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은 지난 12월 17일 2017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파사현정(破邪顯正)’을 선정하였다. 파사현정은 삿된 것을 파괴하면 바른 것이 드러난다는 말이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중생이 불성을 가지고 있지만 어리석고 허망한 생각에 사로잡혀 본래 가지고 있는 불성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하셨다. 따라서 어리석고 허망한 생각, 즉 삿된 것을 제거하면 누구나 본래 불성이 드러난다는 말이다. 이것이 환지본처, 즉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지난 2017년은 사회는 물론 불교도 삿된 것을 깨뜨려 없애는 적폐청산운동이 활발한 한 해였다. 시민들은 광화문에서, 그리고 전국의 광장에서 모여 “이게 나라냐?”는 구호를 외치고 국가를 사유화한 권력자에 대해 저항을 하였다. 그 결과 대통령은 탄핵이 되었다. 불교도 마찬가지다. 적폐청산을 염원하는 불교신도들은 조계사와 보신각에 모여서 촛불을 들고 적폐청산의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국정을 농단한 세력들은 시민에 의해 탄핵이 되었지만, 지난 8년간 불교를 농단한 권력승들은 사사로운 이익을 나누기 위해 종권을 연장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러나 자승원장의 대리인을 내세운 조계종 종권은 불교계 시민단체와 대다수 수행자들의 적폐청산 요구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자승종권이 지난 8년간 저지른 권력과의 유착, 억대 도박, 은처 등 범계 행위, 납치 및 집단 폭행과 인권 유린, 금권선거와 매관매직, 용주사, 언론 탄압등의 적폐행위는 반드시 인과응보의 가르침에 따라 단죄를 받아야 한다. 선학원을 사유화하기 위한 불법적인 탄압행위도 즉각 중단하여야 한다.

뿐만아니라 새로 총무원장에 취임한 설정스님도 본인 스스로가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혔듯이 “학력위조, 막대한 재산보유, 교통사고 치사와 은처자(隱妻子) 의혹 등에 관해 깔끔하게 소명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렇게 삿된 것을 제거하는 보살행이 마무리된다면 중생과 우리 사회가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바른 불성이 드러날 것이며, 그것이 2018년 우리가 정진해야 할 환지본처인 것이다.

이에 대해 본지 발행인이신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은 신년사에서 “이웃종교의 적극적인 선교 활동, 준비되지 않은 종교인 과세, 국고보조금에 대한 인식 전환, 출가자의 급감, 신도수의 급감, 사찰 재정의 감소, 사찰의 빈부 격차, 출·재가의 적폐 청산 요구 등 정말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예상을 하였다.

그러면서 법진 스님은 “우리의 본분사는 무엇인지, 교단 운영은 부처님의 근본정신에 맞는지, 한국불교가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계속해서 교단과 자신에게 질문하며 한국불교의 곪은 상처를 들여다보고 새 살이 돋을 수 있도록 치료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지본처를 위한 파사현정의 수행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무릎이 얼음처럼 차가워도, 굶주린 창자가 뒤틀려 끊어질 듯 하더라도 수행의 끈을 놓지 않은 수행자처럼 파사현정의 수행은 이어가야 한다. 범망경 보살계에 손해중생계라는 계율이 있다. 이 계율은 중생에게 손해를 끼치는 일을 하지 말라는 계율이다.

2018년은 2017년에 이어 파사현정으로 적폐청산을 이어가야 한다. 그래서 중생이 불교를 걱정하는 일이 없어야 하고, 중생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고 이익을 주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파사현정을 통해 본래의 자리로 환지본처하는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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