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모든 것의 끝일까. 생사윤회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생전에 자신이 지은 선과 악의 업(業)에 따라 또 다른 삶의 고리와 연결된다는 것이 불교의 윤회관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삶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될까. 업에 대한 평가는 누가, 어떻게 할까.
이런 내용을 담은 경전이 〈시왕경(十王經)〉이다. 〈불설예수시왕생칠경(佛說豫修十王生七經)〉과 〈불설지장보살발심인연시왕경(佛說地藏菩薩發心因緣十王經)〉의 줄임말이다. 당나라때 대자은사(大慈恩寺)의 장천스님이 찬술했다.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49재나 예수재의 경전으로 널리 유포됐다.
망자(亡者)는 중음(中陰) 상태에서 각기 지옥세계를 다스리는 열 분의 대왕(十王)들에게 각각 한 번씩 모두 열 번에 걸쳐 심판을 받게 되는데, 이 심판은 죄의 경중에 따라 가혹하리 만큼 냉혹하게 치러진다.
이들 경전은 예부터 중국,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등지에서 명부(冥府)의 지장시왕(地藏十王) 신앙을 대변하는 소의경전으로 읽혀져 왔다. 경전에 나오는 검은 옷을 입은 저승사자, 저승길의 여정 등과 같은 내용은 각종 설화와 민담의 중요 소재였으며, 사찰의 명부전 등에 봉안되어 있는 시왕도(十王圖), 사자도(使者圖), 현왕도(現王圖)의 근거가 되었다.
책을 번역한 동국대출판부 김두재 부장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인과응보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기 바란다”며 “지장보살의 자비원력과 유족들의 공덕의 힘이 망자에게 한 줄기 빛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두재 옮김 | 성문 | 1만원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