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세기 고려불감과 관음보살상의 정교한 자태가 9일 첫 공개됐다.

 14세기 고려 불감(佛龕)이 완벽히 보존된 상태로 국내에 환수 국립박물관에 올해부터 소장됐다.

현존하는 15개 정도의 고려 불감 중 가장 희귀본인 상자형 불감으로 광복이전 1930년 덕수궁 미술관에 소장 기록이 남아있고 일본으로 유출됐다가 이번에 환수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다.

 9일 첫 공개된 고려 불감과 은제도금 관세음보살상은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친구들(YFM)이 일본에서 환수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같이 기증했다.

환수를 주도한 국립중앙박물관회 신성수 회장은 “일제강점기 대구의 병원장으로 고미술 수장가였던 이치다 지로(市田次郞)가 소장한 후 광복 이후 그의 가족이 일본으로 가져갔고 약 30년 전에 고미술상이 구입해 가지고 있었던 고려 불감”이라며 “일본 동경에서 소재를 확인하고 소장자를 설득해 매입 환수하게 됐다”고 기증에 앞서 경위를 설명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 친구들이 지난해 모금을 통해 일본에 있던 고려 불감을 구입하고 고려 건국 1100주년이 되는 올해 기증했다"면서 "국립중앙박물관회의 문화재 기증은 이번이 벌써 10번째이며, 지금까지 고려 나전경함, 간다라불상, 비슈누상, 미투라상 등을 기증했다"고 말했다.

고려불감 기증자인 남수정 YFM 위원장은 "이번에 좋은 기증을 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유물 기증과 문화재 발전에 이바지하겠다"고 말했다. 기증 단체인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친구들(YFM)은 50세 이하의 경영인들이 2008년 결성한 문화 후원 모임이다.

▲ 고려불감의 귀환의 주역들이 국립중앙박물관 기증식에 함께했다. 중앙이 양수정 YFM위원장, 우측이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좌측이 신성수 국립중앙박물관회장.

양희정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학예연구사는 공개된 고려불감에 대해 "형태가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어서 고려시대부터 등장하는 금속제 불감의 전개 양상을 살펴 볼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며 "이번 고려불감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불감 내부의 석가여래 설법 장면을 타출 기법으로 제작한 부조 장식이고 뒷면에 구멍장치로 부조물을 고정한 것과 지붕 뚜껑인 전각형이 아닌 상자형으로 온전히 보존된 희귀본"이라고 말했다.

양 연구사는 이어 "금강역사상이 새겨진 문을 열면, 중앙에 석가여래가 있고, 좌우의 협시보살, 10대 제자와 팔부중(八部衆·불법을 수호하는 여덟 대중)이 있는 여래설법도가 새겨진 얇은 금속판이 덧대어 있다"며 "고려시대 불감 중 유일하게 팔부중이 등장하는 여래설법도로서, 조선 후기에 유행한 영산회상도의 시원으로 볼 수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불감과 함께 전래된 관음보살상은 같은 고려말기에 제작된 원·명대 불상 영향을 받은 소형 금동상과 양식적으로 상통한다”며 “불감 내부의 고정 장치와 보살상의 크기를 보았을 때, 원래는 2구의 상(像)이 불감 안에 안치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공개된 고려불감은 고려 시대 다량 제작된 휴대용 불감으로 사찰 외 장소에서 예불을 올리는 의례용으로 사용되거나 탑 조성시 안치용으로 제작된 것이며, 고려말 조선초 집중 제작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앞서 시료 분석을 시도한 국립박물관측은 과학적 성분 분석에 대해 불감 뚜껑 앞면 뒷면과 문은 순동 제작이고, 보살상은 은 재질에 금 도금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고려불감의 이번 기증을 통해 그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리건판 사진만으로 전해져 오던 고려 유물이 정식 소장품으로 자리잡았다.

신성수 국립중앙박물관회장은 향후 문화재 환수에 대해 "문화재 환수 운동이 여러 경로를 통해 이뤄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다"며 "국내 유물이 해외 유물에 대해 상당히 가격이 떨어져 있다. 국외 문화재 환수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국내 유물의 가치도 높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려 시대 유행하던 소형 금속제 불감은 현재 15여 점이 전해지며 상자 형태에 지붕 모양 뚜껑이 있는 전각형이 다수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12월 4일부터 내년 3월 3일까지 '대고려전'을 열고, 이번 공개된 고려 불감과 관음보살상을 일반 공개한다.

▲ 국립중앙박물관에서 9일 진행된 고려불감 기증식에서 신성수 국립중앙박물관회장과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등 주역들과 기증 공개된 고려불감을 취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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