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거울을 들고 이해의 실마리 좇아

 

이 책은 불자가 쓴 것이 아니다. 비교종교학자이자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온 저자가 은퇴를 앞두고 자신이 그동안 강의해온 불교 이야기를 일반 독자를 위해서 풀어놓은 책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비교종교학적 시각에서, 특히 그리스도인과 불자의 상호 이해를 염두에 두고 저술된 불교 이야기다.
저자는 캐나다 리자이나대 오강남 교수다. 그가 비교종교학적 차원에서 우리말로 쉽게 풀이한 『도덕경』(1995)이나 『장자』(1999)는 이미 많은 독자에게 동양 고전의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주었고,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오 교수가 마련한 이 두 종교의 대화는 서로 ‘거울을 들어주는 것’과 같아서, 각자 상대방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하게 된다. 다시 말해서 저자는 이러한 ‘환기식 독법(evocative reading)’으로 서로 상대를 이해해보자고 독자를 초대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웃종교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우리 자신을 더욱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면서.
이렇게 상대를 서로 무한하게 풍요롭게 해준다는 모티프는 불교, 특히 화엄(華嚴)사상 인드라망의 비유와 맞닿는다. 인드라망이란 하늘에 있는 인드라 신(神)의 그물망에 달린 보석들이 한 면으로는 각각 자기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또 다른 한 면으로는 서로 무한히 반사하면서 그 정체성이 중첩되는 것을 말한다.
서양사상에도 정통한 저자는 이러한 화엄사상적 사유가 불교와 직접 대면하기 이전의 서양에서도 여실히 발견된다는 것을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1757~1827)나 존 던(John Dunne·1572~1631)의 시구(詩句)를 예로 들어 명시한다.
예컨대, ‘모래 한 알에서 세계를 보고, 들꽃 한 송이에서 하늘을 보기’나 ‘아무도 외딴 섬일 수 없는 것. 모두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일부일 뿐’과 같은 시구는 화엄사상과 매우 유사한 느낌을 준다. 이 책의 독자는 불교의 이해에 더하여 동서양 사상사(史)의 진수를 감상할 기회를 아울러 얻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한걸음 나아가 직접적으로 성서의 구절들을 화엄사상으로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예컨대, 신약성경 마태복음에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자매 가운데, 지극히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다’라는 말씀이 있는데, 이를 화엄의 원리에 비추어 보면 우리 중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하는 것이 곧 하느님에게 하는 일과 같다는 뜻이다.
저자에 따르면 하버드대에서 수십년동안 예수에 관해 가르쳐온 신학자 하비 콕스도 예수의 훈육방법이 듣는 이들의 고정관념이나 인습적 관행을 뒤흔듦으로써 스스로 문제의 실마리를 찾도록 하는 방식이어서 선승의 공안참구(公案參究)와 흡사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처럼 그리스도인이자 비교종교학자로서 저자가 자신의 평생의 소중한 경험을 담아 불교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은 한두 번 읽고 말 책이 아니라, 여러 번 곱씹어 읽어야 할 책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다만 목차만 보아서는 한국불교의 전개에 대해서 소략하게 다루는 것 같아 아쉽게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용을 통독해보면 그런 염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음을 확인할 것이다. 한국불교를 주제로 하고 있는 곳 외에도 책 곳곳에서 한국불교를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오강남 지음 | 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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