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

무술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정유년의 우리 사회는 격동의 현장과 시간을 경험하였습니다. 촛불집회로 상징되는 민심은 대통령을 탄핵하였고,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는 그동안 쌓인 적폐를 청산하는 일이 화두가 되었습니다. 정말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 해였습니다.

불교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 한 해 직선제, 폭력, 도박, 은처,돈 선거 등 한국불교에 산적한 적폐를 청산하려는 출·재가의 목소리는 조계사 앞 1인 시위와 촛불법회, 범불교대회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한 해 출·재가가 보여준 적폐 청산의 간절한 기원은 교단 운영에 무관심하던 불자들의 의식을 일깨우고, 남의 일로 치부하던 불교 개혁의 필요성을 대중들과 함께 하였다는 점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또한 새해는 그동안 온실 속에서 태평가를 구가하던 한국불교가 안팎으로 큰 시련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이웃종교의 적극적인 선교 활동, 준비되지 않은 종교인 과세, 국고보조금에 대한 인식 전환, 출가자의 급감, 신도수의 급감, 사찰 재정의 감소, 사찰의 빈부 격차, 출·재가의 적폐 청산 요구 등 정말 힘든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망연자실한 채 앉아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다시 신발을 고쳐 신고 무엇인가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선학원의 설립 조사인 만해 스님은 《조선불교유신론》에서 “유신(維新)이란 무엇인가. 파괴의 자손이다. 파괴란 무엇인가. 유신의 어머니다.”라고 했습니다. 또 “파괴라는 것은 모두 무너뜨려 없애 버리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 다만 구습(舊習) 중에 시대에 맞지 않는 것을 고쳐서, 이를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라며, “유신의 정도는 파괴의 정도와 정비례한다. 유신에서 가장 먼저 손대야 하는 것은 파괴”라고 했습니다.

한국불교가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잘못된 관습과 타성을 파괴하고 미래에 대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시대를 조망하는 역사의식(歷史意識)과 우리의 본분사(本分事)를 비춰보는 조고각하(照顧脚下)의 마음가짐으로 안팎을 잘 살펴야 할 것입니다.

먼저 우리의 본분사는 무엇인지? 교단 운영은 부처님의 근본정신에 맞는지? 한국불교가 우리 사회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계속해서 교단과 자신에게 질문하며 한국불교의 곪은 상처를 들여다보고 새 살이 돋을 수 있도록 치료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위기는 곧 기회입니다. 평화로울 때 하는 정진은 큰 성취를 이루기 어려워도, 목숨이 경각에 달렸을 때 일념으로 하는 기도는 큰 감응이 있는 법입니다. ‘조고각하(照顧脚下)’의 마음가짐으로 한국불교의 허물을 살피고 드러내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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