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정당에 전시될 폭 9 m의 초대형 벽화 김규진의 총석정절경도.


‘창덕궁 희정당 벽화’ 특별전에서 명필가 해강 김규진((海岡 金圭鎭, 1868~1933)의 산수화와 서예를 맛볼 수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오는 13일부터 2018년 3월 4일까지 기획전시하는 희정당 벽화는 1920년 해강이 그린 ‘총석정절경도(叢石亭絶景圖)’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金剛山萬物肖勝景圖)’ 두 점이다.

해강의 작품 두 점은 전통적인 배접 방식인 비단에 그린 그림을 종이에 배접하여 벽에 붙이는 부벽화(付壁畵) 형식이다. 세로 196cm, 가로 883cm에 이르는 대작으로 궁중 장식화의 걸작이다. 조선시대 진경산수 화가들이 즐겨 그린 대작 소재인 금강산을 희정당 벽면을 장식할 정도로 큰 화폭에 그려진 작품이다.

특히 해강은 선학원 중앙선원에 걸린 1922년 작 ‘선학원’ 현판을 쓴 이로 잘 알려져 있다. 해강은 금강산 표훈사, 신계사 등의 큰 글씨를 써서 이를 암벽에 새기기 위해 금강산을 여러 차례 여행했다. 그 결실로 금강산 작품이 남달리 활발하며 대표작인 희정당 벽화는 금강산 실경의 진경을 실감나게 살려낸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해강은 주로 묵죽도와 서예 작품으로 유명해 기념비적 대작을 남겼다. 이번에 공개되는 두 작품은 1920년 제작된 것으로 오랜 세월 노출로 훼손돼 보존처리를 거쳤다. 두 작품은 2015년 8월 회정당 벽에서 분리해 2016년 12월까지 보존처리했으며, 원본은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하고 회정당에는 모사도를 제작해 붙였다.

희정당 내부도 그간 일반 공개 미뤄오다가 2005년 한 번 공개했으나 전각의 규모가 커 멀리서 관람하는 수준이었다.

이번 공개 관람은 초대형 산수진경 벽화를 가까이 접근 가능하게 만들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된다. 1부 ‘창덕궁 희정당’은 벽화가 설치된 희정당과 대조전(大造殿), 경훈각(景薰閣) 등 내전(內殿) 건물을 보여준다. 희정당은 본래 조선조 국왕이 신하들과 국정을 보던 편전(便殿)이었으나 경운궁(慶運宮)에 머무르던 순종 황제가 1907년에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기며 접견실로 사용했다.

현 건물은 1917년 일어난 화재로 1920년 재건한 것이다. 외형은 조선 전통양식으로 건축하였으나 가구와 실내장식은 서양으로 꾸몄다. 대청 동·서벽 상단 전체에 ‘총석정절경도’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를 붙였다.

2부 전시의 주제는 ‘벽화’이다. 희정당 벽화는 이전에 궁중 장식화로는 그리지 않았던 금강산 실경을 주제로 했으며, 창호나 병풍에 주로 그렸던 기존 궁중 장식화와는 달리 비단 7폭을 이은 압도적 규모의 작품이다.

특히 해강이 그림의 제목(畫題)과 낙관(落款)을 드러내 작가적 정체성을 살린 작품이다.

전시에는 두 점의 벽화를 그리기 위해 해강이 금강산을 답사하며 제작한 초본인 ‘해금강총석도(海金岡叢石圖)’도 함께 전시된다. 이 작품은 1974년 이후 첫 실물 공개이다.

3부 전시는 해강의 활발한 서화 활동을 보여준다. 해강은 금강산을 여러 차례 여행하며 금강산에서 전람회나 휘호회를 열었고, 금강산 그림과 여행기를 신문에 연재, 이를 모아 <금강유람가(金剛遊覽歌> 단행본을 발행했다. 이 책 등으로 당시부터 금강산이 대중 관광지로 개발되는 씨앗을 만들었다. 책은 13일부터 19일까지 일주일간 전시된다.

특별전 기간 4개의 특별강연회가 열린다. 오는 18일에는 △1920년 창덕궁 내전 권역 중건의 건축사적 고찰(남호현·순천대) △전통과 근대의 경계인 : 해강 김규진의 삶과 예술세계(목수현·명지대) 강연이 진행되며, 2월 8일에는 △20세기의 금강산 그림(이태호·전 명지대) △해강 김규진의 금강산 기행과 금강산도(이홍주·국립고궁박물관) 강연이 이어진다.

특별전은 초등학교 4~6학년 대상 ‘활동지와 함께 하는 전시해설’이 22일까지 진행되며, 가족들이 함께 관람하는 ‘창덕궁 희정당 답사’도 사전접수로 8일, 15일, 22일 세 차례 연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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