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설정원장은 지난 1월 1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했다. 설정원장은 당선직후인 2017년 10월 12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은처자 문제와 재산문제 의혹에 대해 질문을 받고 “제 의혹에 대해서는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지 깔끔하게 소명하겠다. 그것이 소명되지 않고서는 종단의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공언을 한 바가 있다.

그러나 설정원장은 신년기자회견에서는 은처자문제와 재산문제 의혹에 대해 부처님까지 거론하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해소될 것”이라고 하였다. “소명되지 않고서는 종단 일을 할 수 없다”는 당선직후 공언을 뒤집은 것이다. 조계종 종단의 최고 수장이 결국 허언을 한 것이지만, 설정원장에 대한 의혹은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므로 그 결과를 지켜보기로 하자.

신년기자회견에서 설정원장은 또 현행 조계종 선거법의 폐해를 언급하면서 “가장 불교다운 선거법을 만들겠다”고 공언을 하였다. 설정원장은 선거제도로 인해 절집에 폐단을 몰고 왔다고 하면서, 선거로 인해 화합이 깨지는 것, 승가의 위계질서가 무너지는 것, 비방과 유언비어로 상대를 조롱하고 모략하는 것, 삼보정재를 써서 돈으로 표를 사고파는 것을 이야기했다.

설정원장은 이러한 폐단 때문에 간선제나 직선제든 문제가 있으며 이러한 폐단을 없애는 가장 불교다운 선거법을 분명히 만들겠다고 공언을 하였다. 설정원장의 이러한 발언이 있기 전날인 1월 10일 조계종 중앙종회 총무원장선출제도개선 특별위원회는 회의를 개최하여 “가장 불교적인 방식으로 대표자를 선출”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하였다.

문제는 새로운 제도를 만든다고 하지만 그 제도가 설정원장과 중앙종회측이 이야기하는 “가장 불교다운 선거법”이 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간선제든 직선제든 선거제도가 불교다운 선거법이 될 수가 없었던 것은, 선거 때마다 관행이나 불교의 전통을 들먹이면서 은밀하게 오고갔었던 돈봉투 때문이라는 것은 불교대중이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제도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총무원장선거 전에 총무원장으로서 자격조건이나 수행이력, 청렴성, 도덕성과는 상관없이, 계파 간에 은밀한 거래를 통해 소위 아바타라고 불리는 차기 총무원장 후보를 내정하여, 종단의 고위층까지 나서서 불법 선거운동을 해온 것이 선거법의 폐해를 몰고 온 것이니, 그것은 일반대중이 아닌 소위 종단의 지도부들이 저지른 부정, 불법선거의 결과물인 것이다.

불교교단의 의사결정은 대중이 한사람도 빠짐없이 모여서 모두에게 골고루 발언의 기회를 주고 이후 논의를 통해 전원 찬성을 도출해내는 갈마의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것은 세속에서 말하는 민주주의의 극치이며 현행 선거법은 불교교단이나 세속이나 그러한 갈마의식의 현실적 구현인 것이다. 조계종 원로회의가 치열한 논쟁을 통해 찬반이 나누어지더라도 대외적으로는 전원 찬성의 결과로 발표하는 것은 이러한 갈마의식의 현실적 적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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