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2기가 지난 12월 12일 출범했다. 출범식에서 시민연대는 “자승 종권 8년의 적폐는 여전한 우리의 과제이다. 대중들의 직선제 열망을 무시한 적폐세력과 손잡고 집권한 부도덕의 연장 설정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학력 위조, 은처자 의혹 등의 해명을 국민과 원로회의와 약속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는 더 이상 종교지도자가 아니다. 우리는 파사현정의 정신과 불퇴전의 의지로 싸워나갈 것이다.”라고 선언하였다.

또한 이들은 “억대 도박, 은처 등 범계 행위, 폭행과 인권 유린, 금권선거와 매관매직, 용주사, 언론 탄압 등 조계종의 모든 적폐가 말끔히 청산되고 맑고 향기로운 승가공동체가 설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날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 2기 출범식에는 불교계 20여 개 시민단체와 사회원로모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대표자가 참석하여 함께 연대하기로 선언하였으며, “종교, 교육, 언론, 노동 등 4개 부문의 적폐 청산이 중요하다. 오랫동안 끈질기게 싸워야 한다.”고 연대투쟁의 의지를 밝혔다.
부처님께서 입멸하신 이후로 불교역사는 낡은 것을 타파하고 새로운 것을 세우는 파구입신(破舊立新)의 역사다.

《인도불교사》를 저술한 에띠엔 라모뜨는 “부처님께서 ‘내가 죽은 후에 왕들은 조상 대대로 서로 죽일 것이다. 비구들은 사업을 하느라 분주할 것이고 백성들은 탐욕의 희생자가 될 것이다.’라고 예언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수행자들이 중생을 외면하고 권력과 자본에 결탁하여 교리 논쟁에만 치중하자, 이에 반기를 든 재가불자들이 부처님 사리를 모신 탑을 중심으로 부처님 가르침으로 되돌아가자는 운동을 벌여 오늘날 대승불교의 시작이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에 건너 온 불교 역시 왕권, 귀족 등 권력과 밀착하여 혼탁하였으며, 이에 《속고승전》에 나오는 혜만 선사는 좋은 토굴과 공양을 대접하겠다는 신도에게 “천하의 승려들이 없어질 때가 오면 그대의 공양을 받겠다”고 했다고 한다. “교단의 지나친 팽창과 출가자의 질적 저하는 점점 중대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었다”는 당시의 역사기록을 뒷받침하는 일화이다.

또한 우리나라에 들어 온 불교도 적폐의 온상이 되었다. 고려 제26대 충선왕은 개혁정치를 시도하면서 “모든 불교계가 이익을 취하려는 소굴”이라고 잘라 말했다. 고려 후기에 승려는 세속화되고 사원을 통한 부의 축적에 눈을 돌리게 됨에 따라, 사원을 장악하려는 주지 쟁탈이 심하였다. 또 종파 간에 사원을 둘러싼 분쟁이 심하여 하루아침에 사찰의 종파가 바뀌는 일도 많았다.

이처럼 불교역사에 나타난 사업에 분주한 비구, 권력과 유착을 한 수행자, 자본에 탐닉하고 중생을 외면하는 승려의 모습 등, 불교계의 적폐가 오늘 21세기 한국사회에도 횡행하고 있다. 따라서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의 적폐청산 투쟁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자 하는 파구입신의 실천이고, 새로운 불교역사를 기록하는 청정불교회복 운동인 것이다.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가 지난 3000년 간 불교역사를 계승해온 헤아릴 수 없는 수행자들의 위법망구(爲法忘軀)의 정신으로 어떠한 고난이나 어려움,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중단 없는 적폐청산운동을 이어가길 바란다. 그것이 바로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파구입신의 실천이 아니면 어찌 휘황찬란한 진리의 등불이 오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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