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이 자신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깔끔하게 해명하겠다”던 입장을 바꿔 “시간이 걸리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혹 해명을 거부하며 버티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불교저널 자료사진>

“깔끔하게 해명” 약속하더니 “시간이 걸리면 해결”

‘공심’, ‘신심’, ‘실천’을 내세우며 대중들에게 “어떻게 살 것이냐”고 묻던 설정 조계종 총무원장이 자신의 학력위조, 은처자, 100억대 사유재산 보유, 교통사고 과실치사 등 사실과 의혹을 “깔끔하게 해소하겠다”던 약속을 사실상 파기했다.

설정 총무원장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로비에서 연 신년기자회견에서 총무원장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학력위조 사실을 비롯해 갖은 의혹에 대해 “시간이 걸리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빠른 시일 내에” “깔끔하게 해명하겠다”더니 결국은 대국민약속을 저버리고 뭉개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설정 원장은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굳이 그것을 (이 자리에서) 하나하나 세세히 설명하긴 어렵다”면서 “부처님도 그 당시 의혹을 받았던 일이 있었지만 시간이 걸려 해결됐다. (내 문제도) 시간이 걸리면 충분히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필 서울대 이력이 와전이고 유전자검사 용의 있다더니

설정 원장은 말 바꾸기로 버티고 있다. 그는 35대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과정에서 학력위조가 들통 나자 “와전됐다”고 변명했다. 그런데 자신이 직접 ‘서울대학교’ 라고 적은 이력서가 공개됐다. 와전은커녕 거짓말로 총무원장 선거 국면을 돌파하려 한 것이다.

여기에 학력위조와 100억대 사유재산 보유, 그리고 은처자 의혹까지 제기되자 설정 총무원장 후보 선거대책본부는 지난해 10월 9일 성명을 통해 “설정 스님은 한 치의 의혹 없이 진실을 밝히기 위해 유전자 검사에 응할 용의도 있다”고 발표했다.

설정 당선자는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의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천명했다. 지난해 10월 12일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선거기간 제기된 의혹과 관련한 질문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질문에 “사부대중께서 가졌던 의혹들과 지적하신 여러 문제들을 그냥 두고 종단 운영을 할 수는 없다.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지 깔끔하게 소명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통해 “깔끔하게 소명하겠다”던 설정 원장이 취임 100일도 채 안 돼 스스로 대국민약속을 저버린 것이다.

총무원장 당선자 인준 받으려 원로회의도 속였나

대국민약속을 파기한 설정 원장은 총무원장 인준 과정에서 원로회의에서도 해명을 약속했다. 원로회의는 설정 원장을 둘러싼 갖은 추문에 해명을 요구했다. 원로회의는 설정 총무원장 당선자의 해명 약속에 ‘총무원장 인준안’을 무기명비밀투표로 처리한 결과 인준 찬성 12표, 반대 7표를 얻어 빠듯하게 통과시켰다. 총무원장 당선자 인준안을 무기명비밀투표로 원로의원 1/3 이상이 반대 속에 처리한 것이다.

10월 18일 ‘총무원장 당선자 인준안’ 처리를 위해 열린 원로회의에서 설정 당선자는 원로의원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해명을 약속했다.

설정 당선자는 “원장으로 나와서 부덕하고 불찰한 소승이 원장이라고 나와서 저의 불찰과 부덕으로 인해서 많은 염려를 끼쳐드린 것 같아서 대단히 죄송스럽니다”라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면서 이렇게 이야기했다.

“크게 세 가지로 저에 대한 의혹이 있는 것 같다. 첫째는 재산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백억 대 재산이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학력문제인 것 같다. 제 학력 문제는 교계기자들을 통해서 제가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 세 번째는 저의 친자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딱한 처지에 놓인 한 사람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전영수에게 출생신고를 부탁한 선의가 결국은 그 집안뿐만 아니라 저에게도 많은 짐이 되고 있습니다. 친자확인 소송은 2006년(2000년을 잘못 말한 것으로 보임) 6월 달에 그 사람이 호법부에 제출한 진정취하와 공증서에 분명히 기재되어 있듯이 누군가의 유도로 비롯된 것이며, 본인도 이 논란이 명확하게 해명되기를 누구보다도 바라는 입장에서 빠른 시일 내에 이것을 해명을 할 것입니다. 정화의 어려움 속에서도 오늘날 조계종을 반석에 앉히고 안정을 지켜 오신 원로스님들 혜안에 정중히 요청 드리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원로의장 종하 스님은 설정 당선자와 관련해 궁금한 점을 질의하라고 제안했다. 일부 원로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질문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설정 당선자의 해명 없이는 인준이 불가하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해명 이해 안 되면 설정스님은 (총무원장) 뜻 접어야”

이 자리에서 원로의원 A스님은 “설정 스님께서는 여기에 언론기관에서 자기의 의견을 발표했듯이 명명백백하게 해명을 해 주시고 또 그 해명이 원로회의에서도 이해가 되고 그러면 우리는 설정 스님을 그야말로 어느 누구보다도 우리 종단을 이끌어 나갈 위대한 총무원장으로 추대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해명이 안 되고 이해가 안 되면 이건 설정 스님께서는 아마 뜻을 접는 것이 좋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고 설정 스님께서 언론기관에 말씀하신 것을 이대로 지키시겠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설정 총무원장 당선자는 “예. 당연합니다. 언론사에서 의문 제기한 것을 (해명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또 다른 원로의원 스님은 “의혹을 끌어안고 그대로 간다면 부담이 너무 크고 종단 위상이 계속 실추된 가능성이 크다”면서 “어느 기일을 두고 확실하게 의혹을 소명하는 걸로 (설정 원장 당선자에게)각서를 받자”고 제안했다.

결국 이날 19명의 원로의원들을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쳐 찬성 12, 반대7의 결과가 나왔으나 만장일치로 설정 원장을 인준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설정 당선자의 빠른 해명을 전제한 조건부인준이라는 것이다.

왜 해명 안 하나…전차회의록 낭독케 한 원로회의

설정 원장은 시간떼우기로 버티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종단 최고 의결기구인 원로회의에 해명을 약속하고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11월 27일 열린 원로회의에서 다시 설정 원장의 의혹 해명 요구가 일었다.

이날 몇몇 원로의원들은 설정 원장이 해명을 계속 미루자 역정을 냈다. 총무원장 당선자 인준을 위해 열린 전차 원로회의 회의록 낭독까지 요구했다. 보통 원로회의는 전차 회의록을 문건으로 대체해 왔지만 이날 몇몇 원로의원들은 전차 회의록 낭독을 요구해 설정 원장의 발언과 결의내용을 확인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 때문에 20~30여분이면 끝날 차기 원로회의 의장 선출 절차가 1시간 30여분을 훌쩍 넘겼다. 결국 이날 원로회의는 설정 원장이 의혹 해명을 약속한 부분을 다시 확인하고 차기 회의에서 다시 해명하도록 했다.

이런 설정 원장이 올들어 11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고 발언한 것은 종단 법통의 상징인 종정을 추대할 권한과 행정수반인 총무원장 당선자 인준 권한을 가진 조계종 최고의결기구인 원로회의를 깔본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설정 원장은 불교계시민사회와의 약속도 깼다. 설정 원장은 지난해 12월 26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동아시아평화회의(운영위원장 이부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가 주최한 ‘평화올림픽을 위한 각계원로 기자회견’에서 해명 요구를 받았다.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1기 상임공동대표는 이 자리에서 “‘각종 의혹을 깔끔하게 소명하겠다’고 한 약속을 왜 지키지 않느냐”고 물었고, 설정 원장은 “할게요”라고 짧게 말했다.

설정 총무원장은 ‘평창 올림픽 앞서 미국·북한 군사행동 중지하고 대화 나서라’는 취지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지지 발언을 한 뒤 퇴장하는 과정에서 신 운영위원과 정면으로 마주치며 의혹 해명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받자 ‘가느다란 목소리’로 이같이 대답했다. 결국 “할게요”는 뭉개기란 뜻이었다.

닷컴·포커스 질문이 겁나 4층서 기자회견?

설정 원장은 취임 첫 신년기자회견 장소를 국고보조금으로 지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총무원장 집무실 입구의 로비로 선택했다. 이전에는 기자회견을 이 건물 1층 로비에서 했었다.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출입문을 종무원 10여명으로 봉쇄한 뒤 각층별로 다시 종무원들이 출입을 통제했다. 법으로 항상 개방해야 하는 비상출입문까지 잠그는 등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 취재를 봉쇄했다.

설정 원장은 “굳이 (불교닷컴이 보도한 사실과 의혹들) 그것을 (이 자리에서) 하나하나 세세히 설명 않겠다”며 “부처님도 그 당시 의혹을 받았던 일이 있었지만 시간이 걸려 해결됐다. (내 문제도) 시간이 걸리면 충분히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보도자료 배포,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 약속을 했던 발언과 원로회의와의 약속을 여지없이 뭉개버리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그동안 제기된 추문에 설정 원장 측은 몇몇 변명을 했지만 심각한 하자투성이였다. 2000년 6월에 작성된 김ㅇ정씨의 공증서는 설정 원장을 호법부에 진정한 사건만 담고 있다. 친자인지청구 소송에 대한 사과 등 언급이 전혀 없음에도 설정 원장은 이 소송에 대해서도 김 씨가 참회했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다.

또 “딱한 처지에 놓인 한 사람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전영수에게 출생신고를 부탁한 선의”라는 것도 거짓일 가능성이 높다. 당시 이미 김 씨의 호적등본에 전ㅇ경이 입적돼 있었다. 김 씨는 이 호적을 법원에 제출해 자신이 전 씨의 친권자임을 확인받아 설정 원장을 상대로 친자인지청구 소송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소송 사실을 잘 아는 예산지역 인사는 “호적을 보니, 전ㅇ경의 모(母)는 김ㅇ정, 부(父)는 공란이었다. 이 호적을 판사가 확인하고 소송을 위해 수덕사에 소장을 송달했던 것이다.”라고 증언했다.

설정 원장 주장대로면, 이미 호적에 올려져 있는 전ㅇ경을 김씨가 설정 원장에게 부탁해 속가 맏형인 전영수의 호적에 다시 올려달라고 한 것이 된다. 그런 전ㅇ경이 1999년 11월 17일 설정 원장을 상대로 친자인지소송을 제기했다는 거여서 ‘막장드라마’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어떻게 살 것이냐”는 질문에 결국 뭉개기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는 인생법문집 ‘어떻게 살 것인가’에 빗대 설정 원장에게 의혹 해명 없이 “어떻게 살 것이냐”고 물어왔다. 덕숭총림 방장으로, 수좌로, 큰스님으로 대중에게 알려졌던 설정 원장이 선택한 스스로의 인생법문 ‘어떻게 살 것인가’의 답이 ‘뭉개기’인 것이다.

설정 원장의 신년기자회견 발언이 알려지자 조계종단 개혁을 염원하는 불자들이 모인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학력위조와 교통사고 과실치사 사건을 저지른 사실이 드러나고 무소유의 부처님 가르침을 잃어버리고, 사유재산을 보유할 수 없는 종법을 어긴 것은 물론 은처자 의혹까지 받는 설정 원장이 어찌 부처님과 자신을 비교해 의혹을 해명하지 않겠다고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세상 눈 피할 수 있을까…시민연대 긴급회의 소집

신학림 시민연대 1기 상임공동대표는 “설정 원장의 기자회견 발언은 10월 12일 당선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깔끔하게 소명’하겠다는 한 발언과 10월 18일 원로회의에서 ‘빠른 시일 내 해명’ 발언을 취소한 것”이며 “전혀 해명하지 않고 뭉개고 가겠다는 뜻을 천하에 공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설정 원장은 자신과 관련된 사실과 의혹을 모두 ‘지나가는 일’로 판단하고 구차하게 미봉책으로 버티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발언은 자승 원장 시절 자행된 폭력·탄압 등 적폐를 그대로 세습하고, 세상의 눈을 피해 터진 문제를 대충 꿰매 모면해서 넘기려 하고 있다. 설정 원장이 종단 안과 밖 모두에게 의혹 해명을 거부하고, 시간만 버티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은 거센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조계종 적폐청산 2기 시민연대는 11일 늦은 저녁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10월 18일 총무원장 인준을 위한 원로회의에서 한 스님은 이렇게 강변했다.

“만약에 (설정 원장에 대한 사실과 의혹들)이것이 어느 기일을 두고 소명이 안 된다면 그 의혹을 우리가, 계속 종단이 안고 가야됩니다. 그럴 동안 종단의 신뢰성이 떨어집니다. 원장으로서 임무 수행하기가 여러 가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저는 내 개인을 말하는 게 아니고 우리 중단과 원로 총무원장을 같이 명예를 살리자 이겁니다. 명예를 살리기 위해서 오늘 인준은 해 주되 약속을 하자는 겁니다.”

※ 본지 제휴매체인 <불교닷컴>이 제공한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불교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