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2015년 발표한 ‘도시계획 현황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중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비율은 전체 인구의 약 91.79%에 달한다. 100명 중 92명은 도시에 사는 셈이다.

또 2016년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전국의 불교 인구는 10년 만에 300만 명가량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젊은 층일수록 종교를 멀리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종교가 없는 인구 비율은 20대가 64.9%로 가장 높았고, 10대가 62.0%, 30대가 61.6%로 그 뒤를 이었다.

한국불교가 교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도심포교와 젊은 층 포교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시사하는 지표들이다.

불광연구원(이사장 지홍 스님)이 12월 10일 서울 불광사에서 개최한 ‘제6회 전법학술상’ 시상식에서 대상인 바라밀상을 수상한 프렘 소운사뭇(Pram Sounsamut) 태국 출라롱콘대 교수의 논문 ‘태국의 성공적인 포교사례 - 붓다다사 인다빤노 아카이브(Buddhadasa Indapanno Archive)’는 도심포교와 젊은 층 포교에 취약한 한국불교의 현실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 프렘 소운사뭇 교수.
이 논문은 태국 도심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법교화 성공 사례를 통해 현대사회에서 전법의 방향이 어떻게 전개되어야할 것인가를 제시하고 있다. 프렘 교수는 단순한 성공 사례 발표에 머물지 않고 탈종교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전법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어야할 것인가를 제시했다.

현대 도시인들은 경제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는 반면, 이들이 정신적 안정과 평안을 취할 수 있는 곳을 도심에서 찾기란 쉽지 않다. 이는 비단 한국뿐 아니라 도시문화가 발달한 곳이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이에 대해 프렘 교수는 태국 방콕에 개설된 붓다다사 인다빤노 아카이브를 중심으로 붓다다사의 가르침이 어떻게 대중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붓다다사를 찾게 만든 요소들이 무엇인가를 분석했다.

프렘 교수에 따르면 붓다다사 인다빤노 아카이브 프로젝트는 붓다다사 스님의 유물 보관과 스님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는 것을 목표로 2007년에 시작되었다. 붓다다사 인다빤노 아카이브의 구조는 붓다다사 스님의 유물과 출판물, 기념품 판매 공간, 이곳의 상징인 란힌콩(Lan Hin Khong, 법문과 불교를 가르치는 공간), 닛판침롱(Nipphan chim long, 전시와 학회 공간), 빠띳차삼뭇밧(Patit Cha Samup Bat, 선 정원의 휴식공간), 붓다담(Buddhadham, 불교의식의 공간), 여러 회의장과 연구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행사는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프렘 교수는 붓다다사 인다빤노 아카이브의 성공에는 이곳을 정신 건강과 즐거운 불교교육의 공간으로 변화시킨 ‘담마테인먼트(Dhammatainment)’ 개념이 작용되었다고 보았다. 담마테인먼트의 개념에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가 아닌 ‘누구를 가르치고 있는가’가 중요하며, 이에 맞는 강좌가 개설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불교의 가르침을 직접적으로 가르치지 않고 다른 활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하도록 한다고 했다. 또 붓다다사 인다빤노 아카이브의 담마테인먼트를 가능케 한 데에는 담마포교팀의 역할이 컸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플렘 박사는 붓다다사 인다빤노 아카이브를 직접 방문하고 경험한 사람들이 분석한 이곳의 성공요인 4가지를 소개했다.

첫째는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붓다다사라는 브랜드이다.

둘째는 붓다다사 인다빤노 아카이브의 위치와 건물의 구조이다. 붓다다사 인다빤노 아카이브는 오픈 마켓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현대적 디자인으로 불교가 바로 연상되지 않는 건물의 특성을 갖고 있다.

셋째는 담마포교팀을 비롯해 젊은 인재들이 최신 트랜드에 맞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한다.

넷째는 남방불교, 대승불교, 티베트불교 등 다양한 수행을 체험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열린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전법학술상 심사위원회는 “프렘 교수의 논문은 태국의 현대적 전법방법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붓다다사의 종교를 넘어선 담마엔터테인먼트라는 개념과 센터운영에 있어 불교적 마인드 등은 한국불교의 전법행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민태영 동국대 강사의 ‘불교경전에 나타난 식물 연구를 통한 교법(敎法) 이해 모형 연구’와 전영숙 연세대 중국연구원 전문연구원의 ‘대만 불교계의 대륙 불교 부흥을 위한 전략과 노력’이 전법상을 수상했다.

▲ 전영숙 연세대 중국연구원 전문연구원.
전 전문연구원은 논문에서 분단국가라는 현 상황 속에서 통일될 때를 대비해 한국불교계가 북한불교의 부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가를 대만불교의 성공사례를 통해 점검했다.

전 전문연구원은 1980년대 이후 북한의 종교정책이 점차 유화적으로 바뀌는데, 북한의 종교정책 변화와 시점이 중국과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전 전문연구원에 따르면 1987년 대만 국민당 정부가 계엄령을 해제한 직후부터 약 15년간 대만과 중국 사이에는 본격적인 민간접촉이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중국 공산당 정부는 종교 정책에 대해 개방적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대만의 종교계 중 불교가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해냈고, 자연스럽게 대륙불교가 재기할 수 있는 결정적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전 전문연구원는 대만불교계가 대륙불교 부흥을 위한 전략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확장하기 위한 대중화 전략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대만불교계가 취한 공감대 형성 전략은 중국불교계와의 교류에 있어 일관된 불교적 관점과 중국불교의 전통 계승 아래에서 당대 정권이 지향하는 방향과 같은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대중화 전략은 지속적으로 학술교류와 공동 연구사업을 추진하고, 공동 해외도난 문화재 되찾기와 전람회 개최 등을 통해서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범위를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1987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국제중국철학회의에서 대만과 대륙의 불교학자들이 처음으로 학술회의를 진행한 이래, 1989년 12월 홍콩에서 ‘태허탄생일백주년국제학술연토회’가 열렸고, 1990년에는 대만 불광문교기금회(佛光文敎基金會) 후원으로 ‘운남대리국고찰단(雲南大理國考察團)’이라는 양국의 불교학술조사단이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또 1991년에는 불광산사의 양안교류기금회 지원으로 경·률·론 삼장 가운데 100종을 선별해 백화문 주석을 단 《중국불교경전보장(中國佛敎經典寶藏)》 총서를 발간하고 양안교류기금회를 통해 대륙학자의 연구비와 교육비를 지원했으며, 대만 학생이 대륙에 유학할 경우 경비 전액을 제공하는 등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전 전문연구원는 특히 대만불교계의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은 그 기저에 ‘인간불교’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대만불교계는 ‘인간불교’를 통해 불교의 핵심사상을 발현하면서 대만과 대륙 정권의 의구심을 일소시켰다는 것이다. 동시에 공산화 이후 살아남은 대륙불교계가 ‘인간불교’를 불교의 종지로 삼아, 불교가 결코 사변적이고 관념적인 종교가 아님을 보여주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러한 모든 것들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청말 민국 초 거사불교 운동의 결과 배양된 불교인재가 대만에 몰렸고, 대만의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민주화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정리했다.

전법학술상 심사위원회는 “한국불교계는 지금까지 꾸준히 북한불교계에 인도적 지원을 해왔으며, 북한사찰 관련 조사를 진행하고 남한에서 출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한 연구 인력과 성과물이 턱없이 부족하고, 거시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되지 못했다”면서 “이와 같은 상황에서 전 전문연구원이 제시한 대만 불교계의 일련의 행보와 궤적을 추적하는 작업은 향후 북한 불교의 재건을 위한 좋은 본보기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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