

총장이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이었는데

사회자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까지 지낸 보광 스님이 총장인 동국대에 인권은 어디있느냐. 학생 노동자를 눈물 흘리게 하는 일을 그만 두라"고 했다.

18명이 집단 삭발을 하는 동안 동국대 교정은 눈물과 흐느낌으로 가득찼다. 삭발 후 참석자들은 불상 앞으로 자리를 옮겨 부처님의 자비를 동국대 측이 실천하기를 호소했다.

한편, 동국대 학생 등이 참여한 여성운동 단체들은 삭발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국대는 청소노동자 등 여성 인권을 보장하라"고 했다.

불교닷컴 조현성 기자 cetana@gmail.com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