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월 9일부터 25일까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대회가 열린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월 남북 실무회담을 통해 시동이 걸린 남북대화를 미북간 대화로 잇고 궁극적인 북핵문제를 풀겠다는 구상이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을 통해 예전과 달라질 수도 있다는 현 정부의 희망이나 북한이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정상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가시적인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평창올림픽 참가를 통해 북한이 대외전략을 수정하거나 바꿀 수 있다는 우리 정부의 바람은 또 다른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6자 회담 등 북한과의 비핵협상은 “핵을 갖는 것이 자신에게 직접적인 손해가 된다.”고 평가할 때만이 가능한 계산법이다. 북한은 올림픽 개막 하루 전에 평양에서 70주년 건군절 개최로 ‘행동대행동’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통해 북측과의 대화 통로를 열고 유지하겠다는 기조이다. 금강산 육로를 통한 경유 1만ℓ 반입계획이 “제재 논란과는 거리가 멀다”는 통일부의 설명과 좀 다르게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도하는 대북제재의 상징이 석유 및 정유제품 제재인 만큼, 북측이 먼저 이를 취소함으로서 의도성 여하를 떠나 유엔의 대북제재와 남북대화 사이의 충돌요소를 미리 없애는 추가효과를 갖게 된 것은 향후 남북대화에서 고려할 대목이다.

평창 외교전의 서막이 오른 가운데에 북한의 건군절 열병식 개최와 일명 ‘코피작전’(bloody nose; 제한적인 대북 선제 군사공격) 등 미국의 대북 강경기류로 말미암아 한반도의 해빙기류는 다시 얼어붙고 있다. 이를 수습하는 측면도 있지만 지난 2월 1일 “우리(미국) 정책은 바뀐 게 없다. 여전히 최대의 압박 정책이다.”는 헤더 나워트 미국무부 대변인의 정례 브리핑 멘트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대화 모멘텀을 되살리려는 현 정부의 정책적인 딜레마로 남게 될 전망이다.

이번 올림픽을 통해 북미대화 등 새로운 국면을 기대하는 우리 정부와 같이 북한에서도 헌법상 행정부 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91세)을 대표단장으로 파견해 외국 정상과의 회담은 물론, 3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의제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8일날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직접 피케팅하는 열병식은 평창올림픽 분위기를 좌우할 최대의 변수라 할 수 있다.

한편, 거의 일회성에 가까운 남북대화의 마당인 평창올림픽에 남북 불교계가 끼워들 틈은 거의 없다. 10년 만에 잠시 열린 남북대화 국면에서 염원과 응원전 참가가 전부이다. 그간 수동적인 교류창구를 맡은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의 사업들은 페이퍼데이터로 사장되는 등 남한 불교계는 통일운동을 할 것인가? 아니면 교류, 협력(사업)을 할 것인가?를 분명히 결정해야 할 시점에 들어와 있다.

특수한 관계로 존재하는 남북 불교계의 입장에서는 평창올림픽이든 향후 새로운 관계의 진전이 이루어지든 교류의 블랜딩(blending)이 필요하다. 기존의 교류패턴에다 남북의 상황이나 조건을 잘 고려하여 그 필요성과 타당성을 만드는 선행작업이 요구되고 있다. 통일이라는 거대 담론을 힘겹게 다루기보다는 불교교류의 필요성에서부터 교류의 편익과 준비과제 그리고 북한불교를 바라보는 바람직한 시각과 접근방법에 이르기까지 불교계가 먼저 설계, 준비하는 교류코드(code)를 다시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

또 이번 정부에서도 정책조직에 관한 불교계 인사의 진출이 전무한다는 점도 제고되어야 한다. 때늦은 과제이지만 교류의 준비과정에서부터 인적네트워크를 다시 확장하는 것도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대안이 결여된 학문적 이론이나 북측과의 관계성을 고려하지 않은 거대한 계획은 반드시 지양되어야 한다. 즉 과거 연고성을 강조한 이론이나 양측에게 부담스러운 대형건물의 신축이나 지원사업의 제고이다. 이것은 문화재를 자본적 가치로만 여기게 되는 병폐를 초래하고 또 다른 상처로 남게 될 뿐이다.

이지범 | 고려대장경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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