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사 김정희의 작품 ‘침계(梣溪)’. <사진=문화재청>

추사체를 창안해 한국서예사에 큰 획을 그은 추사 김정희(1786~1856)의 글씨 3점이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청장 김종진)은 2월 20일 간송미술문화재단이 소장한 ‘대팽고회(大烹高會)’, ‘차호호공(且呼好共)’, ‘침계(梣溪)’ 등 추사 유묵 3점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대팽고회’는 별세하던 해에 쓴 예서(隷書) 대련(對鍊, 두 폭의 축으로 구성된 회화나 서예 작품)이다. 명나라 문인 오종삼의 시 <중추가연(中秋家宴)> 중 “푸짐하게 차린 음식은 두부·오이·생강·나물이고, 성대한 연회는 부부·아들딸·손자라네〔大烹豆腐瓜薑菜 高會夫妻兒女孫〕”라는 구절을 옮겼다. 꾸밈없는 소박한 필치로 붓을 자유자재로 다룬 추사의 만년 대표작이다.

▲ 추사 김정희의 작품 ‘대팽고회(大烹高會)’(왼쪽)과 ‘차호호공(且呼好共)’.<사진=문화재청>
‘차호호공’ 역시 예서 대련이다. “잠시 밝은 달을 불러 세 벗을 이루고, 좋아서 매화와 함께 한 산에 사네〔且呼明月成三友, 好共梅花住一山〕”라는 문장을 담았다. 필획의 간격이 넉넉하고 자획의 굵기가 다양하며, 붓질에 속도감 있어 추사 작품 중 수작으로 꼽힌다.

‘침계’는 벗 윤정현(1793~1874)의 부탁을 받고 30년간 고민하다가 써준 작품이다. 침계는 윤정현의 호다. 추사는 한나라 예서에 ‘침(梣)’자가 없기 때문에 30년간 고민하다가 해서(楷書)와 예서를 합한 서체로 써주었다고 한다. 작품의 완성도를 갖추려고 수십 년 동안 고민한 작가적 태도와 윤정현의 인내, 우정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문화재청은 “보물로 지정 예고된 유묵 3점은 추사의 학문적 예술적 관심과 재능이 구현된 작품”이라며, “그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는데 지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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