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 동계 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인면조. <사진=평창동계올림픽 홈페이지>

평창 동계 올림픽 개·폐회식에 등장한 ‘인면조(人面鳥)’가 극락에 깃들어 산다는 가릉빈가(迦陵頻伽)를 형상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다.

사람 얼굴에 긴 목과 날개를 가진 ‘인면조(人面鳥)’는 개회식에 날개를 퍼덕이며 등장했고, 이 장면이 SNS를 통해 전 세계에 퍼지면서 인면조(혹은 가릉빈가)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러나 평창 동계 올림픽 개·폐회식에서 등장한 인면조가 가릉빈가를 형상화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개·폐회식에 등장한 인면조와 가릉빈가는 사람 머리에 새 몸을 한 인두조신(人頭鳥身) 형상이라는 점은 같지만, 세부 모습에서 차이가 있다. 머리만 사람 형상인 인면조와 달리 가릉빈가는 머리와 팔 등 상체가 사람 형상이고, 새 머리깃털이 달린 화관을 쓰고 연주하는 모습이다.

당초 평창 동계 올림픽 개·폐회식 미술팀은 평남 덕흥리 고구려 고분 벽화를 모델로 인면조를 디자인한 것으로 알려졌고, 인면조는 고구려의 민족 정통성을 상징화한 것으로 이해됐다.

평창 동계 올림픽 개회식 연출가 양정웅 씨는 2월 21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퍼포먼스의 모티브는 고구려의 축제 등 고대신화에서 따왔다. 우리는 이미 추제를 아는 민족임을 보여주려고 했다. 주로 모티브 삼은 게 고구려 벽화인데, 거기에 인면조가 나온다.”며, “인면조가 등장하는 장면은 천지인, 사람과 자연과 동물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이다. 우리는 상생을 아는 민족, 이미 평화를 아는 민족이라는 뜻을 담았다. 그 장면 제목도 ‘랜드 오브 피스(Land of Peace)’다.”라고 밝혔다.

▲ 덕흥리 고분벽화에 그려진 인면조(왼쪽)와 연곡사 동부도에 새겨진 가릉빈가(오른쪽).

양 씨는 이 인터뷰에서 인면조를 언급하며 “원래 불교와 관련해 인도에서 온 이야기”라고 했는데, 고구려 고분벽화의 인면조와 불교의 가릉빈가는 엄연히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미술사학자 주경미 박사는 2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평창 동계 올림픽에 선보인 인면조를 가릉빈가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중국 한나라 이후 인면조는 동아시아 고분 벽화에 천상의 존재로, 천 년 만 년 사는 상서로운 동물로 종종 등장한다”는 것이다.

고구려 덕흥리 고분 벽화의 경우도 ‘천추지상(千秋之象)’, ‘만세지상(萬歲之象)’이라는 명문이 있어 천 년 만 년 산다는 천추와 만세임을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 박사는 “중국 갈홍이 지은 《포박자》에 의하면 천추와 만세는 사람 얼굴에 새의 몸을 가진 동물이며, 그 수명을 따라 이름이 지어졌다”고 지적하고, “고구려 덕흥리 고분, 삼실총, 무용총 등 여러 고구려 고분벽화와 백제 금동대향로, 무령왕릉 동탁은잔 잔 받침, 경주 식리총 식리(장식신발) 등에서 인면조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주 박사는 다만 “동아시아의 고유한 길조(吉鳥), 혹은 서조(瑞鳥)인 인면조는 불교가 전래되면서 극락세계에서 사는 가릉빈가로 변화한다”고 덧붙였다.

가릉빈가는 산스크리트어 kalaviṅka를 번역한 말이다. 통상 극락조라고 부른다. 가릉빈가는 ‘자태가 매우 아름다우며 소리도 아름답고 묘하다’고 해 묘음조(妙音鳥), 호음조(好音鳥), 미음조(美音鳥) 등 다양한 명칭으로도 번역됐다.

가릉빈가는 특히, 통일신라시대 이후 부도, 석탑, 기와 등 불교미술 소재로 많이 쓰였다. 화순 쌍봉사 철감선사탑과 문경 봉암사 지증대사탑, 구례 연곡사 동·서·북 부도 등에서 가릉빈가를 찾아볼 수 있다. 고려시대 부도탑 기단부에 새겨진 가릉빈가는 생황을 불거나 피리, 비파를 연주하는 주악상(奏樂像)이 대부분이다.

가릉빈가가 새겨진 와당(瓦當)은 황룡사지를 비롯해 분황사지, 삼랑사지, 임해전지 등 경주지역 여러 유적에서 발견돼 상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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