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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법 없고, 뜻이 눈앞에 있다”
2018년 01월 12일 (금) 10:40:32 송운 스님 budjn2009@gmail.com

83. 소산 광인(疎山 光仁, ?∼?)

무주 소산의 광인 선사는 키가 작고 모습은 볼품없었어도 말솜씨가 아주 뛰어났다. 동산 양개 선사의 문하에 있을 때 설촉(날카롭게 물어뜯음)기가 있었다고 운문이 말한 내용이 <경덕전등록>에 실려 있다.

소산수탑(疎山壽塔)

소산 선사를 위해 한 스님이 수탑(승려가 생전에 세우는 자기의 탑)을 만들고 나자 이를 동산 선사에게 보고했다. 선사가 “그대 돈을 얼마나 장인에게 줄 것인가?” 묻자 그 스님은 “일체가 소산 선사에게 있습니다.” 했다. 동산 선사가 이르시길 “장인에게 세 푼을 주어도 좋고 두 푼을 주어도 좋고 한 푼을 주어도 좋다. 만약 말할 수 있다면 나를 위해서 수탑을 만들라 하겠다.” 그 스님은 망연했다.

나산이 그때 태유령에 주석하고 있었다. 뒤에 그 스님이 태령에 가서 전에 있었던 일을 말했다. 태령 나산 선사는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물었다. 스님은 “말할 수 없습니다.” 했다. 나산 선사는 “그대 돌아가서 소산에게 이를 말하라. 만약 세 푼을 장인에게 준다면 선사는 결정탑(決定塔)을 얻을 것이요, 만약 두 푼을 준다면 장인과 선사와 함께 일척수(一隻手 ; 제자를 계도하는 것 또는 종풍을 거양하는 것)를 내리리라. 만약 한 푼을 준다면 장인과 함께 미수타락(眉鬚墮落 ; 함부로 불법을 설하면 그 벌로 눈썹과 수염이 빠지는 것)하게 하리라.” 하고 말했다. 스님이 돌아와 소산 선사에게 이를 일렀다. 선사는 위의를 갖추고 태령 쪽을 향하여 예배찬탄하고 말하길 “그렇게 생각한 사람 없으리라. 태유령에 고불이 있어 광채를 발하는 것이 이곳까지 이른다. 그렇다고 해도 이는 섣달에 핀 연꽃이다.” 했다. 나산도 이를 듣고 “내 이렇게 말하리라. 빨리도 거북이 털 길이가 여러 자 된다.”고 했다.

소산유무(疎山有無)

소산 스님이 위산 선사에게 가서 물었다. “선사에게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유구무구(有句無句)는 등나무에 기대는 것과 같다고. 홀연히 넘어지면 등나무가 시들게 되는데 구는 어디로 돌아가는 것입니까?” 위산 선사는 껄걸 크게 웃었다. 소산 스님이 “저는 4천리를 포단(布單 ; 잠옷 종류)에 팔려와 선사와 상롱(相弄)하게 되었습니다.” 하자 위산 선사는 시자를 불러 돈을 가져와 소산에게 주라고 말했다. 그리고 말했다. “독안룡(獨眼龍)이 있어 그대를 위해 몇마디 진상을 밝히고 갈 것이다.” 뒤에 명소에 가서 소산은 이 일을 이야기 했다. 명소는 “위산 선사는 두정미정(頭正尾正 ; 철두철미함을 말함)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지음(知音)을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소산은 이런 명소에게 똑같이 물었다. “나무가 넘어지면 등나무가 시든다. 구는 어디로 갈 것인가?” 명소가 답하길 “다시 위산 선사로 하여금 웃게 하여 어쩌면 새롭게 할 것이다.” 이 말에 소산 스님은 깨닫는 바 있었다. 그리곤 말했다. “원래부터 위산 선사의 말 속에는 비수가 있다.” - <종용록> 제87

   

삽화 = 강병호 화백.

84. 낙포 원안(洛浦-落浦-樂浦 元安, 834∼898, 靑原下)

예주 악보산의 원안 선사는 봉상인유 사람으로 속성은 담(淡)씨이다.

어릴 적에 출가하여 취미 선사와 임제 의현 선사로부터 배웠다. 뒤에 협산 선사를 찾아가 그 법을 이었다. 예주의 악보산이 자신의 연처(宴處)로 판단하고 거기에 머물었다. 당 광화 원년 12월 2일 입적하였다. 세수는 65세 법납 46세였다.

낙포복응(洛浦伏膺)

낙포 스님이 협산 선사에게로 갔다. 절도 하지 않고 면전에 서있기만 했는데 협산 선사가 “닭이 봉과 한 우리에 산다. 이는 같은 종류가 아니니 나가라.” 했다. 낙포 스님이 “멀리서 바람과 같이 달려왔는데 선사를 뵙고자 합니다.” 부탁드리니 협산 선사는 “눈 앞에 중도 없고 노승도 없다.” 했다. 이에 낙포가 할했다. 그러자 협산 선사는 “살라, 살라, 살라. 당분간 초초홀홀 하는 일 없어라. 운월(雲月)과 같이 계산(溪山)도 각각 다르다. 천하 사람이 설두를 절단하는 일 없지 않다. 어떻게 혀 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말하게 하겠는가.” 낙포는 이 한마디에 대꾸가 없었다. 협산 선사는 낙포를 후려쳤다. 낙포는 이로부터 자기의 잘못을 깨닫고 겸손하게 예의를 갖춰 문법한 후 이윽고 득법했다. - <종용록> 제35

낙포임종(洛浦臨終)

낙포 스님이 임종 때 대중에게 수시하기를 “지금 일사(一事)가 있다. 그대들에게 묻는다. 만약 이를 옳다고 하면 머리를 편하게 할 것이며 만약 옳지 않다고 한다면 곧 머리를 끊고 활(活)을 찾으리라.” 했다. 이때 수좌가 “항상 청산에 발을 들고 백일등을 걸지 않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낙포 스님은 “이 무슨 시절인가. 그런 설화를 말하는가.” 하였다. 언종 상좌가 있어 나와서 말하기를 “ 이 두 길을 떠나서 선사 묻지 마시기를 청합니다.” 하니 낙포 스님은 “다시 말하라.” 했다. 언종 상좌는 “저는 말 다하지 못하겠습니다.” 낙포 스님은 “내 그대들이 말을 다하건 다하지 못하건 관계치 않겠다.”고 다시 말했다. 언종 상좌 말하길 “저는 시자 스님과 기대(祇對 ; 응접대화하는 것)하지 않겠습니다.” 했다. 그날 밤 낙포 스님은 언종 상좌를 불렀다. “그대 오늘의 기대는 매우 내력 있는 일이었다. 정말로 선사의 말씀을 체득하였다. 눈앞에 법 없고 뜻이 눈앞에 있다. 목전의 법이 아니고 이목이 닿는 곳이 아니라고.” - <종용록> 제41

송운 스님 | 선학원 총무이사·아산 보문사 주지

※ ‘송운 스님의 선을 즐겨라’ 연재를 이번 호로 마칩니다. 그동안 귀한 원고를 보내 주신 송운 스님과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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